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작약(白芍藥)은 약효가 간비경(肝脾經)으로 흘러 들어가고 약간 찬 성질을 지니며(微寒) 쓰고 시큼하다(苦酸)고 앞 서 말한 바가 있다. 백작약은 혈(血)이 많은 간(肝)으로 들어가서 간열(肝熱)로 인해 혈(血)이 졸아들어 뭉쳐진 어혈 덩어리를 찬 성분과 쓴 맛으로 열을 끄면서 흩어준다. 그러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혈의 양(量)이 증가된다. 이를 양혈(養血) 즉 혈(血)을 만들어 준다는 뜻이다.

간염(肝炎)은 간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급성간염과 달리 만성간염의 경우 침묵의 장기답게 큰 자각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혈액검사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만성 B형 간염보균자가 2백만 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면역력을 높이는 것 외에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한 때 B형간염 보균자는 그 질환에 대한 오해로 회사 취직이 어려운 적이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부당하다고 권고하였지만 회사는 개인의 능력 보다는 생생한 체력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여전한 것 같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간(肝) 안에서 살면서 간에 있는 단백질을 자기 것처럼 사용해서, 여러 가지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외부로부터 자신을 지킬 요량으로 제일 바깥쪽에 자신을 에워싸도록 공 모양의 담장을 만드는데 이걸 표면 단백질(HBsAg)이라고 한다. 그 속으로 공 모양의 담장이 하나 더 있는데 이를 중심 단백질(HBcAg)이라고 한다. 이런 이중의 구조를 통과해야 비로소 간염 바이러스를 알현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치료제 개발이 훨씬 어렵고 까다로운 것으로 보인다. 간염에 간의 열을 꺼트리고 어혈을 풀어주는 작약(芍藥)과 단삼(丹蔘)을 많이 사용한다. 간(肝)하면 황달에 많이 쓰는 인진쑥을 먼저 떠 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진은 더위지기로 큰 효과가 없고 중국에서 수입되는 사철쑥을 써야 황달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백작약의 시큼한 맛은 딱딱하게 섬유질로 가득한 간을 탄력 있고 부드럽게 해 준다. 이를 유간(柔肝)작용이라 한다. 간을 부드럽게 한다는 뜻이다.

유간 작용은 간의 부하들인 근육에게도 똑 같이 적용이 된다. 힘쓰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활근육은 헬스로 단련된 근육과 많이 다르다. 이런 환자의 경우 침을 놓으면 근육량이 많음에도 물에다 침을 꽂는 것 같이 침이 한 번에 쑥 들어간다. 반면 사무직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만 업무를 보다가 근육이 굳어서 오는 경우 근육이 육포와 같이 딱딱해서 침이 휘거나 튕겨진다. 특히 소음인의 복직근은 헬스를 한 사람과 같이 팔래판 근육이지만 그들과 달리 근육이 돌덩이 같다. 당연히 침이 안 들어간다. 소음인의 경우 비위(脾胃)가 안 좋아서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없고, 기운도 약해져서 까칠하고 예민하면서 배가 많이 아프다고 표현한다.

이렇게 복직근이 딱딱하거나 심지어 경련을 일어날 때 제일 먼저 떠올려 볼 수 있는 한약이 백작약이다. 백작약의 이런 효능을 완중지통(緩中止痛)이라고 한다. 백작약 가는데 감초가 가니 당연히 처방명이 작약감초탕(芍藥甘草湯,상86)이 된다. 아랫배가 아프고 복직근이 굳어서 땅길 때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처방이다. 백작약이 군약(君藥)이다. 여기다 계지를 넣고 생강과 대추를 넣으면 소아과의 명방인 소건중탕(小建中湯,상45)이 된다. 입맛이 없어서 밥을 잘 안 먹고, 밥을 삼키는 것도 싫어서 입으로 음식을 뱉어내는 아이에게 쓴다. 밥을 안 먹으니 당연히 기력도 없고 얼굴도 누렇게 떠 있고 다른 아이에 비해 활동성이 떨어져 앉아 있으려고만 한다.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처방인 쌍화탕(雙和湯,상31) 역시 백작약이 군약(君藥)이다. 노역(勞役) 후 범방(犯房)했을 때 쓰는 처방이다. 농투성이 일을 하고 고단한 몸을 이끌고 마님을 품에 안았다가 체력이 방전됐을 때 쓰는 처방이란 뜻이다. 이 때는 꼭 한약이 아니더라도 옛날 다방에 가면 예쁜 미스 김이 타주는 쌍화탕을 언제든지 마실 수 있었다. 그 시절 다방은 말 그대로 차(茶)를 마시는 방(房)이다. 보통 때는 커피나 오미자차, 대추차, 생강차를, 봉급을 타서 넉넉할 때는 계란 노른자가 동동 떠 있는 쌍화차나 십전대보차를 마시러 친구들과 함께 가는 곳이었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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