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아름답게… '치유의 가락'때 묻지 않은 순수한 노랫말… 특유의 미성 '여심' 파고들어슬픔이 농축된 '어릴 때' 백미

권나무
포크 싱어송라이터 는 청자의 가슴을 멍들게 할 치명적인 매력과 성장 잠재력을 지닌 기대주다. 예명 '나무'는 고 김광석이 부른 동명의 노래를 듣고 마치 자신의 이야기 같은 감명을 받고 스스로 작명했다. 그의 노래 가락은 단순하지만 절망적인 아픔을 아름다운 가사로 승화시킨 노랫말과 유려한 멜로디가 빚어내는 울림의 파장은 크다.

1집 타이틀곡 '어릴 때'의 러닝타임은 6분을 훌쩍 넘기는 대곡이다. '꿈만 같던 순수하고 어린 시절'을 누구나 공감할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 그리고 때 묻지 않은 특유의 미성으로 들려주는 이 노래는 청자를 돌아가고픈 그 시절로 인도하는 블랙홀 같은 마력을 발휘한다. 클럽 바다비에서 열렸던 1집 발매 기념공연은 비록 작은 공연장이었지만 실내를 가득 채운 관객들의 열기에 놀랐고 90%이상이 여성관객이라는 점에 한 번 더 놀랬다.

의 노래는 마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말하는 것 같다. 실제로 그는 충남 서천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하고 있는 현직교사다. 보통 포크가수들은 감정을 잡기 위해 눈을 감고 노래하거나 관객들과 시선을 맞추지 않는 경향이 있다. 는 달랐다. 착한 미소를 머금으며 눈을 지그시 뜨고 객석을 바라보며 관객 한명 한명이 마치 자신을 위해 노래를 들려준다고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다정하게 바라보며 노래를 불렀다. 독특했다. 여성싱어송라이터 빅베이비드라이버는 '그게 바로 여심을 파고드는 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그의 성장속도는 LTE급이다. 지방에서 활동하면서 가내수공업 공정으로 두 장의 정규앨범 급 비공식 EP를 제작했던 그가 인디 포크 팬과 평단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4년 EBS '스페이스 공감' 5월의 헬로루키에 선정되면서부터다. 2014년 11월 첫 정규 앨범 <그림>을 발표한 는 타이틀 곡 '어릴 때'로 2015년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처음으로 신설된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의 원년 수상자로 결정되며 핫 신인뮤지션으로 급부상했다.

첫 술에 한국대중음악상까지 수상한 는 아직 음악적으로 완성 체는 아니다. 하지만 의 노래는 자신만의 색채가 선명하다. 마치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소년 같은 순수한 미성으로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는 신선한 창법은 구사하지만 노래를 지배하는 분위기는 70-80년대의 고전적 포크에서나 경험할 아련하고 슬픈 정서로 가득하다. 화려한 편곡 구성없이 꾸밈없는 음색과 따뜻한 선율 그리고 아름답게 조탁한 가사만으로도 진한 감흥을 안겨주는 뮤지션은 흔치 않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스토리텔링 위주로 전개되는 대부분의 노래들은 대부분 4분을 가볍게 넘길 정도로 길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절박한 상황에서 그를 구원하고 치유해 준 것은 자신의 노래였다. 하지만 자신의 노래가 청자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노래는 계속 하고 싶어요. 지금 라는 뮤지션은 내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기에 이야기 거리가 고갈되던지, 없는 걸 억지로 만들어낸다던지, 예술적 관점에서 진정성이 훼손되는 거짓말 같은 노래를 만들게 되면 더 이상 활동을 못할 것 같습니다. 그게 유일한 두려움입니다."()

"저란 인간은 엄청 대단한 걸 만들겠다, 대가가 되겠다는 열망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얼마나 또렷하게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먼 미래에는 아름다운 것들을 제 음악에 배치할 수 있는 멋진 음악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살짝 생기네요."() 활동에 대한 욕심은 크게 없지만 그는 좋은 음악을 계속한다면 근사한 음악동지와 친구들을 만날 것이란 기대감을 품고 있다.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는 '어릴 때'이지만 1집의 백미는 그의 슬픔이 농축되어 있는 '노래가 필요할 때'와 '밤하늘로'라고 생각한다. 그건 단순한 노래의 의미를 넘어 인생의 노래다. 그의 창작 샘에선 아름다운 곡들이 콸콸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계속 곡을 쓰지만 예전에 만든 노래가 많아 금년 내로 2집을 낼 계획입니다. 3집을 만든다면 포크에 기반을 둔 신디사이저가 들어간 세련된 곡도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글ㆍ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