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난 날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온 날은 2월 25일, 같은 날이다.

노 전 대통령부부는 3월 23일 하오 5시께 김해 문화의 전당 마루홀에서 영국 BBC 필하모니 초청공연을 관람했다. 귀향 후 첫 문화 나들이다. 3월 22일에는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뒷산에 있는 폐과수원에서 장군차(茶) 묘목 1천여 그루를 심었다. 노사모 서울지역 회원 40여명과 함께였다. 장군차는 가야국 시조인 수로왕의 허 황후가 인도에서 시집올 때 가져 온 것으로 전해진 차 나무다.

그는 20일에는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모임인 ‘맑은 물 사랑 사람들’에 단체고문으로 가입했다. 20여명 회원과 점심을 한린면 식당에서 함께했다. 3월12일에는 봉하마을 종합복지회관 준공식에 참석해 주민들에게 ‘신고식’을, 14일에는 지역 원로들과 오찬을 갖고 자신을 ‘시민 노무현’이라고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의 공식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www.knowhow.or.kr)에는 2월29일부터 글이 올랐다. 3월9일까지 네 차례 편지를 썼다. 3월3일자 ‘봉하에서 띄우는 두 번째 편지’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로 시작했다.

<<불러놓고 보니 호칭이 어중간하다 싶네요. 앞으로 어떻게 불러야 할지 좀더 연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너무 피곤해서 게시판에 들어와 보지 못하고 아침에야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보고 있습니다. 홈페이지가 너무 빈약하고 불편해서 미안 합니다. 하루빨리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개선된 사이트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를 놓고 여러 사람이 서로 질문하고 의견을 말하고, 자료를 올리고, 연구까지 공동으로 하는 방법을 채택하려 합니다. 웹2.0 개념으로 해보자는 것이지요. 3월 중으로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참여 기대합니다.>>

이날 조회 건수는 53,532건이었다. 이날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www.president.go.k)는 하오 2시 현재 1,300여건 이었다.

물론 놀라운 일이 그 후에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일보 월요일자 오피니언 난에 손호철의 ‘정치논평’을 쓰고 있는 서강대 정외과 손호철 교수<1952년생. 서울대 정치학과.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 정치학 박사(82-87년), 동양통신, 미주한국일보 기자(77~85년). 현서강대 사회과학 연구소장, ‘해방 60년의 한국정치 1945-2005’(2006년 5월)등의 저자>. 그는 3월10일자에 ‘노무현이 그립다 I’를 냈다. 이를 요약한다.

<<돌이켜 보건대, 지난 노무현 정부 5년간 개인적으로 이 면을 통해 노무현 정부에 가장 비판적인 글을 써왔다. 그러나 퇴임 한 달도 되지 않아 엉뚱하게도 청개구리처럼 노 전대통령이 그리워진다. 우선 이명박 정부의 첫 인사가 그러하다. 노 전 대통령이 욕을 먹은 것 중 하나가 인사다. 취임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다면평가 등을 도입하는 등 인사를 선진적 시스템으로 하겠다고 힘을 줬다. 그러나 결과는 폐쇄적 공신집단을 중심으로 한 코드 인사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첫 인사를 보니 비극적이게도 그처럼 욕을 먹었던 구관이 명관이며 노 전 대통령 시절이 그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 전 대통령 인사도 최소한 이 정도는 아니었다. 장상, 이헌재, 김병준 등 여러 도덕적인 문제들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사퇴해야 했던 노무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새 정부의 공직자 후보들에 비하면 오히려 청백리이고 도덕군자들이다.>>

손호철 교수는 통합민주당의 공천 모습을 보면서도 또 한번 노 전 대통령이 그리워졌다고 썼다.

<<…당지도급 인사들로부터 김대중, 노무현정부 시절 양지에서 단맛을 누렸던 핵심 실세들, 전국구 의원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텃밭인 호남에 공천을 신청했다. 이들이 자신들이 손가락질하는 노 전 대통령의 용기의 10분지 1만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이럴 수는 없다. 노 전 대통령은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볼 수 없다. 그 같은 노 전 대통령이 그리워지는 한 앞으로 한국정치의 희망은 없다.>>

손 교수의 “한국정치의 희망은 없다”는 좌절감에 그래도 희망을 거는 정치사상 학자도 있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 후 나온 ‘포퓰리즘-현대 민주주의의 위기와 선택’을 2월 29일 낸 서병훈 교수<1955년생. 연세대 정외과 학사(79년), 미 라이스대 정치학박사(88년), 숭실대 사회과학 대학장.(2006년-현재), 한국정치사상학회장. ‘자유론’(2005년)등 저자>. 그는 ‘포퓰리즘’을 “민주주의로 포장된 대중 영합적 정치노선”으로 정의해야 한다며, 너무 ‘대중영합적 인기전술’, ‘민중주의’, ‘인민주의’로 번역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서병훈 교수는 포퓰리스트 노 전 대통령을 ‘민중주의자’나 ‘대중영합적 인기전술 주의자’ 로 보지 않는다. 이를 요약한다.

<<노무현 정권은 ‘강남사람들’로 표징되는 한국사회의 주류에 대해 산발적 공세를 전개하기도 하지만 ‘타락한 엘리트’와 ‘도덕적 인민’의 대립구도를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심각하게 부각시키는 정도는 아니다.…노 대통령이 비속어를 자주 쓰는 것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2007년 9월7일 그는 “소위 진보적 언론이라고 하는 언론도 일색으로 저를 ‘조지는’ 것이죠”라고 했지만 청와대 홈페이지는 ‘조지는 것’을 ‘공격하는 것’으로 바꿔 쓸 정도로 타협적이다.>>

노 전 대통령, 손호철, 서병훈 교수 세 사람이 정담(鼎談)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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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