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모에게 나타나는 골다공증성 압박골절 -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에게서 가끔 들을 수 있는 말씀. “내가 젊어서 애를 낳을 때, 허리로 낳아서 그때부터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아이를 허리로 낳았다는 표현이 정형외과 척추.허리 전문의인 필자에겐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여기서 필자의 개인적인 기억 하나. 둘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일이다. 당시 일요일 새벽에 진통이 와서 자연분만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이제 아이가 다 내려왔다’라며 아내에게 힘을 주라고 했다. 그런데 힘만 주면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필자가 한 일은 박자에 맞춰서 배를 쑥 눌러주는 것이었다.

요새처럼 무통분만이나 출산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었던 옛날이라면, 출산의 고통 때문에 허리를 과도하게 움직이거나 비트는 과정에서 정말로 허리로 애를 낳았다고 할 만큼 허리부분이 많이 상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출산 후 6개월째인 30대 후반의 여성환자였다. 한 달 전부터 허리가 아팠다고 했다. 임신하고 출산할 때까지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출산 후 최근 1달 전만해도 수유할 때 통증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앉았다가 일어날 때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수유할 때도 너무 힘들어서 수유도 중단하고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x-ray사진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병원에서 권하는 대로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하며 지냈다고 했다.

그런데 허리통증은 전혀 나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주위 어른들이 ‘애를 허리로 낳아서 그렇다’라며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했다. 환자는 어른들 말씀에 ‘허리가 아프려면 출산하고 곧바로 아파야지 왜 한참 있다가 아픈걸까?’ 라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나서 곧장 필자의 병원을 찾아왔다. 환자는 필자에게 “통증의 원인이 어떤 건지 정확히 진단하고 나서 주사치료, 약물치료를 받아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수유도 중단했다고 했다. 수유를 오래 해주고 싶었지만, 엄마가 아프면 육아가 되질 않는다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x-ray와 MRI 촬영을 했다. MRI결과를 보고 환자와 보호자는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요추 압박골절이었던 것.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2군데였다. 요추2번, 요추 3번 압박골절이었다. 압박정도는 심하지 않았으며, 추간판 탈출증(디스크)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말해 디스크는 괜찮고 척추뼈가 골절되어 통증이 생겼던 것이었다. 넘어지지도 않았고 부딪치지도 않았으며, 단지 5개월 된 아이를 안고 수유만 했을 뿐인데도 척추뼈가 골절이 된 경우였다.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2개씩이나 골절된 드문 경우였다. 환자와 보호자는 믿어지지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이게 바로 골다공증성 압박골절이다. 골다공증성 압박골절은 50-70대 장,노년층에서 흔한 질병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골다공증이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하여 가벼운 충격에도 척추골절이 생기는 경우랄 수 있다.

그런데 이와는 다르게 임신이나 수유 중에 산모의 체내에 있는 칼슘이 빠져나가면 젊은 여성에서도 골다공증이 생기게 된다. 이런 경우에도 특별한 원인 없이 척추골절이 생기고 또한 한군데가 아니고 여러 군데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전반적으로 심한 골다공증이 발생한다는 말이다.

내분비적으로 특별한 이상이 없고, 압박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치료는 보조기, 진통소염제, 칼슘제를 처방하게 된다. 이렇게 안정을 취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통증도 나아지면서 몸상태도 호전된다. 태어난 아이에게만 관심과 정성이 쓰이게 되는 출산 전후. 이 때가 바로 칼슘섭취를 포함한 산모의 영양상태에 신경을 써야할 때다. 엄마의 건강이 지켜져야 아이도 잘 돌볼 수 있는 법이다.

달려라병원 이성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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