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교의 효능을 자세하게 알아보자. 아교(阿膠)의 첫 번째 효능은 보혈(補血)하는 작용이다. 혈(血)이 부족하면 당연히 얼굴이 핏기가 없이 누렇게 뜨고 몸이 바짝 말라 있을 것이다. 이를 위황(萎黃)이라 한다. 아울러 영양 결핍으로 근육이 말라서 딱딱하게 되면 움직임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근력 또한 떨어져 휘청거리면서 간신히 걸어갈 수밖에 없다. 이를 기위무력((肌?無力)이라 한다. 혈(血)이 부족하면 인체의 왕(王)인 심장은 백성인 세포들에게 재 때 양식인 혈을 공급하는데 부족함이 있지 않을까 염려하게 된다. 그래서 두렵게 되는데 이 증상을 심계(心悸)라 한다. 심계는 흔히 두려움을 느끼거나 당황할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가슴이 쿵쿵거리며 뛰는 걸 말한다.

둘째는 보음(補陰)하는 작용이다. 특히 음(陰)이 부족하면 속이 열(熱)로 꽉 차게 되어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해서 편안하게 잠을 이룰 수가 없는데 이를 허번부득면(虛煩不得眠)이라 한다. 한의학에서 수면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한 부분이 영추경 대혹편(大惑篇)이다. 인체의 최 외곽을 호위하고 수비하는 위기(衛氣)가 낮에 양(陽)으로 움직이면 눈이 떠져서 깨어 있게 되고, 밤에 음(陰)으로 움직이면 눈이 스르르 감겨서 잠을 자게 된다고 쓰여 있다. 위기(衛氣)가 음으로 순행하지 못하고 계속 양(陽)으로만 순행하면 불면증이 된다는 뜻이다.

위기는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사납고 날랜 기운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위기가 계속 양(陽)으로 순행한다는 말은 외부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고 내 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떤 일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처할 요량으로 비상 대기해 있다는 뜻과 같다. 마치 우리 몸의 교감신경의 각성작용과 닮아 있다. 잠을 자려면 이런 걱정과 근심과 불안에 어떻게 대처할까 하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음(陰)이 근본적으로 적으면 위기(衛氣)가 음으로 순행하려고 해도 순행할 수가 없어 양(陽)으로만 순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불면증이 온다. 이 때 아교를 비롯한 당귀와 숙지황이 구원투수로 등장해서 음혈(陰血)을 보충해서 잠을 자게 한다.

실재로 불면증 처방에 보면 숙지황이 1첩에 40g씩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보혈약이나 보음약이 대량으로 들어간 처방을 복용할 때 부작용 중에 하나가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드는 것이다. 폐음(肺陰)이 부족하게 되면 폐 자체가 습윤이 없어진다. 폐의 가스교환은 폐의 표면이 촉촉해 있어야 잘 수행되는데 습기가 부족하면 가스교환 기능이 저하되고 호흡이 힘들어 질 수 있다. 이를 폐조해수(肺燥咳嗽)라고 한다. 또한 폐가 다스리는 피부(皮膚) 부위가 건조하게 되면 피부가 거칠어지고, 얼굴은 초췌하게 되며, 옷을 갈아입을 때 정강이 쪽에서 비듬가루 같은 것이 부스스 날리게 되며, 화장발도 잘 받지 않게 된다. 아교 자체가 고가구를 만들 때 접착제로 쓰일 만큼 접착력이 뛰어나므로 한약재로 사용해서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면 혈맥이 터져 생긴 각종 출혈을 잘 틀어막아서 지혈시킬 수 있다.

삶의 무게를 견디느라 힘이 달려서 기침을 심하게 할 때 간혹 피를 게우는 경우가 있다. 이를 노수객혈(勞嗽喀血)이라 한다. 이 뿐 아니고 피를 토하는 토혈(吐血),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뇨혈(尿血), 대변에 피가 묻어 나오는 변혈(便血) 등에 쓰이고 아스피린 과다복용으로 맥관이 출혈이 돼서 온 몸이 푸릇푸릇하게 멍이 든 혈맥출혈(血脈出血)에도 쓴다. 아교의 접착력은 아기집을 엄마의 자궁에 꽉 붙들어 매는 작용이 있다고 지난 칼럼에서 얘기했다. 유산이 잦은 임산부는 방약합편의 앞 부분에 증상에 따른 각종 처방이 나와 있는데 부인문(婦人門) 태루(胎漏) 부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태루란 임신 중에 복통도 없이 하혈하는 증세로서 태아가 유산될 수 있는 중대한 증상이다. 이 때 교애궁귀탕(膠艾芎歸湯)과 교애사물탕(膠艾四物湯)을 쓰는데 둘 다 아교가 군약(君藥)이다.

아교는 걸죽하고 끈적임이 있어 비위가 허약해서 소화력이 약하거나 감기 같은 외감에는 신중하게 사용하고, 지혈작용을 증가시키려면 포황(蒲黃)을 넣고 같이 볶아 쓰고, 폐를 맑게 하려면 합분(蛤粉)을 함께 넣고 볶아서 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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