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염제와 진통제를 둘러싼 이해와 오해-

진료현장에서 정형외과 무릎전문의로서 자주 접하는 이야기, 그래서 좀 답답했던 사정을 본 칼럼에서 풀어내 볼까 한다. 무릎이 아파 내원한 환자의 스토리다. 다행히 큰 문제가 없고 단순한 과사용으로 인한 힘줄염증이었다. 그래서 치료 방법을 하나씩 설명했다.

“일단 과사용으로 인한 문제이니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경사진 곳을 걷는 것 등등 그렇게 무릎에 충격을 많이 줄 수 있는 행동을 줄이세요. 그리고 따뜻한 찜질을 하루 1-2회 정도 꾸준히 해서 그날그날 생기는 염증을 줄이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염제를 드릴테니 2주 정도 꾸준히 복용하세요.” 필자의 이런 설명에 1/3 이상의 환자들은 반드시 말하는 게 있는데, 이 환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잠시 생각해보시라. 짐작하셨는가? “진통제는 주지 마세요.” 또는 “진통제를 꼭 먹어야 하나요?” 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진통제라고 말하는 약은 여러 가지로 구별된다. 첫 번째가 스테로이드(Steroid)다. 스테로이드는 너무 유명하다. 항염제 또는 소염제라고 부르는 약들 중 그 효과가 가장 강력하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 또한 심각하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는 않고 반드시 써야만 하는 염증질환에 쓰인다.

두 번째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on-steroidal anti-inflmmatory drugs, NSAIDs)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염증을 감소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약이면서 스테로이드가 아닌 약을 말한다. 염증 발생 물질을 직접 감소시켜 그로 인해 발생하는 통증을 없애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진통제이다. 마약성과 비마약성으로 나뉜다. 작용하는 기전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부분 통증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 물질을 차단시켜서 통증을 못 느끼게 하는 작용을 한다.

이 중 정형외과에서 주로 처방하는 약은 두 번째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이다.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생기는 염증을 줄여주어 몸을 회복시킬 수 있는 재활운동을 조기에 시작하고,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처방하는 것이다. 즉 생활할 때 무릎이 계속 쑤시는데 실내 자전거를 계속 타면서 운동량을 늘리라고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염증 상태가 계속 되고 있는 힘줄이나 인대는 그 염증 반응으로 인해 손상을 다시 복구하는 능력이 자꾸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조기에 제거해주는 것도 또한 필요하다.

그러니 아까 진료를 받으신 힘줄 염증이 있는 환자분에게는 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가 치료제인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훌륭한 기능을 하는 약을 우리는 소염진통제라고 부르고, 뒤에 있는 진통이라는 말에 마음 속에서 단정적으로 굳이 먹을 필요가 없는 약으로 정의해버린다. 병원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 갔을 때 약사선생님들 조차도 이렇게 말하는 경우 또한 정말 많다.

물론 이런 소염제가 일시적인 진통제처럼 쓰이는 경우도 있다. 퇴행성 관절염처럼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고 자연 회복이 되지 않는 병일 경우가 그러하다. 하지만 왜 이런 경우에도 대학병원을 가면 3달씩 소염제를 처방해주는지 궁금하지 않으셨는가?

무릎의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퇴행성관절염에서 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연골이 다시 재생이 되는 경우는 없다. 즉 근본적인 치료책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연골이 닳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행동은 실내 자전거를 열심히 타는 것이다. 즉 꾸준한 재활운동을 통해 무릎 주변 근육을 키우고, 이를 통해 관절이 받는 충격을 감소시켜 연골이 닳는 속도를 늦춰야한다는 이야기다.

이 때 소염제가 없으면 일상생활에서도 계속 염증이 생겨 통증이 생길 것이다. 따라서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조차도 잘 안 생기게 될 것이다. 즉 진행 속도를 늦추는 유일한 치료방법이 재활운동이고, 이 소염제는 꾸준한 재활운동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니 이를 단순 진통제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될 것이다. 단 소염제를 복용하면서 약으로 인해 증상이 호전된 것에만 만족하고 한 걸을 더 나아가 병을 근복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재활운동을 등한시 하는 경우는 소염제 본연의 목적을 버린 안타까운 행동이다.

소염제는 그 사용 목적을 분명히 알고 사용하면 너무나 유용한 약이다. 하지만 의사들의 설명이 부족해서인지 여전히 이 약은 꼭 안 먹어도 되는 약이나 괜히 처방해주는 약 정도로 인식되고 있어 너무 안타깝다. 약을 약답게 사용해야 우리 몸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꼭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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