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습관교정과 근육보강은 필수 -

지난 칼럼에서는 인공관절 수술을 피하는 방법 1편을 다룬 바 있다. 요약하자면, 연골판 파열 여부를 조기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을 필요가 없게 된다는 뜻이다. 이번 칼럼은 지난 칼럼에 이어 인공관절수술을 피하는 방법 2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연골판 파열 여부를 확인했다는 가정 하에 칼럼을 이어가도록 한다.

일단 파열이 확인이 되면 동반되어 있는 퇴행성 관절염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치료 방법을 크게 결정하게 된다.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되지 않은 파열 초기 상태일 때는 파열된 모양을 보고 계속 파열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 관절내시경으로 파열된 경계면을 잘라내어 찢어지지 않은 연골판이라도 보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미 찢어져버린 연골판은 연골을 보호하는 본연의 기능이 아예 없어지기 때문에 잘라내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면 된다. 오히려 찢어진 연골판과 연결되어 있는 멀쩡한 연골판이 더 쉽게 찢어지도록 하는 나쁜 역할만 할 뿐이다. 관절내시경 수술 후 치료의 목표는 퇴행성 관절염을 최대한 늦게 진행하게 만들어줘서 평생 인공관절 수술은 쳐다보지 않고 잘 지내도록 하는 것으로 잡으면 된다. 단 관절내시경 수술 후 5년, 10년 지나면서 관리를 소흘히 해서 초기 치료를 잘했더라도 관절염이 어느 정도 진행을 한다면, 인공관절보다 덜 힘든 다른 수술은 한 번 정도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자기 무릎을 좀 더 쓰게 하는 방법이기에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일 수 있다.

찢어진 연골판을 잘라내면 무릎이 더 약해질 수 있다는 막연한 걱정이나 수술은 무조건 안 좋다고 들어서 일단 수술을 최대한 피하겠다는 것은 초기 파열에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가장 좋지 않다. 파열된 부분을 해결하지 않는 경우 첫 번째로 지속적으로 파열 부위에서 계속 진행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 파열된 부분에서 조금씩 염증이 생기면 큰 통증이 아니더라도 무릎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꾸준히 하기 힘들다. 그러면 무릎에 아주 필수적인 대퇴근육이 갈수록 약해져서 관절염의 진행 속도가 상당히 빨라지게 된다. 다른 경우로 다행히 파열된 모양이 진행을 천천히 하는 쪽이면 무릎 사용량을 줄이고 대퇴근육을 강화하는 방법을 통해 최대한 진행을 늦추면 된다.

조기 발견이 되지 않고 파열이 많이 진행된 상태이거나 퇴행성 관절염이 중기 이상으로 같이 진행된 경우에는 관절내시경을 바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관절내시경으로 파열부위를 제거한다고 해도 남아있는 연골판이 작아 제대로 관절염을 막아주는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절염이 중기 정도 진행하면 그 자체만으로 진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치료의 목표를 바꾸는 것이 좋다. 최대한 관리를 잘해서 인공관절 수술의 시기를 늦추는 것이다. 물론 중등도 이상이 파열되었다는 진단을 60대 중후반에 받은 경우는 인공관절 수술을 평생 하지 않는 것에 맞춰볼 수 있다.

이 경우 생활 습관부터 교정을 시작해야 한다. 서있거나 걷는 동작은 길면 길수록 무릎에 부담이 가게 된다.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 허벅지 근육이 줄어드는 것은 무릎에 부담이 없는 운동으로 반드시 막아야 한다. 자전거 타기가 가장 좋다. 실내에서 타는 운동용 자전거나 실외에서 타는 일반 자전거 모두 좋다.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것은 평시에 운동용 실내자전거를 타고 가끔 실외에서 자전거 생활을 즐기면 된다. 물 속에서 하는 아쿠아로빅이나 수영 역시 상당히 도움이 된다. 무릎이 느끼는 체중 부담이 없으면서 근육 활동을 활발히 시켜줄 수 있기 때문에 염증이 다소 있는 경우에도 가능하다. 계단 오르기나 가벼운 등산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이 평지 걷는 것에 비해 순간적으로 6~8배까지 오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염증이 조금씩 생길 때마다 소염제를 잠시 복용하거나 무릎 내 염증 감소를 위해 만들어진 여러 가지 주사치료를 해준다. 염증이 장기간 무릎 내에 남아있으면 반드시 운동량 감소로 이어지게 되어 관절염 예방에 필수적인 대퇴근육이 반드시 약해지게 된다. 또한 염증으로 인한 무릎 내 삼출액(보통 물이 찬다고 표현한다)이 남아있는 연골 자체를 약하게 만들어 가벼운 충격에도 닳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가급적 불편감이 커지기 전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주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런 치료들이 연골을 다시 살려서 관절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 남아있는 연골을 오래도록 보존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아주 훌륭하다.

혹시 연골판이 중증 정도로 찢어지고 관절염이 중간 단계 이상으로 진행한 경우에서 약이나 주사로 염증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아 운동을 하기가 적절하지 않는 상태가 1-2달 이상 지속되면 그 때는 관절내시경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연골판 파열 초기에 시행하는 진행 방지 목적보다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다시 운동할 수 있는 무릎을 만들기 위한 강력한 주사치료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이 때 염증을 잘 가라앉힐 수 있는 확률은 반반 정도 된다. (환자분들이 관절내시경이 효과가 없고 더 아파져서 괜히 수술했다라고 느끼는 경우가 바로 연골판과 연골이 중등도 이상 찢어지고 닳은 이 상태에서 목표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이 수술하면 나을 것이라고 듣고 생각하고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연골과 연골판은 한 번 손상되면 절대 다시 재생되는 방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물론 더 악화되지 않고 멈추는 경우도 별로 없다. 지금까지 나온 어떤 주사치료로도 그렇다. 많은 광고로 유명해진 줄기세포 주사, 무릎에 넣어주면 연골이 생긴다는 그 어떤 주사도 제대로 보여지는 결과는 없다. 그래서 그냥 연골주사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염증 조절 능력을 과하게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아직 나라에서 인정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

미래에 수술을 하지 않고 운동이라는 노력을 하지 않고 무릎 건강을 계속 지키게 할 수 있는 신기술이 개발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다. 무릎이 어느 정도 아프기 시작했을 때 초기 진단에 들어가는 MRI 비용을 아끼려고 아니면 수술이 두려워서 초기 진단을 외면하고 지내게 되면, 종래에는 그 병이 중간까지 진행하면서 실체를 보여주게 되고 그 때는 금보다 귀한 시간이 지나가버리고 난 후가 된다. 그 때는 실체도 없는 미약한 희망으로 이곳저곳에서 처음에 쓸 돈의 몇 배 아니 몇 십배를 쓰면서 고통을 당할 수 있다.

모든 병은 초기에 잡아야 한다. 혹시 놓쳤다면 오래 버틸 수 있는 길을 제대로 알고 차근차근 가는 것이 좋다. 이때까지 여러분이 이루어놓은 일들이 기적의 연속이 아니라 지금까지 열심히 산 결과인 것과 마찬가지로 나빠진 내 무릎을 잘 달래면서 쓰는 건 한 번의 기적같은 주사나 옆집 사람의 말에 따라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내 무릎 상태를 정확히 짚어주는 주치의와 함께 꾸준히 관리하면서 가는 것이다.

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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