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은행에 다니는 쌍둥이 엄마가 시아버님을 꼭 빼닮은 아들을 출산했는데 허리가 아프다고 침을 맞으러 왔다. 딸만 둘인 집안에 아들이 태어나자 그 이전에 딸 바보였던 신랑은 아들을 보려고 일찍 퇴근하는가하면 시아버님은 자신과 꼭 닮은 손주 녀석을 보려고 거의 매일 집을 들린다고 했다. 시부모님께 귀한 장손을 안긴 것 같아 자신이 대견하다는 새댁은 내게 은행근무가 좋은 점을 말한 적이 있다. 월급도 다른 직종에 비해 적지 않고, 시설이나 복지도 잘 되어 있는 것도 좋은 점이지만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다는 것을 제일 좋은 점으로 꼽았다. 의외였다.

은행은 한번 들어가면 붙박이처럼 퇴사할 때까지 계속 같은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일반기업과는 달리 적어도 2년에 한번 지점을 옮겨 다니는 탓에 2년만 지나면 스트레스를 주는 당사자와 서로 다른 지점으로 발령받기 때문에 2년만 견디면 문제가 해결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인간관계를 맺은 사람들과는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위와 같이 보통 사람들의 경우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반면 스트레스와 긴장상태가 거의 없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세상을 다 가진 사람들이다.

권력과 재력을 가지고 있어 어디를 가도 대접받고 항상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긴장감을 느끼지 못해 하루하루가 너무 무료하고 지루해서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가 걱정인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혹은 마약에 손대기도 하고 한 밤중에 굉음을 울리면서 짜릿한 자동차경주를 즐기는 것 같은 긴장할 일을 찾는다. 인체는 긴장을 담당하는 교감신경과 이완과 편안함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이 항상 균형을 이루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즐거움이 없이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만 살아가거나 전혀 스트레스나 긴장감이 없이 편안함과 즐거움만 추구하는 경우는 질병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보 도오루’가 쓴 책 ‘내 몸 안의 의사, 면역력을 깨워라’에 보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무너지면 어떤 질병이 발생하는 지 잘 나와 있다.

인체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많은 정보에 대해 그때그때에 맞게 대처한다. 대처하는 방법은 행동과 정서적인 표출이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빨리 그 장소를 벗어나든지, 화를 내고 거칠게 저항해야 한다면 그렇게 한다. 슬픔, 기쁨, 공포, 우울, 사고 모두 외부에 대한 반응이다. 이런 감정의 변화가 오장육부에 어떻게 미치는 지는 이미 앞선 칼럼에서 밝혀 놓았다. 간(肝)을 상하게 하는 가장 큰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요소는 화(火) 즉 분노(忿怒)다. 노상간(怒傷肝)이란 병리학 용어가 있다. 분노는 간을 상하게 한다는 뜻인데,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가 극심하면 간(肝)의 기운이 위로 치솟아 올라 얼굴이 벌겋게 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눈에 시뻘겋게 핏발이 서고, 심하면 숨을 재대로 쉬지 못한다. 이를 간기상역(肝氣上逆)이라 한다.

간기(肝氣)가 상역되면 혈(血)도 같이 이를 따라 위로 치솟게 되어 심하면 목에서 피를 토하게 된다. 이 때 염음평간(斂陰平肝)작용을 얻기 위해 백작약을 날 것 그대로 쓴다. 위로 치솟은 음혈(陰血)을 간으로 거두어 들여서 간(肝)이 정상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항상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이 어깨나 머리가 항상 찌뿌듯하게 뭉치거나 아프고, 눈이 빠지도록 아프거나 침침하고, 어지럽거나 할 때 날 것으로 사용한다. 백작약을 술에 푹 담갔다가 말린 후에 볶아서 쓰는 주초(酒炒) 백작약은 술의 더운 성미가 작약의 찬 성질과 시큼한 성질을 완화시켜주어서 복부 쪽의 통증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사용한다. 특히 여름철 식중독으로 복통이 극심할 때 사용할 경우는 반드시 주초(酒炒)된 백작약을 사용해야 한다.

주자(酒炙)란 수치법은 백작약에 술을 뿌려서 곧바로 볶아서 쓰는 방법인데 주초(酒炒)와 효능이 거의 비슷하지만 특히 산후복통에 더 많이 쓰인다고 보면 된다. 그냥 볶아서 쓰는 것을 초(炒)해서 쓴다고 한다. 이 때는 혈(血)을 만드는 작용으로 주로 쓰여 혈허(血虛)증상에 쓰인다. 사물탕(四物湯)과 같은 개념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