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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 박근혜 대통령 운명과 정국 ‘세 갈래 길’

탄핵, 하야(질서 있는 퇴진), 개헌 따라 박 대통령 운명, 정국 향방 달라져

탄핵시 헌재 결정이 관건…차기 대선 스케줄 영향

4월 하야하면 6월 대선…문재인-반기문 대결 양면성

개헌 되면 대선 앞당겨져…더민주, 민심 반대로 난항

3월ㆍ6월ㆍ8월 중 대선 가능성…새 정치 질서 형성 중요

박근혜 대통령 승부수 던져

박근혜 대통령이 또 다시 정치 승부수를 던졌다. 검찰의 거듭된 대면조사 요청을 끝내 거부하고 11월 29일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퇴진이라는 말을 꺼냈다. 박 대통령의 담화문 핵심 메시지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 박 대통령은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해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의 거취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지 않고 국회에 공을 넘긴 건 참으로 정략적이고 비상식적이다.

둘째,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이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사임이라는 말 대신 임기 단축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것은 탄핵이나 하야 대신 개헌을 통해 임기를 단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발상은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요구하는 200만 촛불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다.

셋째, 나는 물러날 만큼 잘못한 일이 없다. 박 대통령은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는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를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특검 조사에서 뇌물죄에 대한 대비책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문은 외형상 정치권의 ‘질서 있는 퇴진’을 수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퇴진 시기와 방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켰다. 탄핵 교란용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질서 있는 퇴진이 아니라 어지러운 퇴진의 길을 택한 것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 대표는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이 “사실상의 하야”라고 했지만 야당은 탄핵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부정행위로 퇴학 처분을 앞둔 학생이 조기 졸업을 요구하는 격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대통령 탄핵 ‘산 넘어 산’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 담화 이후 정국은 세 갈래 길로 압축됐다. 첫째, 대통령 탄핵이다. 새누리당 비주류로 구성된 비상시국위원회는 “대통령 스스로 사퇴 시한을 내년 4월말로 제시하라”면서 12월 9일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야당이 주도하는 탄핵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야3당 대표는 대통령 담화 발표 다음날 만나 “대통령은 조건 없이 조속히 하야해야 한다”며 “임기 단축과 관련한 여야 협상은 없다”는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담화 이후 비박계는 크게 흔들렸다. 문화일보가 대통령 담화 직후 비박계 의원 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 31명 중 탄핵 투표 시 찬성 19명, 반대 2명, 유보 10명으로 나타났다. 담화 후 9명이 입장을 바꾸었다. 대부분 영남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었다. 조선일보 조사에서도 비슷했다. 대통령 담화이후 7∼8명이 “야당이 협상을 거부한다면 탄핵에 찬성하기 어렵다”거나 “표결 불참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의 ‘닥치고 탄핵’은 역풍이 될 수 있다. 국민의당은 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오는 5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는 방안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 제안했다.

그러나 야3당이 여야 협상은 거부한 채 본회의를 개최한다고 하더라도 새누리당이 야당의 일방적 본회의 개최에 반발해 조직적으로 불참하거나 반대표를 던진다면 탄핵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탄핵 부결의 위험성이 있는 데도 왜 야당은 탄핵 표결을 강행하려고 할까. 일부에서는 야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아도 비박계가 결국엔 탄핵엔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만약 탄핵이 부결되면 성난 민심은 박근혜 퇴진을 넘어 새누리당 해체를 요구하면서 정국 주도권은 완전히 야당에게 넘어올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 같다.

여하튼 대통령이 탄핵되면 헌재 심판 기간에 따라 대선 시점이 결정된다. 야당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반이 명백하고 박한철 헌재 소장이 임기 중에 끝내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해 헌재가 빠른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헌재 소장 임기 만료 전인 1월 31일 이전에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헌법 68조에 따라 대선은 3월 말까지 실시돼야 한다. 대선이 이렇게 빨리 앞당겨지면 전국 순회 경선과 후보 단일화와 같은 변수들이 작용할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 당장 2월 말까지 정당별 후보 선출이 마무리돼야 한다. 시간이 촉박해 경선 일정 등을 단축하면서 자칫 전국 순회 경선 등은 치르지 못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지지율과 조직력이 승부를 가를 수 있다. 현재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확고한 지지층을 갖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돌풍을 일으키는 후보가 있다면 짧은 검증 기간으로 흠집이 나기 전에 대선을 치르게 돼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최근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안철수 의원을 제치고 문재인과 반기문에 이어 3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재명 성남 시장의 정치 아웃 사이더 이미지가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한편, 3월 조기 대선의 최대 피해자는 1월 중순에 귀국할 예정인 반기문 유엔총장이다. 현 상황에서 반 총장은 귀국해도 친박은 물론 새누리당으로도 갈 수 없다. 정치 기반과 정치 경험이 없는 반 총장은 3월 대선이 확정돼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대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 유력 대권 후보가 없는 여권으로선 최악의 사니리오다.

헌재 판결과 관련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헌재는 탄핵 심판을 최장 180일까지 끌 수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경우, 위법 사항이 명백한데도 최종 헌재 기각 결정까지 64일이 걸렸다.

이번 경우엔 대통령이 법 위반 혐의를 정면 부정하고 여러 사안들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된 180일이 다 소요될지 모른다. 그럴 경우, 내년 6월에 헌재 결정이 이뤄지고 인용되면 8월에 대선이 치러진다. 이럴 경우, 반 총장을 포함해서 대선 주자들은 공약을 미리 마련하고 각 당은 후보 경선 준비를 마쳐 놓을 수 있다.

與, 4월 ‘질서 있는 퇴진’ …野 반대로 험난

둘째, 박 대통령의 제안대로 여야가 퇴진 스케줄에 합의하는 것이다. 차기 대선도 그 일정에 맞춰진다. 새누리당은 ‘4월 퇴진, 6월 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안정적인 정권 이양을 위해, 최소한의 대통령 선거 준비기간 확보 위해, 탄핵 심판의 종료시점과도 비슷한 그런 시점을 택해 가장 합리적인 일정이라는 데 우리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 전원이 만장일치 박수로 당론 채택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27일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국가 원로들도 박 대통령이 즉시 하야를 선언하고 4월에 사퇴하는 일정을 제시하기도 했다.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와 더불어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긴급 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과 탄핵안 발의 여부에 대해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대선 일정과 시국 수습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내년 4월 대통령 사임, 6월 대선’을 치르는 정치 일정이 탄력을 받을 것 같다.

여하튼 대통령의 사임이 4월로 기정사실화되면 각 정당의 경선은 이르면 2월 정도부터 시작되고, 5월말까지는 각 당의 대선 경선과 후보 단일화가 끝나야 한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22일이어서 6월 초까지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질서 있는 퇴진이 이뤄져 6월에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누구에게 유리할까. 대선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반기문 총장에게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질 수 있다. 당장 표출된 민심은 ‘박근혜 하야’로 나타나고 있지만 숨겨진 민심은 ‘정치권 퇴진’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결국 ‘정치 아웃 사이더’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승리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존 정치에 대한 분노와 피로감이었다는 것이 지배적 견해다.

최근 대선 주자 지지도 관련 여론 조사를 보면 문재인 전대표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난리법석이 났는데도 문 전대표는 지지도를 확장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국이 수습되고 대선 가도가 가시화되면 문 전대표의 지지도는 출렁거릴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문 세력이 밀고 있는 추미애 대표의 서투른 언행이 문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미국 대선에서 ‘샤이 트럼프’가 있었다면 한국 대선에선 ‘샤이 반기문’이 있을 기능성이 크다. 그동안 박 대통령과 친박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반 총장에 대한 지지는 최순실 사태로 일시적으로 주춤하고 있지만 향후 반기문을 지지하는 사람은 자신의 지지를 은폐하면서 부동층으로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개헌 논란 정치권 호헌파ㆍ개헌파 양분 가능…반기문 총장에 유리할 수도

셋째, 개헌이다. 12월 중 국회 내 개헌 특위를 설치하고 내년 4월경 개헌을 하고 새 헌법에 따라 대선을 치르는 것이다. 개헌안은 국회에서 발의 이후 30일 이내 본회의 가결, 이후 60일 이내 국민투표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탄핵보다 개헌이 더 중요하다고 외치고 있는 김무성 전대표는 “개헌 특위 구성은 여야가 이미 다 합의를 본 사항이다. 지금 와서 늦출 수 없다”며 ‘탄해 절차와 관계없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여야가 합의했던 개헌 특위를 빨리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개헌엔 우호적이다. 그런데 개헌 합의는 여야가 ‘4월 퇴진’에 합의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다. 일단 야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가 반대하는 개헌은 원천적으로, 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 전대표는 “개헌은 꿈 깨라”라고 했고, “개헌은 보수 세력의 권력 연장 음모”라고 언급한 데서 보듯이 개헌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민심도 정략적 개헌에 대해 부정적이다. 리얼미터가 탄핵 처리 전 개헌 추진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탄핵 처리 전에 개헌을 반대한다’는 응답이 69.7%로, ‘탄핵 처리 전에 개헌을 찬성한다’는 응답(14.6%)보다 5배 가량 높았다. 거의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탄핵 처리 전에는 개헌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정치권이 개헌을 둘러싸고 호헌파와 개헌파로 양분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개헌을 반대하는 문재인 세력을 고립화시키기 위한 ‘반문 개헌 연합’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반기문 총장이 ‘반문(反文) 연합’에서 가장 유력한 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여하튼 ‘개헌론’은 향후 정계개편과 대선구도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단독 집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나머지 반문 세력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고리로 대권 구도의 재편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세력으로 보자면 ‘비박과 비문의 결집’이다.

퇴임 후 제3지대를 택해 국내 정계로 복귀하려는 반기문 총장에게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 연대는 매력적일 수 있다. 다만, 반 총장은 귀국하자마자 제3지대에 합류하기보다는 몇 단계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치개혁과 사회 변혁을 위한 범국민 운동을 펼치면서 국민 후보로서의 길을 갈 것이다. 그 다음, 여권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친박을 배제한 채 합리적 보수 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 세력화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헌을 매개로 안철수 의원 등 친문 패권에 반대하는 세력을 규합하는 ‘그랜드 연합’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통치 권력을 국민 선출 대통령과 내각 선출 국무총리가 분점하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연대의 열쇠가 될 것이다. 탄핵이나 조건부 하야의 경우는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아야 한다. 권한을 이양받는 국무총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개헌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총리로 손학규 전 대표가 선임되면 개헌은 가속화 될 것이다. 손 전 대표는 정계 복귀 일성으로 특정 개인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

여하튼 정치권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대선이 3월 또는 6월, 또는 8월에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언제 대선이 치러지는지, 누가 대통령이 되는 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새 대통령이 만들 미래가 무엇인지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

책임 지는 유권자가 좋은 선거를 만들고 좋은 선거가 좋은 지도자를 만들 수 있다. 좋은 지도자는 좋은 정부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현명한 유권자는 정치를 비판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드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분노만으론 세상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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