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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따기의 영화보기] 시간, 공간의 연속성을 시도하다

13. 비가시 편집 쇼트(invisible cutting shot, invisible editing shot, 非可視編輯場面)

1) 공원 잔디에서 꽃다발을 들고 있는 남자는 상기된 얼굴 표정을 하고 사랑을 고백한다

2) 미소를 띈 여성은 수줍은 듯 손을 내밀고 꽃다발을 받아 쥐고 남성의 프로포즈를 받아 들인다

1) 2)의 장면은 자연스럽게 이어져 각각의 별도로 촬영했다는 것을 관객들은 눈치 채지 못한다.

별도의 등장 인물의 행동이 자연스러워 물흐르듯 한 동작으로 이루어지게 만든 편집 방법이 ‘비가시 편집(invisible cutting shot, invisible editing shot, 非可視編輯場面)’의 핵심이다.

실베스타 스탤론의 <록키>의 휘날레 장면.

1) 코너에 몰려 난타를 당하는 록키

2) 거세게 주먹을 휘두르는 헤비급 챔피언 아폴로

3) 아폴로에게 환호하는 관중

4) 역습을 가해 아폴로를 다운 시키는 록키

5) 록키의 반격에 열광하는 관중

6) 아폴로의 재반격으로 눈덩이 주변이 퉁퉁 부은 록키

7) 패기는 만만했지만 결국 승력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판정패한 록키

8) 연인 아드리안의 이름을 부르는 록키

9) 관중석에 있던 아드리안에게 달려가 뜨겁게 포옹하는 록키

10) 록키 주변에서 열렬한 환호성을 지르는 관중들

1)-10)에서 록키, 아폴로, 관중, 연인 아드리안 등의 모습은 각각 별개로 촬영된다.

하지만 비가시 편집 테크닉은 동일한 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동작의 끊김없이 연결 시킨다.

스크린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권투 시합의 액션이 흡사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머니와 아들이 대화를 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먼 거리에서 두 사람을 모두 한 화면에 잡고 이야기를 진행하면 관객들이 지루해 할 수 있다.

이런 단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1) 어머니 2) 아들 3) 두 사람을 모두 화면에 등장 시키는 패턴을 사용하는 것이다.

병실에 입원한 어머니가 작고한 뒤 모친을 그리워 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모성에 대한 인물 다큐멘터리를 보여줄 때 병상에 있을 때 어머니 모습, 아들 그리고 현재 이 세상에 없는 어머니는 미리 촬영해 두었던 인물 사진을 삽입 시켜 화면 연결을 부드럽게 이어 주는 동시에 공간의 여백을 단축 시켜 새로운 장면으로 곧바로 연결 시킬 수 있는 효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때 어머니의 사진을 중간에 끼워 넣는 테크닉을 ‘컷어웨이 쇼트 cutaway shot’라고 한다.

히치콕 감독의 <이창 Rear Window>(1954).

1) 사진작가 제프리. 다리를 다친 뒤 무료함을 견디지 못해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독신자 아파트 건너편을 카메라 렌즈로 훔쳐 보기 시작한다.

2) 체조 연습을 즐기는 미녀

3) 신혼 부부

4)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노처녀

5) 사이가 좋지 않는 부부

1)-5)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우선 건물 전경을 보여 주다가 창문에 집중하고 이어서 방안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창>에서 제프리가 건너편의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다 다음 장면에서 그가 바라 보았던 인물을 등장 시킨다. 이런 장면에서 사용된 편집은 ‘시점 편집 쇼트 point-of-view cutting shot’로 지칭하고 있다.

비가시 편집은 공간과 시간을 압축해서 빠르게 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비가시 편집 쇼트’는 매치 커팅 쇼트 (match cutting shot), 아카데믹 편집 쇼트 (academic cutting shot), 콘티뉴이티 편집 쇼트(continuity cutting shot)으로도 통칭하고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 A Space Odyssey>(1968).

인류 문명의 기원 정보를 담고 있는 검은 돌기둥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디스커버리호가 목성으로 향하는 긴 여정을 담고 있는 작품.

오프닝에서 원숭이가 동물 뼈를 허공으로 날리자 요한 스트라우스의 ‘푸른 다뉴브’가 흐르면서 뼈가 우주선으로 환치되고 있다.

이 장면은 비가시 편집 쇼트 혹은 매치 편집 쇼트의 위력을 입증 시킨 사례로 회자(膾炙) 되고 있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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