2008년 서강대학교 정시 기출문제(인문계열)

■ 知彼知己- 출제 경향 알아보기

2008 서강대학교 인문계열 기출문제는 수시 유형과 같이 2문항으로 출제되었다. 1번 문항은 500~600자 분량으로, 2번 문항은1200~1400자 분량으로 2시간동안 답안을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는 시간배분이 다소 힘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문제는 고전텍스트를 바탕으로 논리적 분석력과 합리적 추론능력 및 창의적 문제 해결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자 하였다.

전체적으로 논제를 살펴보면 1번 문항은 고전텍스트의 원론을 바탕으로 비판적 사고를 묻는 문제이며 2번 문항은 과거 논술문제에 자주 출제되었던 주관적 인식과 객관적 인식의 관계를 정립하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논제 분석 및 논제에 따른 논의 전개
[문제1: 40% 500~600자]

제시문[다]에서 두 인물, ‘빛나’와 ‘오빠’는 삶과 그 목표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제시문 [가]와 [나]를 활용하여, ‘빛나’의 관점에서 ‘오빠’를 비판하시오.

이 문제는 김영하의 『퀴즈쇼』에 등장하는 두 인물의 삶에 대한 대립적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서강대는 출제의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문제를 외재적 수단과 내재적 목적의 모순과 충돌의 관점에서 파악하기를 원하고 있다. 따라서 두 인물의 삶에 대한 상이한 관점을 중심으로 제시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 많은 젊은 인력들은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대학에서 갈고 닦은 학문은 취업의 수단일 뿐 진리탐구의 거창한 문구는 실종된 지 오래다.

제시문[다]의 빛나도 오빠를 위해서 충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새벽부터 밤까지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남는 시간을 이용해 과외니 알바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요즘 먹고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어?’라는 빛나의 물음은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라는 준엄한 충고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세상에 오빠의 삶에 대한 지향점은 다르다.

오빠는 자조적인 말투로 동생과 가는 길이 다르다고 고백한다. 오빠는 다른 사람들이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의미 있는 일보다는 무의미한 일을 추구한다. 여기서 의미 있는 일이란 돈을 벌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일을 말한다.

그러나 오빠는 그러한 일보다는 좀더 고차원적인 삶의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비록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향하는 삶이 중요하지만 그러한 삶은 허망할 뿐이며 그보다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 즉 빛나는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써 본분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오빠는 사회가 만들어낸 제도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참다운 삶이 아니라는 관점이다.

결론적으로 오빠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의미 있는 삶보다 더 의미 있는 삶이 있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등장인물들의 대립된 관점을 정리해보았다면 이제는 빛나의 관점에서 오빠를 비판해야 한다. 또한 논제는 제시문[가]와 제시문[나]를 활용하라는 요구가 있기 때문에 각 제시문을 활용할 근거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우선 빛나의 관점은 사회라는 체제 안에서 열심히 살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빛나의 관점은 현실주의적이다. 오빠가 부정하는 주식형 펀드나, 환율, 청약부금, 분양제도 같은 경제만이 우선시 되는 세상은 끊임없는 경쟁을 요구하기 때문에 빛나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야 된다.

다시 말하면 빛나는 현재의 사회구조가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기 때문에 더욱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오빠가 주장하는 이상적이고 고차원적인 삶을 희구하는 모습은 빛나에게 있어서는 용납되지 않는다.

물론 현대사회가 과도한 경쟁과 시장체제 속에서 인간의 진정성에 많은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성찰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오빠의 이상주의적 사고를 비판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제시문의 활용근거를 찾아보면 제시문[가]에서는 인간이 왜 부를 축적하고 권력과 명성을 얻으려 적극적인 삶을 사는지에 대한 이유가 나온다.

가난해진다는 것은 인간으로써의 삶이 아니라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는 것이다.

이 입장은 사회라는 체제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현실의 경제적 제도와 체제보다는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이라는 오빠의 관점을 비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제시문[나]는 사회구성원들이 악하지 않으면 바보이기 십상이기 때문에 그러한 사람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제시문[나]의 염세주의적인 관점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현실을 폄하하거나 무가치하다고 볼 수 있다.

빛나의 오빠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통념과 다른 삶을 꿈꾸지만 이러한 태도나 제시문[나]의 관점을 빛나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기만이며 대다수의 삶을 평가 절하할 수 있는 위험의 소지가 있다.

인간은 모두 현실에 만족하기 보다는 이상적인 삶을 꿈꾼다. 또한 그러한 이상을 꿈꾸기 때문에 현실에 더욱 적극적일 수 있다. 물론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쉽게 좁혀들지 않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이상적인 삶을 꿈꾸는데 있어 현실을 외면하기 보다는 현실에 충실했을 때 인간의 삶이 의미 있는 것이라는 주장을 일관성 있게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문제2: 60%, 1200~1400자]

제시문 [가], [나], [다], [라]는 인식의 방식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로 공통된 주장을 하는 인용문 두 쌍을 명시하고, 각 쌍의 인용문들이 어떤 의미에서 공통된 주장을 담고 있는지 서술하시오. 그리고 이 두 개의 주장이 서로 어떻게 양립가능한지를 설명하시오.

이 문제는 자신의 사적 깨달음에 근거한 주관적 인식과 민인에게 공통적인 지성에 입각한 객관적 인식의 관계에 대하여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서로 공통된 주장을 하는 두 쌍을 명시하라는 요구 또한 이러한 두 가지 인식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제시문[가]에서 타오르는 예수를 만나려 했던 네 번째 동방박사다. 예수를 만나러 가던 도중 그는 곤경에 빠진 타인을 대신해 소금광산에서 30년 이상 소금기 섞인 물만 마시며 죄수로 연명하다 새로 들어온 죄수 데마스로부터 예수의 설교를 듣는다.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은 배부를 것이다”라는 예수의 설교를 전해들은 그는 자신의 삶이 헛되지 않음을 확인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그 눈물은 소금기 어린 눈물이 아닌 진정한 정화의 눈물로 승화되고 있다. 이 제시문은 예수의 보편적 가르침을 자신의 체험을 통해 주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논제가 요구하는 데로 인용할 문장은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옳은 일을 한 이후로 그토록 목말라 괴로워했던 타오르에게는 더 이상 절실하게 와 닿을 수가 없는 말이었다.”에서 찾을 수 있다. 제시문[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제시문은 인간이 학습을 하는 데에 있어 객관적인 내용이나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관적 능력 때문에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문장은 “그것은 객관적인 내용의 흡수에 의해서가 아니라, 항상 자기의 시간을 잃어가는 가운데 이루어진다.”에서 찾을 수 있다.

이와 배치되는 개념으로 제시문[나]와[다]를 들 수 있다. 제시문[다]에서는 “이성이라 일컬어지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나면서부터 평등”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개인의 주관적 인식의 차이보다는 참과 거짓을 가려내는 능력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제시문[나]는 이러한 지성이 철학자만이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평등하게 배분한 지식임을 주장한다.

이상과 같이 쌍을 지어 주장을 분석해보면 주관적 인식과 객관적인식이 대립적인 관계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보편적 이성과 주관적 체험과 인식은 서로에게 긴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예수의 가르침을 누구나 이해할 수는 있지만 자신만의 체험과 관점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것은 단순한 인식이 아닌 개인적 깨달음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즉 주관적 인식이 없다면 객관적 인식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또한 객관적 인식이 없다면 주관적 인식의 토대를 마련하기 힘들 것이다. 이는 개인과 사회의 양립조건과 서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08서강대학교 정시 인문 기출문제는 http://cafe.naver.com/urekazzang > 기출문제>서강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윤(유레카논술아카데미 성북캠퍼스원장)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