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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특권'만은 절대 포기 못하겠다는 국회에 고(告)하노라

신율 명지대 교수, "국회의원들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 받아들여야"
스웨덴 등에선 국회의원의 무노동 무임금 원칙 철저히 지켜지는데..
각종 특권 내려놓아야 진정한 민의 대변할 수 있어..국민들 예의주시
  • 신율 명지대 교수
[전문가 칼럼=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지금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바로 원(院)구성이다. 더불어 민주당의 정세균 의원이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9일 공식 선출됐다. 국회의장 자리에 앉을 주인이 가려지면서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자리는 새누리당에 돌아가는 등 상임위원장 자리의 주인이 줄줄이 채워지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국민의 당이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 국회가 지금 제 할 일을 못하고 있으니 세비, 그러니까 월급을 받지 말자고 제안한 것이다.

국민의 당 안철수 대표는 6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제 때 일을 시작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당은 원 구성이 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국회의원에게 세비로 시비 거는 게 제일 유치하다"며 반발했다. 여기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차원을 떠나 중요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국회가 제 일을 못하고 있어 세비를 받지 말자고 한 측이나, 이를 두고 유치하다고 비판한 측 모두, 국회의원의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대한 법제화를 논점화하지 않은 채, 일종의 이벤트성으로 이번에는 월급을 받지 않겠다 혹은 그것이 유치하다는 비판만을 했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적용하는 나라를 발견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경우, 의원들의 본회의와 상임위 출석률, 그리고 법안 발의 건수와 발의한 법안이 얼마나 통과됐느냐에 따라 의원들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법으로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19대 때 의원들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었지만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경우 시끄러우면 일단 법안을 발의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그냥 놔둬 슬그머니 폐기시켰다는 얘기다.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서 국회의원들이 제외된다는 사실 자체가 이들이 상당한 특권을 누리고 있음을 반증한다. 실제 국회의원들은 상당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총선 때마다 공약하고, 국회 임기가 시작될 때면 특권 포기 주장이 봇물을 이루는 것 또한 우리의 과거 정치사에서 거의 습관처럼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모습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대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공약이 등장했었다. 여야 3당의 정치개혁 공약을 살펴보면, 새누리당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과 면책특권의 개선, 국회의원 윤리심사 강화 등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는 정당 고액 특별당비 내역 인터넷 공개, 일정 금액(약 500만원) 이상 수수한 자에 대해 기소법정주의 도입 등을 내걸며 ‘투명성’을 약속했다.

국민의 당은 정치인 낙하산 임명 금지(3년 이내 공기업 등 이사·감사로 선임 금지), 정치자금 회계감사 및 공개 의무화(선관위 지정 회계법인에서 감사), 국민 발안 국회 심의제 및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었다.

초선을 포함해 20대 국회의원들은 지난 5월 8일 '의원 특권'을 내려놓고 민심과 함께 호흡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포한바 있다.

이들은 또한 특권을 내려놓는다며, 세비 30% 삭감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공약들과 정치적 주장들만 보면, 분명 그동안 문제가 돼왔던 국회의원 특권의 축소와 정치자금의 투명성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과거에도 똑같은 공약이 있었고, 지금과 똑같은 주장이 나왔었지만 바뀐 것이 하나도 없기에, 이번에는 믿어 봐야한다고 주장할 근거는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의원들에 대한 적용 문제도 그렇지만, 지난 5월 11일 국회에 열렸던 20대 국회 초선의원들을 위한 워크숍 격 행사를 봐도, 이런 희망이 근거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 행사는 132명 초선의원들을 대상으로 정치 선배와의 대화, 정의화 국회의장 및 당 대표들과의 오찬, 국회 본회의장 전자투표 시연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오전 강연이 끝나고 점심을 먹으로 갈 때 문제가 불거졌다.

오전 행사가 열린 의정관에서 오찬장소인 국회의원회관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회 앞 잔디밭을 약 100m 가량 가로지르면 된다. 아무리 느린 걸음으로도 5분이면 뒤집어 쓸 거리다. 그런데 이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우등버스 6대가 동원됐다.

의원회관에서는 한 술 더 떴다. 직원들이 의원들의 이동을 위해 미리 엘리베이터를 잡아 놓은 것이다. 홀수 층을 운행하는 엘리베이터 3대를 묶어 의원들과 귀빈들만 이용하도록 '특별 배려'했다.

이런 유난스러움 덕분에, 이 때 의원회관을 방문한 민원인들과 직원들은 큰 불편을 겪었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초선 의원들이 올라가야 할 층수는 단 한 층이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걸어서 올라가면 그만이었다는 뜻이다.

20대 초선의원들 이같은 행동을 볼 때, 앞서 언급했던 특권 관련 공약들은 다시금 허공으로 날라 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 수밖에 없다.

물론 이 대목에서 “초선 의원들은 죄가 없다. 단지 국회 사무처가 오버했을 뿐이고 이들은 그냥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다”라는 주장을 펼수도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국회 사무처가 잘못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국회 사무처는 관행에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사 국회 사무처가 이들 초선 의원들의 이동을 위해 버스를 제공했다 하더라도, 이들은 탑승하지 않은 채 걸어서 이동할 수도 있었다.

이들의 자발적 선택에 대해 비난할 이는 아무도 없을 터이다. 또한 엘리베이터를 잡아놓고 기다렸다고 해도 이들은 계단을 선택할 수 있었다. 계단을 이용한다고 제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겠는가. 이같은 점을 두루 감안할 경우, 초선 의원들은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의원들의 특권을 놓고 보면. 국회는 치외법권 지역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불체포특권, 면책 특권도 그렇지만, 이들이 받는 돈 중에서 세금이 면제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태반일 텐데, 이들 국회의원이 받는 입법 활동비와 특별활동비는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다. 자신들은 세금을 제대로 안내면서 국민들한테 세금 운운하는 모습을 보면, '가소롭다'는 표현이 절로 떠오른다.

뿐만 아니라, 이들 국회의원은 예비군 동원과 민방위 훈련도 면제된다.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고, 일반 국민들이 하는 일은 별 볼일이 없기 때문에, 의원들을 예외로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간다.

오히려 일반 국민들이 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가 이 정도 버티면서 유지되는 것은 일반 국민들 덕분이지, 권력 추구에만 급급해온 국회의원 덕분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즉, 국민들이 각기 제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유지되는 것이지, 허구한 날 막말하는 의원들 덕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들이 민방위나 예비군을 면제받을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또한 국회의원에게 왜 차량유지비를 세금으로 대 줘야하는 지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럽의 의회의원들은 자전거로 출퇴근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심지어 독일 통일을 이뤘던 헬무트 콜 총리는 총리시절 항상 조수석에 앉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대중교통은 고사하고 국회 경내에서 조차 걸어다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국회를 출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기분 나쁜 것이 국회의사당 출입에 관한 문제다. 국회의사당 정문에는 붉은 카펫이 깔려 있다. 이 카펫은 국회의원들과 장차관 정도만 밟을 수 있다.

도대체 왜 국회의사당 정문에 이런 카펫이 깔려야 하는지도 의문이고, 왜 이 카펫을 일반인들은 밟아서는 안 되는지도 납득이 안된다.

일반인들은 국회의사당 정문이 아니라, 본관을 한 바퀴 삥 돌면 나오는 민원실에서 출입증을 바꾸고 나서야 국회의사당에 들어갈 수 있다. 보안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본관 정문에 보안 검색대를 설치하면 별로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인데, 아직도 우리 국회는 이런 모습을 그대로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이런 분위기를 즐기면서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니 어쩌니 떠드는 것을 보면 정말 고개가 갸웃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한마디 안 할 수 없다. 권위는 자기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점이다. 즉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특권과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권위주의적 절차를 통해 자신들의 권위를 세우려 한다면, 이는 일반 국민들에게 인정받을 수 없을뿐 아니라 저항만 불러일으킨다는 얘기다.

자신들이 진정한 권위를 누리려 생각한다면 오히려 자세를 낮추고 행동의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통해 진정으로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때 비로소 국민들은 국회의원의 권위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번 20대 국회부터라도 국회의원들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국민들이 알게 모르게 시퍼렇게 눈을 뜬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1987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유학을 떠났다. 1991년에 독일 프라이브르크 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1995년 독일 프라이브르크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후 귀국해 1996년 9월부터 현재까지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세계지역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KBS 생방송 심야토론 MC를 시작으로 현재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YTN TV의 '신율의 시사탕탕'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19대 총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으며, 이번 20대 4·13총선에서도 여당이 과반을 넘지 못해 여소야대 정국이 될 것임을 총선 전 컬럼을 통해 수차례 밝혀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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