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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 탄핵 후 여야 행로와 정계개편

여야 모두 분열, 합종연횡 가능… 개헌ㆍ안보 축으로 정계개편 이뤄질 듯

與 친박 다시 득세, 비박 집단 탈당 가능 높아져

野 제 갈 길, 힘겨루기…대선 후보 단일화 물 건너가

반기문의 선택 정계개편, 차기 대선 구도의 최대 변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내년 대선 구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새누리당이 탄핵을 반대한 친박과 탄핵에 찬성한 비박간에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싸움이 시작됐다.

與 친박-비박 대결, 분당 불가피할 듯

지난 9일 대통령 탄핵 가결 직후만 해도 친박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래야만 새누리당이 재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며칠 숨죽이던 친박들은 정반대로 돌아섰다. “당권을 비박에게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친박은 탄핵에 앞장섰던 비박을 폐륜, 배신자로 몰아세우면서 당을 떠나라고 압박했다.

더욱이 ‘혁신과 통합 보수 연합’이라는 친박들만의 당대당을 출범시킨 것이다. 심지어 박 대통령에 대해 탈당 권유의 중징계를 논의하고 있는 7명으로 구성된 당 윤리 위원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친박 인사 8명을 새 위원으로 추가 선임했다. 이에 반발해 윤리위원장과 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혔고, 당 사무처 당직자들이 당 지도부 방침에 반발하면서 당 대표실을 점령했다.

비박계는 친박을 향해 “보수 재건을 반대하는 수구세력들이 모여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방편으로 새누리당을 사당화하려는 술책을 볼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박계를 이끌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는 “친박계는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가 아닌 정치적 노예들”이라고 규정하고 “현 새누리당은 ‘박근혜 사당’이라고 했다. “그들의 노예 근성이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도 죽이고 새누리당도 죽였다”고 비판했다.

비박은 당 지도부의 이정현 대표와 이장우ㆍ조원진 최고위원,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ㆍ홍문종ㆍ윤상현 의원, 촛불집회를 비판한 김진태 의원 등 8명을 이른바 ‘최순실의 남자’로 규정하며 당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미디어리서치가 탄핵 전(11월 26∼27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새누리당이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지 잘 보여준다. 최순실 사태 이전 새누리당 지지도는 35.3%였다. 하지만 조사 시점에 새누리당 지지도는 13.5%였다. 두 달 사이에 당 지지도가 20% 포인트 이상 추락한 것이다.

압도적 탄핵 가결 후에도 반성하지 않고 큰 소리 치는 친박들의 행태는 한마디로 적반하장이고 후안무치다. 통합을 들먹이면서 당을 분열시키고 혁신을 외치면서 구태로 가고 있다. 한마디로 친박이 만든 구당모임은 ‘분열과 구태의 수구 보수 연합’이다.

새누리당 계파 성향을 분석한 결과, 친박 58명(45.3%). 비박 42명 (32.8%), 중도ㆍ기타(21.9%)로 나타나고 있다(아래 표 참조). 계파 구성에 있어 선수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친박은 초ㆍ재선이 47명(81.0%)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3선 이상 중진은 11명(19.0%)에 불과했다. 초선은 비례대표(9명)을 포함해 27명이고, 재선은 20명이다.

친박의 지역구 초ㆍ재선 의원을 살펴보면, 영남 지역구 의원이 20명으로 수도권 의원(8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런 인적 구성은 친박이 겉으로는 응집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 총선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지난 총선 공천에서 친박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초ㆍ재선 의원들이 여전히 당 지도부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재선이 궁극적 목표인 초ㆍ재선의 경우 시간이 흐르면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대세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상황에 따라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비박은 3선 이상 중진이 24명(57.1%)으로 초ㆍ재선(42.9%)보다 훨씬 많았다. 초선은 비례(3명)를 포함해 8명이고, 재선은 10명이다. 지열별로도 수도권(19명) 출신이 영남(13명)보다 많았다. 중도의 경우 초재선이 18명(64.3%)이고, 3선 이상이 10명(35.7%)으로 돼 있다. 이들 상당수가 지난 탄핵 표결 때 찬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비박 42명과 중도 28명을 합치면 70명이 된다. 탄핵 표결 시 반대 62명, 찬성에 무게를 둔 무효 7표라는 수치와 거의 일치한다.

현재 중도 모임은 5선의 이주영 의원이 이끌고 있다. 이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전날인 지난 국회에서 중도 모임을 열어 당권 경쟁을 둘러싼 친박ㆍ비박간 계파싸움을 중지할 것을 호소했다. 이 의원은 친박과 비박을 향해 “계파간 모임을 즉각 해산하라”면서 “중도에서 화합과 단합을 이뤄나가자”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계파 분석>

*비상시국위 및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참석 여부, 기타 당내 활동 등을 토대로 분류

여하튼 이들 중도에 속한 의원들의 행보가 향후 새누리당 정치 지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중도 초ㆍ재선 의원들이 어떤 행보를 하느냐가 큰 변수다.

새누리당은 분당 직전 상태까지 갔다. 다만, 속도가 문제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간에 탈당 시기에 대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 전 대표는 탈당해 신당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지금은 이 나라 경제와 안보 위기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믿고 의지할 새로운 보수 정당 탄생이 절식한 시점이다”고 했다. 이어 ”지금 새누리당으로는 어떤 변신을 해도 국민이 진정성을 믿지 않을 것이다”면서 신당 창당으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 문제는 김 전 대표가 말을 바꾸는 ‘30시간의 법칙’이 작동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비박이 탈당하면 중도ㆍ무당충이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KBSㆍ미디어리서치가 조사 결과, 여권의 비박계가 탈당해 새로운 신당 창당을 할 경우, 친박 중심의 새누리당 6.4%, 비박 중심의 신당 13.1%, 민주당 25.7%%, 국민의 당 11.3%, 정의당 5.4%, 기타 3.5%, 무응답 34.8%로 나타났다.

그런데 새누리당 이탈층의 경우, 친박 중심의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는 3.0%에 불과한 반면, 비박 중심의 신당은 27.1%의 지지를 받았다. 한편, 유승민 의원은 탈당보다는 당에 잔류해 친박을 밀어내는 ‘당내 투쟁“쪽으로 노선을 잡고 있다. 그는 “친박이 (원내 대표) 후보를 낸다는 사실 자체도 이해할 수 없다”며 “원내대표 선거를 통해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정당을 재건하는 집단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원내 대표 경선 전날 이정현 대표는 “모든 돌팔매와 비난을 받을 각오를 했다. 이제 뭉치자. 제발 나간다는 소리는 하지 말라 달라”고 호소했다. 최고위원회는 “이정현 대표와 함께 오는 21일 총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도성향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친박을 해체하겠다”도 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들은 결국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 후보로 나온 정우택 의원을 지지하기 위해 ‘착한 척’한 것에 불과했다. 결국 16일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이 최순실 게이트 파문과 조기대선 국면에 새누리당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의 ‘정우택ㆍ이현재 조’는 총 62표를 얻어 비박계 ‘나경원ㆍ김세연 조’(55표)를 누르고 승리했다. 중도계 의원들이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정우택 의원에게 표를 더 많이 던진 것으로 보인다.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탄핵에 책임을 져야 할 친박계의 정우택 의원이 원내 대표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계파 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비박계의 집단 탈당 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박이 신당을 만들고 친박을 배제시킨 채 보수가 헤쳐 모여 하면 반기문 사무총장의 행보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할 것이다.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김무성 전 대표가 “신보수와 중도가 손잡고 좌파 집권을 막고 국가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반기문 총장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개헌을 연계로 한 ‘빅텐트론’이 급부상할 것이다.

반 총장은 내년 1월 귀국 후 ‘독자행보 → 신보수와의 연대 →비문 연합’이라는 큰 틀 속에 보폭을 넓혀갈 것이다. 다만, 새누리당이 재창당 수준으로 쇄신해도 연대할지는 미지수다.

野 각자도생… 정계개편 가능성 높아

국회 탄핵 후 야권도 요동치고 있다. 탄핵 정국에서 보여주었던 야권의 오월동주(吳越同舟)가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공동의 목표가 사라지고 대선을 염두에 둔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난 4월 때 보여주었던 대립과 경쟁 관계로 돌아서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불을 질렀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대선을 치러야 하는 문제의식이 있다”면서 총선 당시 나온 야권 후보 단일화를 대선을 앞두고 다시 내놓았다. “내년 1월부터 야권 통합 운동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통합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당을 음해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KBSㆍ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 조사에서 “현 정국을 해결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노력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64%)가 ‘잘하고 있다’(30%)보다 훨씬 많았다.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부정 평가(58%)가 긍정 평가(31%)의 두 배 가량이었다. 최순실 게이트 이전에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1.2%인 반면, 현재는 31.0%로 차이가 없었다. 국민의당은 탄핵 이전엔 12.4%, 현재는 15.9%로 낮은 수준이었다. 이런 조사 결과들이 주는 함의는 민심은 야당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개헌이 야권의 이합집산을 불러 올 수 있다. 개헌을 반대하는 문재인 세력과 개헌을 찬성하는 비문 세력이 향후 충돌하면서 호헌파와 개헌파로 양분될 가능성이 커졌다.

29년만에 국회에 개헌 특위가 구성되었지만 야권의 유력 대권후보인 문재인 전대표는 “개헌은 시기상조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걸고 다음 대통령이 임기 초반에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대권 후보군로 분류되는 김부겸 의원은 페이스북에 ‘문재인 전 대표에게 드리는 글’을 올렸다. “개헌이 우리가 정권교체에 성공하는 것은 물론 정치교체까지 이룩할 수 있는 길”이라며 “촛불시민이 원한 것이 정권교체와 정치교체의 동시 완수라고 생각한다”며 “정권교체에 성공하더라도 정치가 교체되지 않으면 또 실패한 대통령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 시기에서의 개헌에 대해 그동안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던 안철수 의원의 생각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시기다. 개헌을 하고 대선을 치를지 아니면 대선 후에 개헌을 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반기문 총장이 개헌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반 총장은 그동안 국내정치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것을 명분으로 개헌에 대해 당분간 ‘전략적 모호성’의 자세를 견지할 개연성이 크다. 대선 가도에 나침판이 없이 무작정 험난한 길을 갈수 없기 때문이다.

개헌론 못지않게 안보 이슈도 향후 정계개편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최근 외신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사드 배치 진행은 다음 정부로 미뤄야 한다”며 “사드 배치를 재검토해도 한미 동맹을 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욱이 “김정은이 북핵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는다면, 정상회담을 할 용의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문 전대표의 이런 발언들에 대해 벌써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행동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반기문 총장이 신보수를 대표하는 대권 후보로 자리매김하려면 안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반 총장은 새누리당 비박, 안철수 전 대표 등과 안보 연대를 구축할 수도 있다. 결국 향후 대선은 개헌과 안보를 축으로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이런 개편의 핵심 전략은 개헌을 반대하고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문재인을 고립화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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