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관절염과 절골술 및 연골이식술 -

60대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섰다. 아프고 퉁퉁 부어 있는 무릎이 문제라고 했다.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그동안 이곳저곳 병원에서 침과 주사도 참 많이 맞아봤단다. 1년 전 쯤엔 개인의원 정형외과에서 관절내시경 시술도 받았다고 한다. 진찰을 해보니 무릎을 굽히고 펼 때 뻑뻑한 증세, 무릎 관절에 물이 너무 많이 차 있었다. 최근까지도 다른 병원에서 물을 계속 빼고 있었는데 무릎에 물이 차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고 했다.

x-ray 를 살펴봤다. 무릎이 안쪽으로 틀어지면서 무릎 내측이 벌써 맞닿아 있는 3기 무릎내측관절염이었다. 관절경시술을 했던 병원에서는 시술당시 연골 마모가 심해서 인공관절수술을 곧 다시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선생님, 제가 나이는 비록 많지만, 인공관절보다는 제 무릎을 좀 오래 써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이래저래 알아보니, 저보다 나이가 10살이나 더 많은 거스 히딩크 감독도 인공관절을 안 하고 다른 방법으로 하셨다던데요. 인공관절 수술은 너무 무섭기도 하고, 몸에 쇠가 들어가는 게 여간 거북한 게 아니네요"라고 그 환자는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다.

필자는 "인공관절 수술도 환자분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나쁘거나 무서운 수술은 아닙니다만, 인공관절에 대한 거부감이 크시니 전에 수술한 관절경 사진과 무릎 MRI, 하지 전장 엑스레이를 살펴보고 결론을 내 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나서 더 살펴보니 다행히 내측 반달 연골판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내측 대퇴골 쪽 연골 마모만 심한 상태. 내반슬 (무릎이 0 자로 휘어있는 것)때문에 무릎 내측에 체중 부하가 심했다.

"환자분께서 간절히 원하시니 제가 다리 모양을 11자로 교정하면서 자가골연골을 이식해서 무릎을 살려보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고 추가로 설명했다. 이 60대환자는 근위부 경골 절골술과 동시에 자가 골연골이식술이라는 수술을 동시에 받으셨고, 다행히 수술 후 4개월 부터 점차로 무릎에 물이 줄어들었다. 수술 후 1년이 좀 넘어서 정강이 뼈의 철심도 모두 제거했다. 수술 후 3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한번 씩 병원을 찾아 "요즘은 물도 안차고 일도 하고 아주 좋다"며 필자를 격려해 주고 가신다.

무릎은 우리 몸의 관절 중에서 연골의 면적이 가장 넓은 관절 중 하나. 우리 몸에서 관절은 운동범위가 넓고 운동 시에 다소 불안정하기 때문에 쉽게 뼈의 마모가 일어난다. 다행히도 연골이라는 물렁뼈 조직이 뼈를 감싸고 있어 마모에 저항할 수 있다. 즉, 관절의 핵심 조직은 연골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관절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것을 "관절염" 이라고 부른다. 노령의 환자가 관절 연골이 전체적으로 광범위하게 골고루 닳아 버린 경우엔 "인공관절 치환술"(흔히 말하는 무릎인공관절수술) 이라는 좋은 수술이 있다.

그렇다면 다소 젊은 나이(특히 50대)에 관절 연골의 일부분에 한해 결손 부위가 발생하였고 그것 때문에 몇 년을 고생하고 있다면 어떻게 치료해아 할까? 인공관절을 하기엔 너무 아깝고, 그렇다고 물만 뽑고 주사만 맞기에는 , 당장 몇 년은 불편한 분들이 분명히 많이 있다. 우리는 그분들을 "중기 관절염" 환자라고 부른다. 현대 의학에서 중기 관절염 치료의 두 가지 큰 개념은, 첫째로 하지 정렬을 11자로 교정 및 복원해 주어야 한다는 것, 두번째로 결손된 연골을 다시 복원해 준다는 개념이다. 물론 그에 따른 수술법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첫번째 언급한 하지정렬의 대표적인 경우가 "내반슬" 인데, 정강이 위쪽에서 O 자로 휘어있어 걸을 때 하중이 내측 무릎에만 집중되는 형태이다. 정강이뼈를 일부 절골하여 필요한 각도 만큼 벌린 뒤 금속판으로 고정하고 인공뼈를 채워주는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안정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두 번째의 연골 결손부인데 안타깝게도 연골이라는 조직은 일생동안 한번 밖에 사용할 수가 없어서 결손부위가 발생하면 그대로 둬서는 다시는 복원되지 않는다. 그래서 현대의학에서는 이 연골 조직을 복원시키기 위해 많은 시술과 수술들이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연골을 복원하기위한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인데, 1. 미세천공술 이다. 비교적 간단한 시술인데, 연골결손 부위가 2제곱센티미터 이하로 작은 경우에 사용된다. 연골 결손부위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바닥에 있는 뼈에 구멍을 뚫어 주는 시술이다. 골수에 있는 조혈 모세포를 자극해 섬유조직을 생성시켜 치료하는 방법이다. 비교적 작은 연골 결손부위에서만 성공할 수 있다.

2. 자가 골연골이식술 이다. 같은 무릎의 연골중 대퇴골 전방 부분이 건강한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 건강한 부분에서 뼈와 연골 덩어리를 동그랗게 떼어내어 결손 연골부위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연골 결손부위가 4~6제곱센티미터 까지는 커버가 가능하다. 연골을 뗀 자리가 남는다는 단점이 있다.

3. 줄기세포이식술 이다. 줄기세포에는 크게 자가형 줄기세포와 동종 제대혈 줄기세포로 나눠 볼 수 있다. 현재 세포이식 성공에 관한 논문과 임상 자료가 가장 많은 것은 "동종 제대혈 유래 줄기 세포 이식술"이다. 손상된 연골조직을 긁어내어 정리하고 바닥 뼈에 구멍을 뚫은 다음 끈적한 액상으로 된 줄기세포 조직을 거기에다 심어주는 방식이다. 마치 대머리에 모발 이식을 하듯이 세포를 직접 심어주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단점은 비용이 많이 들고, 세포가 자라는데 까지 오래 걸려 재활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과거 무릎의 중기 관절염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던 시절엔, 무릎 치료에는 연골주사 치료 이후에 나이 들면 인공관절수술 이란 공식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현대 정형외과 영역에서는 중기관절염 때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여 자기 무릎을 평생 잘 쓸 수 있는 방향으로 점점 변하고 있다. 물론 인공관절 수술이 나쁜 수술이라는 것이 아니라, 인공관절을 하기 전에 조기에 잡아줄 수 있는 치료를 적극적으로 한다는 뜻이다.

무릎 관절염으로 오래 고생하고 계시는 여러 환자분 중에 아직 나이가 중년으로 젊다면 무릎에 대해 낙담할 필요가 없다. 위에서 설명한대로 여러 가지 방법을 조합해서 치료할 용기를 내는 게 '100세 인생 시대'의 지혜일 수 있겠다.

달려라병원 장종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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