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에 물이 찬 50대 환자의 이야기다. 약 6 개월 전부터 무릎이 붓고 뻑뻑해져서 개인의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X레이 사진에서 큰 이상은 없었다고 했다. 다만 무릎에 물이 찼다는 말을 들었다. 병원에서 2~3차례 물을 뺐다. 그런데도 조금만 무리해서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면 다시 물이 찼다고 했다. 이렇게 약 먹고 무릎 물빼기를 반복하길 3개월. 뭔가 이상하고 겁이 나서 필자의 병원을 찾아왔노라고 했다.

물이 차는 원인부터 찾아야 했다. MRI 정밀검사를 시행했다. 검사결과, 내측 반달연골판의 퇴행성 변화가 진행중이었다. 또한 대퇴 슬개간관절염이 2~3 단계 정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X레이에는 보이지 않을 만한 병변이었던 것. 다행히도 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무릎관절염에 쓸 수 있는 히알루론산 주사를 비롯한 몇몇 주사를 혼합해 직접 관절강내주사 치료를 3회 시행했다. 이후 물이 차는 증상도 호전됐다. 이전처럼 회복됐다고 환자는 매우 즐거워했다.

무릎에 물이 차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무릎을 둘러싸고 있는 활액막(synovium)이라는 무릎 관절막의 증식과 염증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마치 겨울철 베란다 벽면에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무릎의 활액막이 두꺼워 지면서 붉게 증식되어 피어오르면, 거기서 만들어지는 활액막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무릎에 물이 차게 된다.

다시 말해 무릎에 물이 찬다는 것은 무릎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호인 것이다. 그러면 활액막은 언제 증식하는 것일까? 젊은 분들은 주로 반달 연골판 혹은 관절연골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혹은 잘못된 자세로 무릎을 혹사 했을 때 자주 발생한다. 노년층에서는 관절염이 급격히 진행될 때 주로 활액막에 염증이 발생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대로 X레이에서 잘 안 보여도 MRI 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무릎에서 물이 차는 원인을 밝히지 못하면, 물을 빼더라도 다시 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물이 자꾸 찰 때는 근본적으로 무릎의 어느 곳에 문제가 있어서 물이 차는지를 검사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무릎에 물이 차면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보통은 먹는 약으로만은 잘 치료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게 무릎관절강내 주사 치료. 정형외과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무릎 주사제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정리 요약할 수 있다.

1. 히알루론산. 일명 히루안 혹은 하이알 이라고 부른다. 히알루론산은 활액(synovial fluid)과 연골 표면을 구성하는 주요한 성분으로 glucuronic acid와 N-acetyl glucosamine이 번갈아 결합되어 있는 당과립(glyco-saminoglycan)이다. 관절 내에서 히알루론산은 윤활작용과 충격 흡수 역할을 한다.

자동차 엔진오일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점성을 부여하고, 항염증 작용을 하기 때문에 연골의 염증을 직접적으로 잡아준다. 최근 ‘cross linking’에 의한 고분자량 제품의 등장으로 효과가 더욱더 개선되고 있다. (약품명 "시노비안")

2. 스테로이드 주사 . 일명 "뼈주사" 라고 부른다.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항염증 약물로써, 주사를 맞고 나면 바로 좋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존재한다. 자주 사용하게 되면 ‘rebound 현상’이 발생, 물이 더 차게 되며 관절연골이 물렁해지는 연화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뼈주사 맞으면 뼈가 녹는다’란 말의 유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필자는 무릎에 스테로이드 주사 사용을 극히 제한하고 있다. 잠시 좋아지기 위해서 더 큰 부작용을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테로이드 주사가 꼭 필요한 분이 가끔 있긴 하다, 무릎에 관절염이 심하지 않고 MRI 검사상 연골손상이나 다른 병변이 없는 경우, 다른 주사 치료를 여러번 했음에도 물이 계속 차는 경우엔 한번 정도 저용량으로 써볼 순 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자주 하게 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달려라병원 장종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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