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시점 촬영(POV: Point of View Shot)

‘시점 촬영 A point of view shot: POV shot’ 혹은 ‘주관적 카메라 a subjective camera’는 등장 인물이나 사건 전개가 카메라를 통해 구현되는 것을 지칭한다.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모든 사건은 엄밀하게 이야기 하면 카메라 렌즈가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카메라는 대체적으로 주인공의 시선에서 스토리가 전개되는 1인칭 시점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외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1인칭인 주인공,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는 2인칭 상대방 그리고 1,2인칭 모두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제 3인칭 시점(전지적 시점)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방식도 사용되고 있다.

화면 전개 방식으로는 카메라가 주변 등장 인물과 주변을 비추어 주면서 상황을 이해하도록 해주는 방법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시점 촬영’이 가장 많은 효과를 거두는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이창 Rear Window>(1954)-아파트 건너 이웃 여성의 일거수일투족을 훔쳐보고 기록하는 사진 작가의 행동처럼 쌍안경, 카메라 렌즈, 열쇠 구멍 등을 통해 사건 상황을 이해 시키는 경우

2). 조나단 뎀 감독의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1991)-피해 여성들의 피부를 도려내서 보관하고 있는 엽기적인 연쇄 살인마 버팔로 빌. 지하실에 은둔해 있다가 FBI 수습요원 클라리스 스탈링의 추격을 받자 적외선 안경을 착용하고 스타링의 행동을 감시한다. 이 장면은 용의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3). F. W. 무르나우 감독의 <마지막 웃음 Der letzte Mann>(1924)-나이 들어서 해고된 호텔 도어맨. 술에 취한 그가 신세 한탄을 하고 있을 때 카메라가 흡사 우주 유영을 하듯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실직한 도어맨의 우울한 심적 상태를 드러내 주고 있다.

4). 로버트 몽고메리 감독의 <호수의 숙녀 Lady in the Lake>(1947)- 범죄 잡지 여성 편집장은 직장 상사의 부인이 실종됐다는 것을 알고 사립 탐정 필립 마로우를 고용한다.

탐정은 피살된 부인의 범인을 찾기 위해 용의자들을 탐문해갈 때 대형 거울을 등장 시켜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과 탐정의 심리적 시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시도를 했다.

5). 루게로 데오다토 감독의 <카니발 홀로코스트 Cannibal Holocaust>(1980)-아마존 정글에서 실종된 다큐멘터리 제작 스탭진. 이들의 행방을 찾아 나선 학술 탐사 교수팀은 실종자들이 촬영했다고 추정된 필름을 발견한다.

이후 입수한 촬영 필름은 실종자들의 시점으로 자신들의 행방의 단서를 제공하는 물증 역할을 하게 된다. <카니발 홀로코스트 Cannibal Holocaust>(1980)에서 등장 시킨 ‘우연히 찾아낸 동영상 자료 found footage’가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된다는 설정은 <블레어 워치 프로젝트 The Blair Witch Project>(1999)에서 다시 재현되면서 공포 영화의 단골 ‘전개 방식 cliche’이 된다.

6).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테이터 The Terminator>(1984)에서는 기계 인간 터미네이터, <터미네이터 2 Terminator 2: Judgment Day>(1991)의 T-1000(로버트 페패트릭 분) 등을 통해 인간이 아닌 로봇 시점에서 사건 상황을 펼쳐주는 등 시점 영역을 확대 시키는데 공헌한다.

7). 오우삼 감독의 <첩혈쌍웅 The Killer>(1989)에서는 날아가는 총알,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로빈 훗: 도둑의 왕자 Robin Hood: Prince of Thieves>(1991)에서는 쏘아진 화살 시점으로 상황을 보여줘 관객들에게 ‘시점 촬영’의 다양한 테크닉을 체험하게 한다.

8). 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의 <실비아의 도시 Dans la ville de Sylvia>(2007)에서는 6년전 만난 미모의 여성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무명 화가의 시선으로 극이 전개된다. 이런 설정은 피해 여성의 의견이 무시될 수 있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 된다.

‘시점 촬영’은 극중 주인공이 처한 심리적 상황에 관객들도 적극 동참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 주는 편집 테크닉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주인공이 화면 밖의 풍경을 바라볼 경우 등장인물의 모습에 이어 목적지가 되고 있는 사물이나 제 3의 인물을 비추어 주는 ‘시선 동조 eyeline matches’, 현실과 상상 혹은 꿈 등 서로 다른 장면을 융합 시키는 ‘이중 구도 double imposition’ 등을 ‘시점 촬영’과 결합 시켜 화면 속에서 전개되는 사건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