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혈약(補血藥) 중에 중요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하수오(何首烏)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2015년 하수오를 주성분으로 한 건강기능식품이 무려 연간 8천억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는데 이 하수오 중의 일부가 ‘이엽우피소’라고 밝혀지면서 세상이 발칵 뒤집어졌다. 한의사들 은 이미 그 이전부터 이엽우피소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고 그래서 하수오를 반드시 써야 할 경우는 중국에서 수입되는 하수오 진품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아니면 같은 작용을 하는 다른 한약재로 대체해서 사용하고 있다.

하수오는 중국 광서(廣西)성이 주산지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자생하지 않아서 산출량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하수오(何首烏)를 문자 그대로 풀이를 해보면 “어찌하여 머리가 검게 되었는가?”란 뜻이다. 달리 말하면 흰머리가 검게 될 정도로 양기를 북돋아주어 세월을 거슬러 건강해 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런 풀이에 더해서 효능이 인삼과 대등할 정도라는 소문이 돌면서 하수오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대되었다.

조선시대 때도 하수오에 대한 국내 수요가 폭증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자 중국으로부터 고가에 수입해 오는 대신 하수오를 대체할 수 있는 한약재를 찾기 시작했다. 그 당시 때마침 우리나라에서는 백수오(白首烏)라고 불리는 ‘은조롱’이 한약재 명칭이나 모양도 비슷해서 중국에서 기원하는 하수오 대신에 은조롱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수오는 마디풀과이고 은조롱은 박주가리과로 기원식물 자체가 완전히 다른 품종으로 완전히 다른 한약재다.

중국에서는 적하수오와 백하수오가 있을 뿐 은조롱은 없었던 탓에 하수오에 대해 별다른 분류 문제가 없었던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정품인 하수오는 없고 가품인 은조롱이나 이엽우피소를 쓰는 바람에 문제가 복잡하게 꼬이게 되었다. 동의보감 하수오 편에 보면 강원도에서는 ‘온죠롱’, 황해도에서는 ‘새박불휘’라고 부르는 품종을 하수오라고 명확하게 기술해 놓았다. 또한 세종실록 지리지, 성종실록 등에도 하수오 대신 은조롱을 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특히 동의보감에 적하수오(赤何首烏)와 백하수오(白何首烏)가 들어가는 처방이 2개 있지만 둘 다 은조롱을 쓴 것으로 보인다. 영조 때의 승정원일기에 보면 적하수오와 백하수오 모두 약재가 된다고 했지만 실재로는 은조롱을 썼다.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의 소음인 약재에 하수오가 많이 쓰였는데, 적하수오는 한 곳만 쓰인 반면 백하수오는 많이 쓰였다. 적하수오가 나오는 처방이 ‘적백하오관중탕’인데 적하수오를 구하기가 어려워서 적하수오 대신 인삼을 써서 ‘인삼백하오관중탕’ 처방을, 당귀를 써서 ‘당귀백하오관중탕’이란 처방을 썼는데 효과는 같다고 기록되어 있다. ‘백하오부자이중탕’에 보면 백하수오가 군약(君藥)인데 느닷없이 그 아래 설명에 인삼이 있으면 군약인 백하수오를 빼고 인삼을 쓰라고 하였고, 인삼이 없을 때만 백하수오를 쓰라고 설명해 놓았다. 이 말은 우리나라에서 백하수오로 쓰이는 은조롱은 약효가 떨어지니 인삼이 있으면 인삼을 먼저 쓰라고 한 의미인 듯하다.

오늘날 한약재 규격집에도 여전히 백하수오는 은조롱이라고 되어 있다. 하수오의 이파리는 차라리 ‘마’ 즉 산약(山藥)과 더 많이 닮았지만 차이점은 마의 이파리에 비해 광택이 없다(葉如薯?而不光)는 점이다. 은조롱이나 이엽우피소의 잎을 보면 하수오와 많이 다르다. 하수오의 절단면은 오각형의 판같은 모양이 있고 가운데 성장선이 뚜렷하게 보인다. 하수오는 줄기 색깔이 붉으면 적하수오, 흰색이면 백하수오다. 하지만 1612년 이중립(李中立)이 쓴 본초원시(本草原始)를 기점으로 줄기색이 아닌 한약재의 단면이 붉으면 적하수오(赤何首烏), 희면 백하수오(白何首烏)로 규정짓게 되어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이엽우피소는 1604년 중국서적인 구황본초(救荒本草)에 처음 등장한 후 우피소의 분말이나 가루를 식용으로 꾸준히 사용되어왔다. 단 섭취하기 전에 물에 오랫동안 담갔다가 우려낸 다음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피소의 독성 문제로 식품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2015년 문제된 식품이 우피소다. 은조롱은 여전히 백하수오로 유통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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