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겨우살이를 생각해보면 어찌도 추운 것만 생각나는지, 그리고 그 추운 와중에도 하루종일 온 동네를 헤집고 돌아다니면서 놀다보면 손등은 터서 갈라져서 계곡을 이루고 그 사이로 피가 나오는 것이 언 듯 보이고, 그런 손등으로 끊임없이 나오는 콧물을 훔치는 바람에 번질번질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었다. 깜깜해져야 집으로 들어와 콩나물과 김치를 잔뜩 넣고 끓인 국시기를 게 눈 감추듯 먹고 아랫목에 누워 조금만 자고 일어나 숙제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잠들면 어김없이 다음날이라 애먼 어머님께 왜 안 깨웠냐고 앙탈부리기 일쑤였다.

올해는 아직까지 큰 추위가 없어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날씨가 추워지거나 눈이 와서 온 길거리가 얼음 빙판으로 변하면 어르신들은 가능하면 실내에서 계시는 것이 나을듯하다. 혹시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라도 찧은 양이면 단순한 엉덩방아가 아니니 꼭 병원에서 X-레이를 찍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 성인의 뼈는 골수가 꽉 차 있고 골밀도가 높아서 견고하고 딱딱해서 웬만한 충격에도 탄력성 있게 그 충격을 잘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이나 노인들은 그렇지 않아 잘 골절될 수 있다. 아이들은 통증이 엄청나겠지만, 골절된 상태로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않는다면 금방 골절된 부위가 아물겠지만 노인들은 골밀도가 현저하게 떨어져서 뼈 가운데는 텅 비어있고 겉은 딱딱한 공갈빵 모양처럼 골다공증으로 진행되어 작은 충격에도 금이 가는 것이 아니라 잘 부스러질 수 있다. 뉴런이라 불리는 신경세포를 자세히 보면 표면에 신경돌기가 삐죽하게 삐져나와 있다. 성인의 신경돌기는 촘촘한 반면 아이들과 노인의 신경돌기는 듬성듬성 있다. 신경돌기가 빽빽할수록 신경의 고유기능을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

운동뉴런의 경우 정밀한 동작까지 더 빠르고 정확하고 부드럽게 수행할 수 있고, 감각뉴런의 경우 미세한 맛, 냄새, 촉감, 청각, 시각의 차이를 보다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고, 연합뉴런의 경우 감각뉴런으로 들어온 모든 정보를 과거의 자료와 맞춰보아 비교 분석 판단을 통해 최종적인 결론에 이르게 되면 그 결과를 운동뉴런에 지시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처리 속도 또한 빠르게 진행된다.

노인들의 신경돌기는 듬성듬성 나 있어, 외부의 상황을 인식하고 그 때 그 때 거기에 대응하는 행위를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의 기능이 많이 저하되게 된다. 엉덩방아로 골반 뼈가 어스러져도 신경돌기의 부족으로 감각신경이 둔해져서 심한 통증을 느끼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부서진 공갈빵의 날카로운 면이 중추신경을 자르면 전신이 움직일 수 없는 하지마비가 올 수도 있다. 엉덩이와 허벅지를 연결하는 부위인 고관절의 대퇴 골두 부위가 골절되면 노인의 경우 1년 이내 사망률이 10~20%이고 만약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만 있게 되어 90% 이상이 2차적인 원인으로 사망하게 된다.

또 다른 겨울철의 문제는 운동이다. 운동을 하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자연의 한 부분인지라 자연의 영향을 받는다. 한겨울의 한반도는 한랭 건조한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따뜻한 실내에서는 아무리 두꺼운 겨울 빨래도 하루사이에 마를 정도로 건조하다. 겨울의 찬 기운은 관절이나 근육을 뻣뻣하게 하고, 건조한 기운은 발뒤꿈치를 트게 하고 몸에 윤기를 빼서 내복을 벗으면 하얀 가루가 비 오듯 쏟아지게 한다. 두 기운 모두 관절이나 근육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이런 특성을 무시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운동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어르신들이 많다. “40년 동안 운동해 왔는데 여기가 왜 아픈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에 필자는 “세월이 깡패예요. 오늘도 우리는 세월이란 깡패한테 흠씬 얻어맞고 있어요.”라고 답한다. 똑같은 운동을 젊을 때처럼 그대로 유지하려는 마음은 알겠지만 몸은 이미 젊을 때의 몸이 아니다. 그래서 운동의 강도나 횟수를 줄이고 특히 겨울에는 곰이나 뱀이 깊은 겨울잠을 자서 체력을 보충하는 것처럼 운동을 멈추고 정력을 갈무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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