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가 외부로부터 감각정보를 받아들이면 대뇌피질 해마 부위에 저장되어 있는 기존의 정보들과 새로운 정보들을 비교하고 분석해서 종합적으로 판단을 하게 된다. 이 때 시각으로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는 데만 무려 80%의 영역을 할애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나면 적어도 5초 이내에 그 사람의 신뢰도, 능력, 친밀도, 매력을 판단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그 사람에 대한 첫인상을 뒤집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프린스턴대학의 윌리스와 토도로프 교수는 말한다. 이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세일즈맨이다.

그래서 오감으로 호감이 갈만 하도록 옷매무새를 깔끔하게 하고 수염도 밀고 모발도 정리해서 무스를 바르고 나쁜 냄새가 나지 않을까 해서 향수도 뿌리고, 목청도 가다듬는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사흘 동안 물가에 가지 않은 것처럼 얼굴에 개기름이 흐르고, 허름한 점퍼 차림으로 슬리퍼를 끌고, 머리에는 비듬이 잔뜩 보이고, 몸에서 이상한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영업한다면 누가 그 물건을 사겠는가? 판매할 물건을 꺼내놓기 전에 영업사원을 먼저보고 그 영업사원이 영 아니라고 생각되면 물건 또한 별 볼일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보는 대로 믿는 것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 인종갈등이 생기고, 백반증 같은 피부질환자나 얼굴에 난 종양환자를 징그럽게 바라본다. 백반증은 피부의 멜라닌 세포 결핍으로 피부의 색깔이 소실되어 피부가 흰색으로 탈색되어 반점으로 나타나는 피부 질환으로 아직까지 원인은 확실하지 않다. 10~30대 사이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고 30%는 가족력이 있다. 백반증 부위는 멜라닌 색소가 적어서 오히려 태양광선에 대한 보호기능이 없어 최소한 일광차단지수(SPF) 15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1974년 하버드 대학의 피부과 교수인 패리시(Parrish)는 소라렌(psoralen)이라는 약을 먹인 후 자외선을 쪼이는 새로운 ‘광화학요법’을 개발했다. 소라렌은 자외선의 흡수 효능이 뛰어나 자외선을 쪼이는 곳에서만 반응을 나타내는 광감작 약재다. 귤, 오렌지. 자몽, 키위, 무화과, 셀러리, 파슬리, 깻잎, 오이같이 소라렌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기미나 주근깨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가급적 자외선지수가 높은 아침이나 점심때는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오늘 소개할 보골지(補骨脂)란 한약재는 명칭이 Psoralea Fructus 즉 소라렌이 가득찬 과실이란 뜻이지만 소라렌은 1% 남짓 밖에 들어 있지 않다. 보골지는 백반증에 군약으로 쓰인다. 보골지는 이명(異名)으로 파고지(破故紙)란 뜻이 있다. 정력이 좋아져서 종이를 찢을 정도란 뜻이다. 보골지를 그대로 풀이하면 ‘뼈를 보하는 기름’이 되는데 언 듯 사골국물 위에 뜨는 딱딱한 기름이 연상된다. 신장과 비장으로 약효가 흘러들어가고 성질은 많이 따뜻하고 맵고 쓰다. 많이 따뜻한 기운은 신장의 양기(陽氣)를 북돋아주어 발기부전이나 자신도 모르게 정액을 흘리고 다니는 유정(遺精), 사타구니가 차가우면서 축축한 낭습(囊濕)을 뽀송뽀송하게 해주고, 아이들의 오줌싸개를 고치고, 특히 새벽만 되면 아랫배가 차서 살살 아프고 연이어 여러 차례 설사하는 신설(晨泄, 새벽에 설사하는 것)증상을 치료한다. 신설(晨泄)을 치료할 때는 오미자, 오수유, 육두구 같은 것을 함께 쓴다.

신장은 검은 색의 블랙홀이 빛마저도 빨아들이는 것과 같이 기운을 빨아들여서 갈무리하는 기능인 납기(納氣)을 담당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납기가 안 되면 기운이 위로 스프링처럼 용솟음치는데 그게 기침과 천식으로 연결된다. 노인의 천식이나 해수에 많이 쓰이는 금수육군전(金水六君煎)에 보골지를 첨가하면 좋은 이유다. 다만 보골지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므로(大溫) 진액이나 타액을 더욱 고갈시킬 수 있다. 그래서 진액이 부족해서 딱딱하게 말라 비틀어진 대변을 보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최근에는 원형탈모증에도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원형탈모증은 스트레스로 인해 두피로 가는 혈행에 장애를 가져와서 발생한 것으로 본다.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혈행의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면 그리 위중한 문제로 발전되지는 않을 듯하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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