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트래킹 쇼트(Tracking Shot)

기차가 운행되는 레일 위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인물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화면에 담는 촬영 기법.

‘달리 쇼트 a dolly shot’ 혹은 ‘트래킹 쇼트 trucking shot’라고 한다.

크레인 위에 카메라를 장착하거나 카메라 다리에 바퀴를 달아 대규모 전투 장면이나 집단적인 군무(群舞) 장면, 경찰 영화 등에서 수사관과 용의자의 긴박한 추격 장면 등을 화면에 담을 수 있게 된다.

특정 공간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거나 감출 수 있으며 배우들의 심리를 관객들이 보다 근접해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 대규모 인원이 동원된 장면의 웅장함을 실감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 등이 트래킹 쇼트가 널리 보급될 수 있는 장점이 된다.

영화학자들은 ‘트랙에 설치된 카메라가 전후좌우, 360도 회전, 등장 인물에게 직선으로 근접해서 다가 가거나 주위를 맴돌 수 있는 테크닉이 가능하게 돼 트래킹 쇼트는 영상에 활력을 부추겨 주면서 촬영 역사의 변혁을 추가 시킨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트래킹 쇼트’는 ‘트랙에 카메라를 설치했기 때문에 움직이는 배우나 물체를 화면에 안정적으로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트래킹 쇼트는 훗날 어깨에 카메라를 장착한 스테디캠(Steadicam), 손에 카메라를 잡고 작동할 수 있는 ‘핸드헬드 카메라 handheld camera’ 등으로 진일보하게 된다.

트래킹 쇼트를 시도해 영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왔던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1897년 R. W. 폴-빅토리아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 행사 전경을 담으면서 ‘팬 pan’ ‘틸트 tilt’ 기법을 사용해 수평과 수직으로 이동해서 화면을 담는다.

2). 지오반니 파스트로네 감독의 <카비리아 Cabria>(1914)-대각선 트래킹을 도입해 관객들에게 영화 장면으로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기회 제공. 영화계에서는 이같은 테크닉에 대해 ‘카비리아 무브먼트 Cabiria movements’로 명명한다.

3). 폴 페조스 감독의 <브로드웨이 Broadway>(1929)-연예계에 갓 데뷔한 미모의 젊은 댄서가 무대 뒤에서 펼쳐지는 음모, 탐욕 그리고 돈과 명예를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추잡한 세상 이면을 목격하고 그런 세계에 알게 모르게 관여하게 된다. 공중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휠 크레인 wheel crane’을 사용해 쇼 공연이 펼쳐 주는 휘황찬란함을 관객들에게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 시켜 준다.

4). 루벤 마몰리안 감독의 <송 오브 송즈 The Song of Songs>(1933)-인물이나 물체가 수평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휩 팬(whip pan) 촬영 시도.

5). 로이드 베이콘 감독의 <42번가 42nd Street>(1933)- 한명의 스타 배우 대신 수많은 무희(舞姬)들을 동원 시켜 브로드웨이 쇼를 공연한다는 내용. 연기자들 머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조감도(鳥瞰圖)와 흡사한 탑 쇼트(top shot)를 시도한다. 시시각각 변화를 시도하는 댄서들의 움직임을 전경으로 담아내 단체 댄스 장면의 화려함과 호쾌함을 동시에 전달하는 효과를 거둔다.

6). 스탠리 도넨 감독, 진 켈리 주연의 <온 더 타운 On The Town>(1949)-댄스 장면을 360도 팬으로 촬영.

7). 오손 웰즈 감독의 <악의 손길 Touch of Evil>(1958)-멕시코 국경 지대 마을. 살인, 납치, 경찰들의 부패상들이 얽혀서 혼란한 사회 풍경을 만연 시키고 있다. 오프닝 장면에서 무려 3분 넘게 트래킹 쇼트로 어둠이 깔린 저녁에 범죄 음모를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는 정경을 담아내고 있다.

8).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 À bout de souffle>(1960)-자동차 절도범이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파리 도로에서 만난 미국 저널리즘 전공 여대생에게 이태리로 함께 도망하자는 제안을 하지만 그녀의 제보로 좀도둑은 경찰의 총격을 받고 피살된다.

카메라를 손과 어깨에 매달고 촬영하는 핸드헬드 기법을 시도해 스토리의 진실함과 화면에서 전개되는 사건에 대한 공감대를 높여주는데 일조한다.

카메라를 향해 질문을 하거나 대화를 시도하는 등 파격적인 전개 방법 등을 시도해 60년대 프랑스 누벨 바그 운동의 화려한 출발을 선언하게 된다.

9).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 The Shining>(1980)-콜로라도주의 위치한 음산한 호텔. 폭설이 내린 후 가족과 체류하던 작가는 악령에 휘말려 가족들에게 도끼를 휘두르는 광기를 벌인다.

호텔 통로로 피가 흥건히 흘러 나오고 3발 자전거를 탄 대니(잭 니콜슨)가 좁은 객식 통로를 자유롭게 다니고 있는 정경을 흡사 물 흐르듯 스테디캠 트래킹 쇼트(Steadicam tracking shot)로 화면에 담아 촬영 역사의 한 획을 긋는다.

이처럼 트래킹 쇼트는 카메라의 움직임을 역동성 있게 만드는 견인차 역할을 해온다.

1976년부터 ‘스테디캠’이 발명되면서 달리고 높이 뛰어 오르고 허공에 올라서서 아래 풍경을 내려다 보면서 촬영할 수 있는 유연성을 부여한다.

관객들이 화면을 통해 ‘활어(活魚)’를 대하는 듯한 기분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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