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예닐곱 살 정도 되는 꼬마아가씨가 아빠랑 같이 한의원에 내원했다. 숨을 재대로 못 쉬고 헐떡거렸다. 아빠에게 응급실에 빨리 가시라고 했지만 응급실에 갔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아이가 숨을 재대로 못 쉬는데 검사 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응급실에서 그냥 나왔다는 것이다. 앉아 있기도 힘이 들 정도로 가쁜 힘을 몰아쉬어서 잠시 앉혀놓고 등과 배 쪽의 근육을 만져보니 돌덩이처럼 단단해져 있었다. 그리고 횡격막이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공기를 들이쉬고 내 쉬면서 들숨과 날숨을 쉬는데 이게 안 되서 들이 쉬다가 곧 바로 숨을 내뱉는 형태의 숨을 쉬고 있었다.

긴장하지 말고 편안하게 깊은 심호흡을 하라고 아이에게 말했지만 수영을 처음 배운 아이가 물속에서 호흡이 서툰 것처럼 많이 힘들어 했다. 앉혀서 복직근을 부드럽게 마사지를 하고 오미자차를 빨대에 꽂아서 건 냈다. 다행히 오미자차를 마실 수 있는 걸로 봐서 식도 쪽이나 기관지의 근육은 굳지 않은 듯 보였다. 그리고 응급실로 빨리 가라고 했다. 언 듯 보기에는 아이가 약간 마른 편이라서 ‘기흉’이 의심되었지만 한의원에서는 달리 진단할 장비들이 없어서 응급실로 빨리 이송시켰다. 잠시 후 통화를 했을 때는 여전히 검사결과를 기다린다고 했다. 그리고 조금은 숨쉬기 편안해진 것 같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혹간 침 맞는 것을 죽기보다 두려워하는 환자가 어쩔 수 없이 한의원에 오면 필자는 침을 놓지 않는다. 한의원에서 실재로 놓는 침은 따끔한 수준이다. 대부분 호침(毫鍼)을 쓰기 때문이다. 호침은 터럭 정도의 굵기를 가진 가는 침이란 뜻이다. 침관을 사용해서 침을 놓으면 피부의 신경세포가 아프다는 통증의 느낌을 못 느낄 정도로 순식간에 피부를 뚫기 때문에 침을 놓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침을 맞는다는 자체를 ‘엄청나게 아픈 행사’로 인식하고 있는 환자는 침을 맞아서 아픈 것보다 침 맞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죽을 것 같아 숨을 재대로 못 쉬는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

위의 두 가지 사례 모두 자연스럽게 숨 쉬는 것이 누구에게는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일깨워준다. 이런 경우에는 응급으로 무조건 당분이 엄청 많은 설탕물이나 사탕 같은 것을 먹고 마시게 하면 ‘휴’하면서 편안하게 숨을 쉴 수가 있다. 모든 달달한 것들은 근육을 이완시켜서 부드럽게 해 주는 성질이 있다. 그런 다음 ‘작약감초탕;을 쓰면 온 몸의 근육의 긴장이 이완이 되어 편안하게 호흡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 소개할 한약은 달달한 면에서는 다른 어떤 한약재에 결코 뒤지지 않는 용안육(龍眼肉)이다. 필자도 간혹 당이 떨어지는 느낌이 보이면 즉각 약재실로 가서 용안육을 먹는다. 그냥 먹어도 달달하게 맛있다. 과일로 먹는 것보다 말린 한약재로 먹는 용안육이 훨씬 당도가 높고 맛있다.

용안육의 경우 껍질을 까고 내부에 있는 씨앗도 발라내고 찐득한 과육을 잘 말려야 한약재로 유통될 수 있기 때문에 대개 최상품의 경우는 한약재로 쓰기 전에 이런 번거로운 손질이 필요치 않는 과일로 일차적으로 먼저 팔려 나간다.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달다.(溫甘) 심경(心經)과 비경(脾經)으로 흘러 들어간다. 달달하면서 따듯한 용안육은 혈(血)을 만드는데 제격이라 심장과 비장으로 들어가 혈(血)을 잘 기르도록 하는 작용을 해서 보혈(補血)하게 된다. 왕이 풍년이 들면 백성들이 굶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마음이 평안해 지듯이, 혈(血)이 풍부해지면 인체의 군주인 심장은 편안해진다. 이를 양혈안신(養血安神)이라고 한다. 마음고생이 심해서 생각이 지나치게 많으면 비장(脾臟)을 상하게 되는데 이를 사려상비(思慮傷脾)라 한다. 이 때 심장도 함께 상하므로 심비혈허(心脾血虛)의 상태가 된다. 이 때 용안육을 사용한다.

대표적인 처방이 귀비탕(歸脾湯)이다. 귀비탕 안에는 당연히 용안육이 들어 있고 군약(君藥)으로 작용한다. 근심이 많고 과로해서 심비(心脾)가 상했을 때 쓴다고 방약합편은 말하고 있다. 주변의 말에 흔들림 없이, 눈치 보지 말고 아무 생각 없이 그날그날 즐겁게 살아가면 이런 일은 없을 것 같다. 그게 쉽게 안 되는 사람은 필자의 한의원에서 오미자차나 한 잔 하고 가길 바란다. 맛있고 게다가 공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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