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과 휴식형 테마공원으로 변신가족 위한 놀이공원으로 새롭게 탄생 예정드라마, 영화, 가수 뮤직비디오, 사진 촬영지로 각광가족 위한 놀이공원으로 새롭게 탄생 예정

서울 중랑구 망우동 용마산 중턱에 위치한 용마랜드에 다녀왔다. 3인조 혼성밴드 크랜필드를 소개하는 칼럼에 필요한 사진촬영을 위해서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현실에서는 이뤄지지 않는 소년의 무지개 꿈을 연상시키는 크랜필드의 음악을 표현하기에 그만인 각종 놀이기구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유일한 버려진 놀이공원이기 때문. 현재는 탈의실 등을 갖추고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에게 입장료 5000원을 받아 관리되고 있다.

대형 놀이시설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복잡한 동네를 지나 산 중턱의 정문에 도착하니 관리인이 문을 열어주었다. 멈춰있는 회전목마는 그 화려한 자태가 여전해 묘한 쓸쓸함이 느껴졌다. 운행을 중단한 지 오래된 바이킹을 비롯해 각종 놀이시설들은 녹슨 상태였지만 사진촬영 배경으로는 매력적이었다. 2시간 동안 밴드 멤버들의 피쳐 사진촬영을 했다. 놀이기구를 이용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없었지만, 심심치 않게 찾아오는 연인들과 카메라맨들이 구석구석을 누비며 셔터를 누르며 용마랜드의 적막을 깨웠다.

1986년 문을 연 서울 최대의 야외수영장, 눈썰매장을 보유했던 1,470평 넓이의 용마랜드는 90년대 초반까지 호황을 누렸다. 이후 에버랜드, 롯데월드 같은 대형 놀이공원의 기세에 눌려 영업이 부진해지면서 결국 2011년 문을 닫았다. 폐업이후 불량 청소년들의 아지트로 변하면서 모두가 기피하는 우범지대로 추락했다. 용마랜드가 촬영장소로 주목받게 된 것은 2013년 이곳에서 촬영한 가수 백지영의 '싫다' 뮤직비디오 때문이다. 이후 걸그룹 크레용팝의 '빠빠빠' 뮤직비디오와 JTBC 드라마 '무정도시', SBS 드라마 '황금의 제국', 영화 '표적' 등에서 비밀 접선 촬영지로 이용되면서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최근 버려진 놀이공원 용마랜드는 드라마, 영화,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나 사진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시내에 위치해 접근성이 비교적 좋은 이곳은 그 특유의 빈티지한 색감을 담으려 사진촬영을 위해 찾는 일반인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용마랜드를 관리하고 있는 윤모 관리인은 "회전목마는 미국 찬스사 제품인데 우리나라에 한 대밖에 없어요. 오래된 놀이공원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도색도 안 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에버랜드, 롯데월드 같은 대형 놀이공원의 기세에 눌려있던 용마랜드는 바로 밑에 추진되던 스포츠센터 사업이 1999년 무산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공사 중 부도가 나 5층짜리 체육관은 골조만 완성된 채 방치됐고 수영장도 폐허로 변했다. 2007년엔 한 스포츠센터 개발업자가 개발권을 따낼 목적으로 운영자에게 몰래 마약을 복용시켜 누명을 씌우려다 적발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지금까지 스산한 폐놀이공원으로 방치돼왔다.

화려한 최신식 놀이기구들을 내세운 대형 놀이공원들의 틈새에서 용마공원 같은 소규모 놀이공원은 무관심 속에 점점 사라져가는 게 현실이다. 이는 대형마트에 밀려 사라지는 동네 구멍가게나 전통시장들의 운명과 비슷하다.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깔끔한 리모델링을 통해 변신에 성공한 전통시장처럼 한때 10여 개의 놀이 기구마다 반짝거리는 전구로 동심을 사로잡았던 서울 중랑구 '용마랜드'가 5만 평 규모의 테마공원으로 탈바꿈한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용마랜드 터 개발은 인근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 평산 신씨 종중에서 소유하고 있는 용마랜드 땅은 그동안 투자나 개발 없이 방치되었지만 종중에서 182억 원을 투자해 새로운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새로 들어설 테마공원은 하급자·상급자 코스별로 각종 장애물을 통과하며 산악 체험 훈련을 하는 에코 어드벤처, 지역 주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캠핑존, 주민들의 여가생활을 위해 마련한 아트컬처존, 먹거리체험존, 역사탐방존, 허브빌리지 등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경쟁이 치열한 대형 놀이공원 같은 화려한 놀이기구 대신에 가족들을 위한 각종 체험과 휴식형 공간으로 바뀌는 셈이다. 향후 용마랜드 개발은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착공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25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ㆍ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