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 남자 환자였다. 몇 주 전에 생긴 좌측 승모근, 견갑부의 통증과 근력 저하 때문에 필자의 병원에 왔다. 그 환자는 지난 1개월 정도 직장에서 무거운 짐을 많이 옮기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랬는데 자고 일어난 뒤에 갑작스레 통증이 왔다고 했다. 마치 칼로 찌르는 듯이 아픈 증상이 2주일 정도 지속됐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후 통증이 점차 사라지는가 싶더니 근력저하가 느껴졌다.

병원에 왔을 때에는 더 이상의 통증은 없는 상태였다. 신체검진 상 도수근력 검사에서 삼각근, 극상근, 극하근 그리고 상완 이두근, 상완 삼두근의 근력이 저하되어 있었다. 통증 양상은 전형적인 경추부 추간판탈출증. 단순 방사선 검사 및 혈액 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보이질 않았다. 경추부 자기공명영상검사를 시행했는데 경추 4-5, 5-6번간에서 경도의 추간판탈출증 소견이 관찰됐다. 신경전도검사는 정상 소견을 보였으나, 근전도 검사에서 휴식기에 삼각근과 상완 이두근에서 양성 예파(positive sharp wave)와 탈 신경세동(denervation fibrillation)이 관찰되었고, 자발적수축 시 삼각근에서 산발적인 다상 파동(polyphasic wave)이 관찰되었다.

경추부 추간판탈출증을 진단함에 있어서 몇가지 감별진단 해야할 질환들이 있다. 그 중에 Parsonage-Turner syndrome이라는 질환을 본 칼럼에서 설명할까 한다. 이 질환은 상완 신경총 신경염(brachial neuritis), 상완 신경총 신경증(brachial neuropathy), 신경통성 근위축증(neuralgic amyotrophy), 급성 상완 신경총 신경근염(acute brachial radiulitis), 특발성 상완 신경총 신경병증(idiopathic brachial neuropathy), 그리고 마비성 상완 신경총 신경염(paralytic brachial neuritis)등 다양한 명칭으로 통용되지만, 신경염의 소견이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병변의 침범 부위도 상완 신경총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경통성 근위축증(neuralgic amyotrophy) 혹은Parsonage-Turner syndrome의 명칭이 더 적합하다 하겠다

이 질환은 비교적 알려진 임상증상과 달리 그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외상, 감염, 바이러스성 질환, 과도한 운동, 수술, 면역 질환 혹은 유전 질환 등이 질병의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발생 빈도는 100,000명당 1.64명으로,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으나 주로 20대와 60대에 자주 발생한다. 남자와 여자의 발생 비율은 2:1에서 11.5:1로 보고되어 있다. 또한 질환은 양측성으로 발생할 수 있으나, 이 경우 경미한 증상을 보여 근전도 검사에서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있다.

임상 증상은 극심한 통증과 그 후 동반되는 근력 약화를 특징으로 한다. 통증의 양상은 칼로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하며, 견관절 주위에서 상완이나 목 혹은 주관절 아래 부위까지 방사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수 시간에서 2-3주까지 지속될 수 있으며, 견관절의 작은 움직임에 의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는데 반해 목의 움직임은 통증을 증가시키지 않는 점으로 신경근성(radicular origin) 통증과 구별할 수 있다.

통증이 소실된 후 이어서 근력 약화가 발생한다. 약 70%의 환자에서 증상 발현 2주 이내 근력 약화가 나타나며, 85%의 환자는 증상 발현 한 달 이내에 근력 약화가 발생 한다. 근력 약화의 정도 및 분포는 침범되는 신경의 범위에 의해 결정된다. 가장 흔히 침범되는 신경은 액와 신경이며, 감각의 저하는 대개 경미하여 액와 신경의 감각 영역인 견갑부 외측과 요골 신경의 감각 영역인 전완부 외측 순으로 나타나며, 단순 방사선 검사 및 혈액 검사에서 특징적 소견은 없으나, 자기 공명 영상이 진단에 유용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기 공명 영상에서는 상완 신경총 부위와 질환의 초기에는 특징적 소견이 없다. 이 질환은 비교적 양호한 결과를 갖는 자기 한정성 질환으로 주로 보존적 치료를 시행한다. 통증에 대하여 안정, 소염제 투여, 그리고 고정 등을 시행할 수 있고, 통증이 소실되면 점진적인 관절 운동 범위 회복 후 근력 강화 운동을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보존적 치료가 병의 이환 기간을 단축시키지는 않으며, 스테로이드의 투여 또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력의 회복은 증상 발현 후 1개월 이후부터 나타나며, 1년 이내에 36%, 2년 이내에 75%, 그리고 3년 이내에 89%의 환자에서 완전한 근력의 회복을 보인다고 한다. 이 Parsonage-Turner syndrome 이 임상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경추부 추간판탈출증에서 근력약화증상이 동반되었을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되어있는데, Parsonage-Turner syndrome 이 흔하게 볼 수 있는 질환은 아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치료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Parsonage-Turner syndrome의 근본적 치료는 보존적 치료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극심한 경부 통증 직후 빠른 근력약화가 동반된다면 이 질환을 반드시 감별진단해야하겠다.

달려라병원 조석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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