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목과 손가락이 이유없이 아플 때... -

20대 후반 여성이 손목이 아프다며 필자의 진료실에 찾아왔다. 다친 적도 없는데 얼마 전부터 손목과 손가락을 조금만 움직여도 아파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는 것이었다. 운동을 심하게 하거나 손을 많이 쓰는 직업도 아니라는 게 환자의 말. 건강해 보이는 이 젊은 여성은 도대체 어떤 이유로 병원에 찾아올 정도로 통증이 생겼을까? 환자와 대화중에 출산한 지 3개월 되었다는 점, 직장은 휴직 중이며 모유 수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 또 다른 40대 중반 여성의 경우. 통증이 심해 일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손을 많이 사용해야 되는 상황이었고, 엄지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손목 주변이 아파 도저히 참기가 어렵다고 했다.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통증 때문에 좋아하는 스마트폰 사용도 하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증상을 가진 분들을 우리 주변에선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 입장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증상을 표현해보자. 주로 손목의 엄지손가락 쪽 부분에 불편감이나 통증이 생기게 되고, 엄지손가락을 움직일 때 이러한 증상이 더 심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엄지손가락 쪽 손목 부위에는 엄지손가락을 손등 쪽으로 젖히는 동작이나 (신전) 옆으로 벌리는 동작 (외전)을 담당하는 힘줄이 통과한다. 그런데, 어떤 원인에 의해서 이러한 힘줄 및 힘줄이 지나가는 일부 터널에 염증이 생기면서 좁아질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엄지손가락으로 이들 힘줄을 자극하는 동작을 하게 되면 통증이 유발된다. 일반적으로 손에서 엄지손가락이 기능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정도 되니 불편감은 심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을 1895년 프랑스 의사 (Fritz de Quervain) 가 보고하였는데 그 이름을 따서 드꿰르벵 병이라 부르게 되었다. 연구에 의하면 1,000명 중에 3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비교적 흔한 질병이며, 특히 여성에서 남성보다 5-6배 정도 흔하게 생긴다.

보통 4~50대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며, 출산 전후 또는 수유를 하는 젊은 여성에서도 흔하게 나타난다. 이처럼 여성의 경우에 어느 정도 구분되는 두 연령대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특이한 점. 특히 젊은 여성에게 발생하는 것을 서양에서 “baby wrist” 라고 부fms다. 출산 전후 또는 수유를 하는 기간에 흔히 생기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원인은 아기를 돌보면서 손목과 손의 과사용하기 때문이거나 또는 호르몬 변화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힘줄이 지나다니는 통로가 좁아짐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질병을 협착성 건초염이라고 부른다.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으로는 구조적 특수성, 기계적 요인, 호르몬의 영향 등을 들 수 있다. 구조적 특수성이라 함은 힘줄이 지나가는 통로의 해부학적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기계적 요인이라는 것은 직업, 생활습관 등과 관련된 과사용, 반복적 사용 및 스포츠 활동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변화도 원인 중에 하나로 알려져 있다.

비슷한 범주에 속하는 질병 중에 흔히 알려져 있는 것이 방아쇠 수지이다. 손가락을 구부리는 역할을 하는 힘줄이 두꺼워지고 염증 등으로 인해서 지나다니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아져서 불편감과 통증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드꿰르벵 병과 마찬가지로 해당 부위를 전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경우는 통증이 거의 없지만 움직임이 있으면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드꿰르벵 병은 대부분의 경우 비수술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며, 손목과 엄지손가락 쪽 움직임을 줄이고 쉬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약물치료, 보조기 착용, 주사치료 등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물론 평상시 과도한 사용을 되도록 자제하여 발병을 어느 정도 예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달려라병원 박진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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