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시대적으로 지역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적하수오, 백하수오, 은조롱, 이엽우피소에 대해 알아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백수오라고 불리는 은조롱을 백하수오로 약전에 기재해서 사용하고 있고, 은조롱과 유사하지만 성장이나 발육 면에서 월등히 빠른 이엽우피소를 백하수오로 속여 시중에서 많이 판매가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은조롱도 이엽우피소도 기원식물로 보면 하수오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이제라도 이런 사실을 알아서 백하수오가 들어간 소음인 처방을 만들었지만 찜찜했든지 밑에 주를 달아서 인삼이 있으면 백하수오 즉 은조롱 대신 인삼을 쓰라고 했다. 백하수오는 기분(氣分) 즉 기운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삼으로 대용해서 쓸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적하수오는 혈분(血分) 즉 혈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므로 ‘적백하오관중탕’에서 적하수오 대신 당귀로 대체해서 쓴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운을 북돋우는 최고의 한약재인 인삼이 있으므로 구태여 그것보다 효능이 떨어지고 효능을 알 수 없는 백하수오를 쓸 필요는 없다.

방송에서 보혈이 필요한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고 기운을 북돋우는 백수오 즉 은조롱을 판매하는 걸 보면 앞뒤가 전혀 맞지 않고 게다가 은조롱 대신 이엽우피소를 썼다면 무슨 약효를 기대하고 썼을지 필자도 궁금하다. 중국에서 하수오로 유통되는 것은 적하수오다. 적하수오는 붉은 색 줄기를 띤 하수오로 붉은 색은 혈(血)을 의미한다고 해서 혈분(血分)으로 들어가서 보혈(補血)하는 작용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적하수오가 자생되지 않고 전량 중국에서 수입되므로 갱년기증후군이나 기타 하수오를 꼭 써야 한다면 적하수오를 쓰면 속을 염려가 없다. 하수오는 마디풀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이다. 약재부위인 뿌리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백수오가 길쭉한 것과 다르게 방추형이거나 덩어리져 있다. 따뜻한 성질을 지니고 있고(溫), 독성은 없고 맛은 쌉스름하고 달면서 까끌까끌하다.(苦甘?) 간경(肝經), 심경(心經), 신경(腎經)으로 약효가 흘러들어간다. 하수오를 날 것 그대로 쓰면 보혈(補血)작용은 없고 윤장통변(潤腸通便)하는 역할이 있어서 변비에 쓸 수 있다.

보혈작용을 증대시키려면 반드시 수치를 해야 한다. 법제하는 방법은 하수오: 검은콩 즙: 막걸리를 100:10:25로 잘 버무려서 쇠그릇이 아닌 곳에 넣고 찌거나 혹은 중탕을 해서 적갈색이 되면 꺼내서 약재로 사용한다. 그 외에 여러 수치법이 있는데, 그냥 쑥찜기에 막걸리를 붓고 하수오를 찌거나 쌀뜨물에 담갔다가 검은콩 즙과 버무려 말린 후 막걸리로 쪄 내는 방법도 있지만 효능은 대동소이한 것으로 보인다. 간장혈(肝藏血), 신장정(腎藏精) 즉 간장에는 혈(血)을 갈무리하고 신장은 정(精)을 갈무리 하는 기능이 있는데 간장(肝臟)을 보해서 혈(血)을 북돋우는 보간(補肝)작용과, 신장의 기능을 좋게 해서 정(精)을 배가시키는 익신(益腎)의 효능이 있으며 기본적으로 양혈(養血)작용이 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정혈(精血)이 부족할 때 보충하는 기능이 있다. 발(髮)은 혈지여(血之餘)라고 했다. 혈(血)이 인체에 사용하고 남은 것이 있으면 모발로 흘러들어가서 모발을 잘 영양시켜줘서 삼단같이 찰랑찰랑한 머릿결을 만들어 준다는 뜻이다. 하수오가 얼마나 정혈을 강화해 주는지 이름에서도 머리카락이 새까맣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수발조백(鬚髮早白)을 치료한다고 본초학교과서에 나와 있다. 수염이나 귀밑털이나 모발이 일찍 하얗게 샌데 효능이 있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회춘하는 것으로 정력이 강화되었다는 말과 상통한다.

효능은 앞서 언급했던 숙지황과 비슷하여 둘 다 정혈(精血)이 부족한 증상에는 상수(相須)해서 사용한다. 하지만 숙지황은 맛이 걸죽하고 묵직해서 정혈(精血)을 보하는 힘이 많이 강한 반면, 하수오는 그런 성질이 숙지황보다 살짝 떨어진다. 하지만 평소 소화기가 약해서 숙지황의 걸죽한 성분을 소화하지 못하고 체한 느낌을 받거나 몸이 무거워질 때 숙지황을 대신해서 사용할 수 있다. 평소 몸이 천근만근이며, 여기저기 아픈 습담(濕痰)증상이 있거나 설사하거나 대변이 묽을 때는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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