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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의 대중문화산책] 유행처럼 번지는 '아이스버킷 챌린지'

필요한 곳 꾸준한 관심과 실천이 중요
루게릭병 환자를 돕는 기부 캠페인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기가 뜨겁다. 이 현상은 화제가 되거나 성공신화를 이루면 쏠림이 강한 우리 사회 냄비현상의 재탕이라 보기엔 유명 연예인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며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과시 행위이거나 홍보전략’이라고 폄훼하거나 ‘박하다, 진심이 아니다’라는 부정적인 반작용도 생성되고 있다.

솔직히 이 기부 캠페인의 취지나 목적에 동의한다면 참여하면 되는 일에 왜 이리 말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얼음물 샤워는 루게릭 환자들을 위한 캠페인의 일환이다. 첫 도전자인 보스턴 대학의 야구선수 ‘Pete Frates’는 루게릭 질병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방식은 이렇다. 참가자는 동영상을 통해 세 명의 사람을 지목하고, 24시간 내에 이 도전을 받아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10달러를 기부하든지 얼음물을 맞는 대신 100달러를 미국 ALS협회에 기부하든지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그 후 지목된 참가자가 얼음물을 뒤집어쓰며 또 3명을 지목하는 방식이다.

2014년 6월 30일 미국의 한 골프 채널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리오넬 메시, 빌 게이츠 등 세계적 인사들이 참여했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지목되었지만, 100달러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응답했다. 러시아 대통령인 푸틴도 지목된 상태고 조지 전 미국대통령도 참여 후 빌 클린턴을 지목한 상태다. 지난 21일 밴드 로열파이럿츠는 일본 공연 후 아시아 3개국의 화합을 도모하는 취지라며 3개국 정상인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주석, 일본의 아베 총리를 지목해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 ‘아이스버킷 챌린지’ 도전은 페이스북 한국대표 조용범과 가수 팀이 시작했다. 이후 조인성, 최민식, 유재석, 류현진, 지드래곤, 강호동, 최강희, 루나, 이종석, 한상진, 이상윤, 지진희, 김원준, 유아인, 남궁연, 서문탁 등이 SNS에 인증 샷을 공개하며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비는 루게릭병 신약 개발을 위해 1억 원 기부 의사도 밝혔다. 배우 김보성은 초등학교 6학년 아들 허영우군과 함께 도전한 후 실베스터 스탤론 등을 지목했다. 김구라에게 지목된 가수 윤종신도 라익, 라오, 라임 삼남매와 함께 참여했다. 연예인들만 이 캠페인에 참여한 게 아니다. 권영진 대구시장, 테니스선수 김형택, KBS 문보현 드라마 국장, 인천아시안게임 김영수위원장, 광주 동부경찰서 의경들도 참여했다.

많은 연예인들이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좋은 의도로 참여했을 것이라 믿고 싶다. 하지만 언론 매체에서 이 운동의 본질보다는 스타의 화제성에 집중하는 다른 방식의 소비로 원래의 좋은 의도를 왜곡시키는 현상은 문제다. 이에 좋은 기획의도를 잊은 일부 연예인들이 화제를 모으기 위해 황당한 멘트를 날리거나 검은 속옷에 흰 티셔츠를 입고 참여해 속옷 노출로 화제를 모아 비난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은 3명을 지목하지 않거나 ‘기부만 하겠다’며 장문의 글을 작성한 연예인들이 큰 지지를 받고 있을 정도로 과부하 상태다.

‘얼음물 샤워’는 차가운 얼음물이 닿을 때의 피부에서 느끼는 고통과 짜릿함이 루게릭병과 유사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차가운 얼음물을 맞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 연예인의 표정을 보는 즐거움보다는 그 고통에 공감하고 기부문화에 동참하는 자세가 이 캠페인의 핵심이다.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홍보 전략으로 이용하건 어찌하건 기부문화 확산에 도움에 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일단 좋은 목적으로 진행되는 기부 캠페인이 줄줄이 사탕 식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지니 이 캠페인의 마케팅은 성공한 셈이다.

길을 가다 허름하게 자신이 키운 채소를 파는 할머니만 봐도 마음이 짠해 필요 없는 것도 하나 사주고 싶은 게 사실이다. 루게릭병 환자들 말고도 세상엔 도움이 필요한 단체나 사람들과 말없이 기부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무수하다. 내 경우엔 음악성이 있지만 힘든 환경에서 활동하는 인디뮤지션들에게 한마디 응원과 밥이라도 한 끼 사주면서 그들의 음악에 대해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호들갑스러운 이벤트보다 남들 모르게 꾸준하게 관심 있는 곳에 기부 행위를 실천하는 진심이 새삼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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