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몽타쥬(Montage)

불어 ‘모으다 혹은 결합 시키다’라는 뜻의 ‘monter’에서 파생됐다.

영화계에서는 ‘편집 editing, cutting’과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쇼트 혹은 장면 등을 별다른 기교없이 순차적으로 연결 시키는 ‘내러티브 몽타쥬 narrative montage’, a와 b 장면을 예술적 테크닉을 사용해 결합 시켜 전혀 새로운 c 장면을 만들어 내는 ‘표현 몽타주 expressive montage’로 구별된다.

할리우드는 인위적 처리를 배제하고 순차적인 연속 편집이 관행화 됐다.

반면 에이젠슈타인 ‘운율, 리듬을 통해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 시키고 자본주의에 대한 반기와 저항 정신을 고취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 감독 프세볼로드 푸도프킨(Vsevolod Pudovkin)과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Sergei Eisenstein)은 이런 도발적 편집 구상을 작품을 통해 구체화 시켜 나간다.

에이젠슈타인은 ‘여러 영상을 담고 있는 컷을 빠르게 이어 붙이는 것으로 영화의 신경 세포라고 할 수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시, 공간 규칙을 무시, 시선 불일치, 시간 생략과 확장 등을 통해 교과서적인 관례를 철저하게 파괴 시켜 몽타쥬를 영화 역사의 한 페이지에 등재하게 만든다.

황야에서 밭을 경작하는 촌부(村婦)의 모습을 보여 준다고 했을 때 우선 * 거친 손 * 먼지가 뿌연 마른 들판 * 땀을 흘리면서 밭일을 하는 중년 여인의 뒷모습 * 땀을 연신 ?M아 내며 힘겨운 밭일을 하는 여인의 얼굴 * 흙 뭍은 손으로 얼굴에서 흘러 내리는 땀을 닦는 모습 등을 순차적으로 보여 준다.

푸도프킨이 즐겨 사용했던 몽타쥬 기법은 상호 연결된 장면을 이어서 보여준다고 해서 ‘연쇄적인 편집’이라는 칭호를 부여 받는다.

반면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의 <파업 Strike>(1925)에서 노동 쟁의를 벌이는 노동자들이 공권력 집행자들에 의해 총격을 당할 때 황소가 도살장에서 죽음을 당하는 장면을 삽입 시켜 노동자들이 짐승처럼 억울하게 피살 당한다는 것은 은유적으로 보여 주었다.

이런 몽타쥬 편집은 ‘충돌적인 편집’으로 풀이 받는다.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1979) 라스트 장면.

캄보디아 정글에서 독자적인 왕국을 꾸려 나가고 있던 커츠 대령(말론 브란도)이 미 특수 부대 소속 윌라드 대위(마틴 쉰)에게 권총으로 사살되는 장면에서 도살되는 거대한 황소 모습을 삽입 시켜 에이젠슈타인의 충돌적 몽타쥬 기법이 시대를 초월해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입증 시킨다.

에이젠슈테인은 ‘몽타쥬’에 대해 ‘연관성 없는 장면들을 대립 시켜 전혀 다른 이미지를 창출 시키는 것’이라고 역설해 많은 감독들이 추종하도록 만든다.

에이젠슈테인은 명저 <영화 형식 Film Form>을 통해 1) 리듬에 따른 리듬 몽타쥬(Rhythmic Montage) 2) 색채나 조명을 부각 시키는 색조 몽타쥬(Tonal Montage) 3) 커팅 템포에 맞추어 편집을 시도하는 운율 몽타쥬(Metric Montage) 1)-3)을 융합 시켜 강열한 느낌을 전달 시키는 배음 몽타쥬(Overtonal Montage) 5) 연관성 없는 장면끼리 의도적으로 충돌 시켜 새로운 이미지 개념을 만들어 내는 지적 몽타쥬(Intellectual Montage) 등 5가지 몽타쥬 이론을 내세운다.

에이젠슈테인은 <전함 포템킨 The Battleship Potemkin/ Bronenosets Potyomkin>(1925).

1905년 제정 러시아.

전함 포템킨에 승선한 수병들.

장교들의 학대와 부패한 고기를 식량으로 제공했다는 것을 계기로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다.

포병들은 수병을 모두 처단하라는 장교의 명령에 거부한다.

포병과 수병들은 선상 반란을 일으켜 전함 통제권을 확보한다.

병사들은 흑해 오뎃사 항구로 배를 몬다.

시민들은 수병들을 환영하기 위해 부두로 출두한다.

이때 차르의 명령을 받은 정예 코자크 군대는 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한다.

무고한 시민들의 죽음을 목격한 시민들은 수병들과 합세해 차르 군대와 일대 회전(會戰)을 시작한다.

시민 혁명의 물꼬를 보이지만 정부군에 비해 숫적으로 열세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해 모두 진압 당하고 만다.

감독은 오데사 계단 학살 장면을 통해 자신의 5가지 몽타쥬 이론의 효과를 실증 시킨다.

병사들이 혁명을 일으키는 장면에서 동일한 분량의 장면들을 연결 시켜 긴장감을 고조 시키는 운율 몽타쥬를 보여준다.

리듬 몽타주(Rhythmic Montage)는 영상 움직임이 언뜻 복합하지만 일관된 리듬을 노출 시키는 기법.

<전함 포템킨>의 하이라이트 장면인 오데사 계단 학살 장면에서 계단을 내려오는 군대 장면과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유모차 장면을 결합 시켜 긴박감 있는 장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색조 몽타쥬(Tonal Montage)는 빛의 명암 혹은 색조의 농담(濃淡), 소리 등을 내세워 억압 당하거나 통제 당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조명과 낮게 깔리는 소리 등으로 두려움을 조성 시키는 공포 영화가 이런 몽타쥬 기법을 단골로 활용하고 있다.

<전함 포템킨>에서는 선상 반란이 병사의 죽음으로 종결된다.

자욱한 안개, 평화롭게 흔들리는 물결, 정착해 있는 배, 갈매기 떼 등을 교차로 보여주고 있다.

병사들의 죽음 주변을 지극히 차분하게 담고 있는 색조 몽타주는 처연한 비극을 깊게 각인 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소리가 2배 이상 들려 온다는 것이 배음(倍音).

<전함 포템킨>에서 타락한 성직자는 혁명을 일으킨 병사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사제가 들고 있는 십자가, 검은 복장 등은 관객들에게 죽음의 충격을 자극적으로 확대 시킨다.

이런 영상 배열 기법이 배음의 몽타주(Overtonal Montage)이다.

앞서 기술했듯이 영화 학자들은 ‘배음의 몽타주는 개별적 영상에서는 파악할 수 없는 리듬 몽타쥬, 색조 몽타쥬, 운율 몽타쥬를 통합 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개별 이미지들을 나란하게 배열(竝置) 시켜 시각적인 은유를 형성 시켜 관객들에게 지적인 호응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 지적 몽타주(Intellectual Montage)의 특징.

<전함 포템킨>에서 장교가 수병에 의해 바다로 밀려 떨어진다.

이때 착용했던 안경 주변에 구더기가 걸려 있는 장면이 보여져 구더기와 같은 부패한 장교의 처벌을 합리화 시키는 효과를 거둔다.

포템킨호가 오데사에 있는 차르 본부를 포격하면서 시민들의 무고한 학살을 응징하는 장면이 보여진다.

이때 대리석으로 만든 사자 형상이 잠을 자고 있다가 깨어나고 이어서 벌떡 일어서는 장면을 빠르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설정은 차르의 억압에 대항하는 러시아 시민들의 봉기를 상징화 시켜 주고 있다. 이것도 지적 몽타쥬의 효과를 입증하고 있는 장면이다.

<전함 포템킨>에서 영화사적으로 몽타쥬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은 오데사 계단에서의 양민 학살 장면.

독재자 차르의 지시를 받고 있는 병사들은 포템킨호 반란군들에게 동조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한다.

이때 차르 병사들이 질서정연하게 행진하는 모습과 아기가 타고 있는 유모차가 계단 아래로 굴러 가는 장면을 병합 시켜 보여주는 리듬 몽타쥬를 시도해 긴장감을 한겆 고취 시켜주고 있다.

일렬로 도열해 있는 병사들이 모자(母子)에게 총을 겨눈다.

이어 병사들의 그림자가 절망한 표정의 모자와 계단을 밟고 내려가는 모습을 대비 시켜 보여주는 색조 몽타쥬를 시도하고 있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언터처블 The Untouchables>(1987).

1930년대 미국 금주령 시대.

갱스터 알 카포네(로버트 드 니로)는 밀주 제조와 살인 등 범죄를 자행하지만 경찰과 정치인들을 거액으로 매수하면서 암흑가 제왕 지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미 연방 경찰 FBI는 알 카포네를 체포하기 위해 엘리어트 네스(케빈 코스트너)를 필두로 해서 청렴한 경찰들로 체포조를 구성한다.

네스가 유니언 역 구내에서 부패한 알 카포네 부하 조직원을 발견한다.

이어 네스와 마피아 조직원이 계단에 굴러서 내려오는 유모차를 사이에 두고 격렬한 총 싸움을 벌인다.

이 장면은 <전함 포템킨>에서 오데사 계단 학살 장면에서 시도됐던 리듬 몽타주(Rhythmic Montage)를 차용한 것으로 관객들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의 명장 빅터 플레밍(Victor Fleming)의 후속작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Dr. Jekyll and Mr. Hyde>(1941)에서 지킬 박사(스펜서 트레이시)가 만취된 뒤 악인 하이드로 돌변했을 때 성적 매력이 풍만한 아이비(잉그리드 버그만)와 퇴폐적이고 새디스트적인 베이트리체(라나 터너)의 이미지가 중첩되어 보여진다.

장면 건너 뛰기(jump cut), 이중 중첩(superimpose), 디졸브(dissolve) 등을 자주 활용했던 미국 감독들의 편집 스타일에 대해 ‘아메리칸 몽타쥬’라는 별칭을 부여한다.

영상에 대한 인위적인 처리를 절대 용납하지 않아 사실주의 영화 이론 대가로 공인 받은 앙드레 바쟁(Andre Bazin)은 일찍이 ‘몽타주는 현실을 조작하고 왜곡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사실주의 태도와는 상극 관계에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맷 데이몬 주연의 <본 슈프리머시 The Bourne Supremacy>(2004), <분노의 질주 The Fast and the Furious> 시리즈에서는 120분 내외 상영 시간 동안 2,000개 이상의 쇼트를 담아내, 젊은 관객들의 열띈 호응을 얻어낸다.

CF를 보는 듯한 속도감 있는 화면 전개는 짧은 편집에 방점을 두고 있는 몽타쥬 기법의 현대화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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