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TV 자막에 언 듯 500회 특집에 대한 멘트가 나와서 뭔가 하고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500회 특집, 1000회 특집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라서 아마 알찬 내용으로 구성되었으리라고 기대하고 보았더니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가 500회 특집으로 ‘4,500km 캐나다 대 횡단’편을 방영한다고 했다. 대륙의 서쪽인 벤쿠버에서 출발해 3천 미터 급 높은 산과 울창한 숲, 광대한 빙하, 보석처럼 빛나는 호수들로 가득차서 세계에서 아름다운 천혜의 비경으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캐나다 쪽의 로키산맥을 지나 토론토를 거쳐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횡단철도와 자동차를 이용한 최소 4박 5일 일정의 여정에 대한 소개였다. 혹시 캐나다에 많이 자생하는 엘크에 대한 소식이 없을지 궁금해 하다가 화면에 덩치 큰 사슴을 엘크라고 소개하는 것을 보고 감회가 남달랐다. 그리고 숲속 여기저기에 자연스레 떨어진 사슴의 뿔이 널려있어 새로웠다. 새봄에 연한 나뭇잎이 생기고 가을에 낙엽으로 떨어지듯이 사슴의 뿔도 새봄에 생겨나서 6개월 정도 지나면 차츰 털이 빠지고 딱딱한 뿔로 변하는데 이것을 떨어지기 전에 채취한 것이 생각(生角)이다. 생각은 털이 있다. 이 때 채취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낙각(落角)이라 한다. 낙각은 털이 없어 매끈하다. 이 둘 다 녹각(鹿角)으로 치지만 털이 있는 생각이 낙각보다 효능이 낳은 것으로 쳐서 더 선호한다. 녹각이 한의원에 들어올 때는 얇게 저며서 들어오는 관계로 생각(生角)인지 낙각(落角)인지 구별하기 어렵고 매화록인지 마록인지도 품종구별이 어렵다. 대개 수컷에 있는 사슴뿔이 딱딱하게 변화하는 이유는 짝짓기 할 때 뿔로 박치기하면서 남성성을 뽐내 암컷을 유혹해서 후손을 낳을 목적이다. 녹각은 녹용(鹿茸)과 같은 것으로 단지 뿔이 딱딱해진 것이다. 물론 녹용보다는 못하지만 녹용에 준하는 성질을 지닌다. 녹각은 성질이 따뜻하고 독은 없으며 맛은 짜다.(溫鹹) 녹용의 강근골(强筋骨)과 온신양(溫腎陽)의 역할이 있으며 여기에 행혈소종(行血消腫)이 있다. 혈액을 잘 돌게 해서 종양을 없앤다는 뜻이다. 특히 자궁내막염이 있을 때 녹각을 많이 쓴다. 당귀(當歸)와 함께 쓰면 임신 중 하혈이 그치지 않는 증상에 쓸 수 있다. 녹각은 뼈가 단단해서 유효성분이 잘 우러나올 것 같지 않아 ‘곰국’을 끓이듯이 해서 녹각교(鹿角膠)란 한약재를 만들어 쓴다. 녹각을 썰어서 물에 넣고 맑은 물이 될 때까지 물을 갈아주어 두유(豆油)나 각설탕, 혹은 막걸리를 넣어서 문화(文火) 즉 약한 불로 오랫동안 달여서 농축해서 반투명한 색깔을 띤 고체상의 아교질 덩어리가 될 때까지 달인다. 녹각 대신에 사용하며 녹각보다 효과가 좋고 쓰기가 편리하다. 녹각교 역시 녹용만은 못하지만 효능 또한 녹용과 비슷하다. 아교질로 되어 있어 녹각과 달리 지혈(止血)작용이 녹각보다는 뛰어나다. 허약 체질의 정기를 북돋우고, 정력을 강화시켜줘서 고추가 딱딱하게 발기되지 않고 시들해져서 말라비틀어지는 증상인 양위(陽痿) 즉 발기부전에도 쓰이며 정액을 흘리고 다니는 누정(漏精)이나 삽입하자마자 사정하는 활정(滑精)뿐 아니라 요통(腰痛)이나 코피, 토혈(吐血), 붕루(崩漏)등에도 두루 쓰인다. 거북이 등딱지인 구판(龜板)을 녹각교처럼 오랫동안 달여서 만든 구교(龜膠)와 배합해서 깡마른 사람의 요통에 쓴다. 숙지황, 당귀와 함께 써서 생리불순과 태루(胎漏)즉 유산에 사용할 수 있다. 녹각에서 녹각교를 만들고 남은 골질(骨質)을 건조한 것도 한약으로 사용하는데 녹각상(鹿角霜)이라고 한다. 칼슘 덩어리라고 보면 된다. 무언가에 긁히거나 칼로 베일 때 굴껍질인 모려(牡蠣), 갑오징어 뼈인 오적골 즉 해표초(海螵蛸) 가루를 베인 곳에 뿌려준다. 이들은 모두 칼슘으로 프로트롬빈을 트롬빈으로 활성화시켜 피딱지를 만드는데 촉매 역할을 한다. 모려나 해표초의 가루는 너무 건조해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녹각상의 성질은 이들만큼 건조하지 않고 적당해서 허(虛)한 사람의 지혈에 쓸 수 있다. 생리할 때 댐이 터지듯이 하혈하는 붕(崩)이나 금이 가서 새듯이 조금씩 질질 계속 나오는 루(漏)에 쓸 수 있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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