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19)가 그동안 10승을 합작한 호주의 베테랑 캐디 제이슨 해밀턴과 헤어진 데 이어 3년간 함께 해온 세계적 스윙코치 데이비드 리드베터(64)와 결별을 선언하자 리디아 고를 둘러싸고 쓴 소식들이 들린다.

진원지는 레이비드 리드베터다.

그는 골프다이제스트, 골프위크 등의 골프전문지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리디아 고의 부모들이 리디아 고의 골프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디아 고가 캐디와 코치와 결별한데 이어 클럽 교체까지 시도하자 “리디아 고가 세 가지 C를 모두 바꿨다.”라고 비꼰 리드베터는 “그가 부진한 것은 부모의 간섭 탓”이라며 특히 아버지 고길홍씨(56)에게 화살을 날렸다.

리우 올림픽 금메달 획득 좌절 후 슬럼프 조짐이 보이는데다 시즌 막판 아리야 주타누간과 올해의 선수상을 놓고 경쟁중인 상황에서 캐디를 갈아치운 것은 ‘미친 결정(crazy dicision’)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한 리드베터는 구체적으로 고씨가 리디아 고의 스윙 교정에 관여하면서 성적이 더욱 나빠져 올해의 선수상과 베어트로피를 모두 놓쳤다고까지 주장했다.

리드베터의 이 같은 주장은 갑작스런 스윙 코치직의 해고에 따른 분노가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골프교습 전문가인 그의 주장이 리디아 고의 아버지의 그것보다 설득력이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누가 옳고 그름을 따진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리드베터의 쓴소리 중에서 리디아 고의 부모들이 ‘헬리콥터 부모’처럼 리디아 고의 일상을 지배한다는 주장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헬리콥터 부모처럼 선수가 언제 잘지, 뭘 먹을지, 연습을 얼마나 할지 일일이 관리를 한다. 리디아는 부모 때문에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됐다. 코스에서도 올바른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리디아 고가 앞으로 나가려고 해도 부모가 뒷걸음치게 한다. 때가 되면 둥지 속의 새를 놔줘서 날게 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난처한 쪽은 리디아 고일 것이다.

그의 부모는 온갖 희생을 마다하고 오늘의 리디아 고를 키웠다. 아무리 세계적인 코치의 가르침을 받는다 해도 자신을 골프의 길로 인도하고, 대학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하고 스포츠심리학도 공부한 아버지의 가르침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은 당연하다. 자신도 리드베터의 주장대로 둥지를 떠나 홀로 훨훨 날고 싶겠지만 실제 상황은 마음 같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은 전문가인 리드베터의 가르침이 더 몸에 와 닿겠지만 가끔은 늘 곁에서 지켜보는 아버지의 한 마디가 도움을 줄 때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 보면 리디아 고의 상황은 모양이 다른 바퀴를 단 자전거이거나 폭이 일정하지 않은 궤도 위의 열차처럼 비칠 정도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갑자기 자라면서 생기는 통증을 성장통(成長痛)이라고 한다. 사회나 조직 또는 개인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생기는 발전적 고통에도 원용되는 의학용어다. 내 눈엔 지금 리디아 고가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체적인 성장통을 겪을 나이는 지났지만 성인으로 홀로 서는 과정에서의 성장통을 좀 심하게 겪는 모습이다.

1997년 4월24일 생이니 성년 나이 만 19세를 지났다. 성년이라면 홀로 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골프선수로 성공하기 위해 양육되다시피 한 리디아 고로서는 홀로 선다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의 부모는 여전히 어려보이는 리디아 고를 보호하며 이끌려 하고 리드배터는 둥지를 떠나 혼자 나는 법을 가르치려 한다.

지금 리디아 고에게 절실한 것은 골프선수로서 스스로 홀로 서겠다는 용기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좋은 스승에게 배우고 고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데 충실했으니 소림사(少林寺)를 떠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스승과 고수의 검법과 권법을 받아들여 담금질한 자신만의 비법으로 스스로 단련하며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진정한 골퍼로 거듭나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물론 골프란 운동 자체가 완성된 단계에 머물 수 없는 불가사의한 속성을 갖고 있어 부단한 자기점검과 연마, 성찰이 필수적이지만 이 모든 과정을 자기 책임 하에 실천하며 헤쳐 가겠다는 결연한 자세가 리디아 고에게 요구된다. 그것은 바로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독립된 인격체로서 골프의 무림을 헤쳐 나가겠다는 ‘수처작주隨處作主’의 마음가짐이다.

뉴질랜드에 밥 찰스(80· Sir Robert James Charles)라는 살아있는 골프전설이 있다. 영국 왕실로부터 귀족의 칭호를 받은 그는 18세 때 아마추어로 호주 프로대회에서 우승한 뒤 메이저대회 1승을 포함해 PGA투어에서 6승, 유럽투어에서 4승, 호주투어에서 8승 등 각종대회에서 70여회 우승한 왼손잡이 골퍼다.

그가 리디아 고를 두고 한 코멘트가 인상적이다.

“리디아 고는 스윙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아마추어 시절부터 프로 데뷔 후까지 큰 성공을 거뒀다. 왜 그가 다른 스윙에 자신을 맞춰가야 하나. 나는 골프는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라고 믿는다. 코치는 조언만 할 뿐이다.”

찰스는 이어 “리디아 고의 가장 큰 장점은 타이거 우즈와 정반대라는 것이다. 우즈와 달리 리디아 고는 게임 때마다 늘 릴랙스 돼 있었다. 그게 리디아의 장점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회에서 지나치게 진지해진 것 같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리디아 고나 그의 부모는 찰스의 말을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내 눈엔 리디아 고의 최근 슬럼프는 스윙의 문제라기보다는 대회마다 우승해야겠다는 지나친 육심, 이를 위한 과도한 연습에 따른 피로 누적과 체력 저하 그리고 리드베터와 아버지의 엇갈린 스윙 교정에서 오는 혼란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아리야 주타누간의 높은 벽과 박인비 박성현 등 태극낭자들의 거센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2017년 LPGA투어에서 리디아 고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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