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아역 스타(Child Stars)

천진난만한 표정과 깜찍한 태도는 아역 배우들의 전매 특허이자 그들만의 특장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1920년대 영화계에서는 메리 픽포드, 릴리안 기시, 리차드 바델메스 등이 20대임에도 아역으로 분장해서 출연할 정도로 아역 연기자의 가치는 인정 받지 못했다.

아역 배우의 존재감을 일깨워 준 영화인은 천재 희극 배우 찰리 채플린으로 기록되고 있다.

5살된 고아 소년을 양자처럼 받아 들여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떠돌이 찰리의 애환을 다룬 작품이 <키드 The Kid>(1921).

‘눈물 흘리게 만드는 웃음 가득한 코미디 A comedy with a smile--and perhaps a tear’라는 선전 문귀답게 힘겨운 일상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있는 아이역을 열연한 재키 쿠간(Jackie Coogan).

7살 때 출연한 <키드>로 할리우드에 아역 배우의 존재감을 각인 시킨 주인공이 된다.

겨우 3살 때 <키드 라스트 스탠드 Kid's Last Stand>(1932)에 출연할 정도로 천부적 연기 감각을 발휘했던 셜리 템플(Shirley Temple)은 ‘아역 배우 중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인 환대 the most popular and famous child star of all time’를 받은 히로인이다.

노래, 춤, 연기력을 겸비했던 천부적 예능꾼인 셜리는 가슴을 녹여주는 밝은 미소와 앙증 맞은 제스춰 등을 보여줘 <소공녀 The Little Princess>(1939) <아파치 요새 Fort Apache>(1948) <하이디 Heidi>(1937) <셜리 템플의 스토리북 Shirley Temple's Storybook>(1958) 등 출연하는 작품을 모두 황금 방석으로 만들어 내는 수완을 발휘한다.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1939)는 호기심 가득한 10대 소녀 도로시가 태풍에 휘말려 마술 랜드(magical land)에 도착해서 겪는 신비스런 모험담을 담은 판타지 드라마.

출연 당시 주디 갈란드(Judy Garland)는 다소 늙은(?) 17살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도로시역을 열연한다.

갈란드는 극중 주제곡 ‘Over the Rainbow’를 비롯해 스토리 전개에 맞게 불러준 ‘We're Off to See the Wizard’ ‘If I Were King of the Forest’를 취입해 셜리 템플에 이어 ‘노래하는 아역 연기자 시대’를 주도해 나간다.

아역 연기자들은 *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는 산파역을 하는 동시에 * 히트 영화가 산출해 내는 부가 상품의 판매 유도를 촉진 시키는 산파역을 해낸다.

하지만 주디 갈란드는 활발한 아이의 모습을 늘상 보여주기 위해 약물 치료를 받는 동시에 성년으로 성장하면서 필연적으로 맞게 되는 아역 이미지와의 괴리감 등으로 인해 소모적 존재로 머물 수밖에 없게 된다.

할리우드와는 달리 유럽 영화에서 등장하는 미성년 배우들은 모두 험한 인생의 질곡과 전쟁 참화 그리고 성장통을 앓게 되는 불운한 역할에 단골로 얼굴을 내밀게 된다.

2차 세계 대전 직후 이태리.

생계 도구인 자전거를 분실한 아버지의 처지를 지켜 보게 되는 아들의 처지를 담은 <자전거 도둑 The Bicycle Thief / Ladri Di Biciclette>(1948), 죽은 강아지들의 무덤을 만들어 주면서 전쟁의 참화를 깨닫게 된다는 <금지된 장난 Jeux Interdits>(1952), 14살 소년 앙트완이 학교에서 구타 당하고 좀도둑 행각을 통해 점차적으로 타락의 길로 빠져 들게 된다는 <400번의 구타 Les Quatre Cents Coups>(1959) 등은 기성 새대들이 만들어 놓은 거짓과 위선 그리고 탐욕의 수렁에 빠져 고충을 겪는 10대들의 모습을 담아내 잔잔한 파문을 불러 일으킨다.

윌리암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 The Exorcist>(1973)에서 악령에 시달리는 10대 소녀 리간(린다 블레어)을 등장 시켜 공포극의 새로운 이정표를 수립한다.

14살된 조디 포스터는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1976)에서 조숙한 뉴욕 매춘부 역할을 맡아 아역 배우의 역할 범위를 확대 시킨다.

9살된 살바토레 카시오(Salvatore Cascio)는 태어나서 영화를 한번도 관람한 적이 없다는 깜직한 이태리 소년.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 Nuovo Cinema Paradiso>(1988)에서 나이 든 영사 기사와 연령을 초월해 우정을 나누는 열혈 영화 애호가 토토로 출연해 훈훈한 감동을 선사한다.

8살짜리 악동이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에 홀로 집을 지키면서 어리숙한 도둑을 퇴치한다는 <나홀로 집에 Home Alone>(1990).

출연 당시 10살이었던 매킬리 컬킨(Macaulay Culkin)은 깜찍한 외모와 당찬 행동을 내세워 90년대 ‘가장 유명한 미국 아역 배우 one of the most famous American child stars’로 칭송 받았던 주인공.

하지만 갑작스런 스타덤에 따른 여러 내홍을 극복하지 못하고 스캔들메이커로 전락돼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죽은 자들의 행적을 볼 수 있는 소년의 고충을 다룬 <식스 센스 The Sixth Sense>(1999).

11살 때 출연한 할리 조엘 오스먼트(Haley Joel Osment)는 이 작품 한편으로 ‘90년대 가장 촉망 받는 젊은 연기자임을 입증 proven himself as one of the best young actors of his generation’ 한다.

아역 및 10대 배우들은 갑자기 찾아온 부와 명성을 주체하지 못해 일순간 천덕꾸러기로 전락해 가십 메이커가 되는 불운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19살 때 출연작 <디스 보이즈 라이프 This Boy's Life>(1993)로 가능성을 보인 뒤 41살의 출연작 <레버런트 The Revenant>(2015)로 대망의 아카데미 남우상을 따내면서 성인 연기자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은 13살 때 <레옹 Léon>(1994)에 출연한다.

부패한 경찰에 의해 죽음을 당한 부모의 복수를 꿈꾸는 당찬 소녀 마틸다역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긴다.

포트만은 <클로져 Closer>(2004)로 아카데미 조연 여우상 후보에 지명 받은 뒤 <블랙 스완 Black Swan>(2010)으로 아카데미 여우상을 받아 모범적 연기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론 하워드(Ron Howard)는 10대 시절 <앤디 그리핀 쇼 The Andy Griffith Show>에서 재담을 선보인 뒤 성인이 돼서는 프로듀서 감독으로 변신, <뷰티풀 마인트 A Beautiful Mind> <어레스트 디베롭먼트 Arrested Development> 등으로 명장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앙증 맞은 어린 시절의 강한 이미지 때문에 성인 배우로 변신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아역배우를 둘러싸고 있는 통설.

하지만 천부적인 끼를 갖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면서 어린 스타의 위치를 차지하려는 이들이 영화계 주변에 늘 포진하고 있는 중이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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