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pocampus는 해마라고 부른다. 바다에서 살아가는 부성애가 지극한 생물인 해마는 익히 잘 알고 있지만 우리 몸에 해마가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할 것이다. 해마는 우리 몸의 뇌 부위에 있고 요즘 뇌 과학자들이 경쟁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하는 분야다. 우리가 뇌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된 시기는 100년도 채 안 된다.

오늘 날 뇌 과학에서 기억에 대해 해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난 데, 이는 모두 한 환자의 희생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 환자의 이름은 Henry Molaison다. 뇌과학자들은 이 이름보다는 H·M으로 더 많이 불렀던 사람이었다. 그는 간질(epilepsy)을 앓고 있었는데 그 당시 사회적으로 간질의 증상에 대한 편견이 심해서 수술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간질을 유발하는 뇌 부위 뿐 아니라 해마(海馬)도 함께 절제해버렸다. 해마가 손상된 H·M은 바로 어제 만난 사람이나 어제 경험했던 일들이 전혀 기억에 남아있지 않아 그 다음 날 그 사람이나 그 일을 다시 만나더라도 그 이전에 한 번도 본적이 없었던 것으로 느껴졌다. 대개의 사람들이 어제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면 그 다음 날 금방 알아보았을 텐데 H·M은 전혀 기억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이로서 해마가 새로운 기억의 형성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관이었다는 것을 뇌 과학자들은 알게 되었다.

최근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해마는 새로운 정보나 지식 혹은 몸으로 체득된 경험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도록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는 일을 하는 뇌의 기관이라고 밝혀졌으며 아직까지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해마가 없어지면 지금의 경험이 나의 일부인 장기기억으로 되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술 전까지 저장하고 있었던 소중한 추억들은 여전히 기억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해마 부위가 위축되어서 최근의 기억 장애를 가져오는 노인성 치매질환이다. 뇌에 있는 해마와 달리 바다에서 사는 해마는 부성애가 애절하기로 소문난 동물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반생명체인 바이러스로부터 모든 생명체에 이르기 까지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전해주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물며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자식을 보호하는 일에 사람이든 해마든 차이가 없는 듯하다.

번식기에 접어들면 해마의 암컷은 수란관을 통해 알을 수컷의 육아주머니에 넣으면 수컷이 정액으로 수정하게 되고 수정된 알들을 수컷이 육아주머니에 넣고 클 때까지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해마(海馬)의 성질은 따뜻하고 독은 없고 맛은 달다. 다른 보양약과 같이 간경(肝經)과 신경(腎經)으로 들어간다. 주된 약효는 보신장양(補腎壯陽)이다. 신장의 양기를 북돋아 몸 전채가 강철체력이 되게 하고, 활기차게 하고, 피로에도 쉬 지치지 않게 하며, 면역력이 향상되어 웬만한 감기는 걸리지 않고, 성욕도 항진되고 정력도 뛰어나게 해서 부부관계를 잘 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발기부전의 양위(陽?), 정액이나 오줌을 흘리고 다니는 유뇨(遺尿)니 유정(遺精)에 쓸 수 있다.

하지만 해마의 보양(補陽)의 정도는 합개보다는 강하지만 음양곽과 사상자의 효능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해마를 보양약으로 쓸 때는 주약의 효능을 보조하는 정도로 사용한다. 정작 해마를 쓸 때는 보양약보다도 다른 용도로 많이 쓴다. 조기활혈(調氣活血)이 그것이다. 갓난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색색거리며 잠잘 때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면 고르게 호흡하는 가운데 숨이 끊어지거나 숨이 가쁘거나 하는 부분이 없다. 이게 조기(調氣)가 잘 되어 있는 모습이다.

호흡할 때 숨이 가쁘거나 끊어지면 기운을 따라 움직이는 혈(血)이 활기찰 수 없게 된다. 조기활혈의 효능이 가장 필요한 사람이 임산부다. 요즘은 외과적 수술요법이 발달되어 그런 일이 없겠지만 조선시대에는 아이의 다리부터 나오는 역산이나 난산(難産)을 겪는다면 산모와 아이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 이 때 쓰며 환제(丸劑)나 산제(散劑)로 미리 만들어 놓았다가 사용한다. 동의보감에 손에 해마를 쥐고 출산하면 쉽게 아이를 순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렇게 될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절박함이 느껴진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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