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법은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 -

얼마 전에 필자는 독일에서 열리는 유럽 척추학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어 며칠 동안 베를린을 방문하고 왔습니다. 유럽에서 열리는 학회지만 저처럼 유럽 이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의사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지역의 의사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참석한 수많은 의사들이 모여서 다양한 발표와 최신 지견들에 대한 정보를 나눕니다.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훌륭한 도구를 통해서 과거보다는 훨씬 더 쉽게 시간을 절약하며 정보 공유가 가능해 졌지만 이번 모임 같은 오프라인을 통한 정보공유나 지식 습득 또한 아주 훌륭한 경험이었습니다.

학회에서는 자신이 연구하거나 경험한 여러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발표도 할 수 있고 어떤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권위자로 인정받은 대가들의 강의도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어떤 주제를 두고 찬반 논쟁을 벌이는 토론시간도 있습니다. 대부분 치료법에 이견이 있는 주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이번 학회에서 한 내용을 잠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허리에 생기는 병 가운데 척추 전방 전위증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이 병은 퇴행성으로 척추뼈가 서로 어긋나면서 척추 신경을 압박하고 그로 인해 허리, 엉덩이 그리고 다리 쪽으로 통증이 발생하는 병입니다. 이 병이 심하면 수술을 고려해야 되는데 그 수술방법에 관한 토론이었습니다.

먼저 A라는 수술이 좋다는 사람이 발표를 먼저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B라는 수술이 더 좋다는 발표를 누군가 합니다. 발표하는 사람들은 어떤 근거로 자신의 방법이 옳은지 여러 방법으로 증명을 합니다. 그리고 토론 시간을 가지고 난 뒤 참석한 사람들은 어떤 수술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지 투표를 합니다. 그리고 사회자가 최종적으로 투표 결과를 공개합니다.

진료를 받으러 오시는 여러 환자분들 중에 유독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것만 하면 좋아지나요?” 아마 이것은 이 병을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이 단 하나 존재하고, 의사가 권유한 이 치료가 바로 그 정답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겠죠. 환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점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병이 그러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병은 이런 치료라는 공식을 내놓을 수 있는 반면, 어떤 병은 A,B,C라는 치료법 중에 택일을 해야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사라면 누구나 느끼는 점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병원에서 아침마다 수많은 회의를 통해서 어떤 치료가 환자에게 좋은지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어떤 사람이 명의인가? 누구나 나름대로 생각하는 기준이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명의는 물론 그 정답을 많이 아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 A,B,C의 갈림 길에서 어떤 것이 더욱 환자에게 이로운 것인지 환자 처지에 맞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또한 그것을 환자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것만 하면 좋아집니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요즘 의료계에서도 심심찮게 나오는 광고 카피입니다. 의학이 더욱 더 발전해서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이런 시대가 오기를 저도 기대해 봅니다. 그전까지는 여전히 치열하게 고민하는 나날이 계속되겠지요.

달려라병원 정호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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