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준비, 중3때가 적기다

[아이비 리그] 조기유학, 시기와 문제점
<기고> 유학준비, 중3때가 적기다


콜린 박(서울대 해외 유학 담당자. 미국 유학파일 101 저자)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언제 미국에 유학을 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근래에 자주 듣는 질문이다. 현재 서울대학에서 해외 유학 담당직을 맡고 있는데, 대학생마저도 언제 유학을 가는 것이 좋을지 자주 물어온다. 이것은 학부모들이 유학에 대해 갖고 있는 잘못된 고민 중 하나를 반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유학을 언제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아이가 유학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유학의 성패를 가름하는 요인이다. 유학이란 언어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곳에서 생활하고 공부하는 것이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어린이를 언어와 문화가 낯선 곳으로 보낸다는 것은 위험이 큰 모험이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환경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또는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영어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공부를 시키기를 원해 꼭 외국에 아이를 유학 보내려 한다면, 우선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 아이가 그곳에서 잘 적응하고 생활할 수 있을지 검토한 뒤 철저히 준비해 보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조기 유학은 그다지 권하지 않는다.

한국어나 한국 문화도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를 미국에 보내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아직 독립심이 약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시기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언제'보다는 적응 여부가 중요

사실 미국 유학을 갈 경우, 현지에 도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영어도 부족하고 미국 문화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공부나 그 밖의 학교생활에 적응하기란 힘들다. 거기다 기가 죽어 친구들도 제대로 못 사귀게 되면 더욱 영어를 배우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유학은 고교 졸업 후 대학이나, 대학졸업 후 대학원 과정으로 유학을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꼭 조기 유학을 보낸다면 고교 때 보내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는 고교가 4년 과정이고 첫 학기가 9월에 시작하기 때문에 중1 시절부터 유학을 준비해 중2때 지원하면, 중3 때는 유학을 갈 수 있다. 중3 정도의 나이가 되면 사고의 깊이도 어느 정도 성숙하고 독립심도 강해져 처음엔 좀 어려워도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고교 때 유학을 간 경우라도 적응을 못한 학생들이 더 많기 때문에 모두가 다 성공할 수는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기 유학생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유학 초기에 얼마나 적응을 잘 했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 아이들마다 각각 성격이나 실력, 배경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언제쯤 유학을 가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이에 비해 조숙하고 독립심도 강하고, 공부에 대한 욕심이 있는 아이들은 어릴 때 가더라도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지만, 개인적인 성향이 유학 생활에 맞지 않는다면 힘들 것이다.

그래서 ‘언제 유학을 가라’는 것 보다는 ‘이런 학생들은 유학을 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다.


영어부터 착실히 준비해야 성공

미국에서 잘 적응해서 아이비 리그 등 좋은 대학에 들어간 아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 둘째 독립심이 강하다. 셋째 성취감이 강하다. 넷째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미국 생활에서 언어의 장벽보다 더 큰 어려움은 없다. 무조건 미국에 간다고 영어를 잘 하는 것이 아니다. 유학을 가기 전에 미리 영어를 확실히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 조기 유학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고 준비 없이 보낸다는 점이다. 그저 사회 분위기에 휩싸여 ‘내 아이도 유학을 보내겠다’는 생각으로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영어부터 시작해서 준비가 확실히 된 아이들이라면 미국 사립 고등학교로의 유학 자체가 이미 미국의 명문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보증할 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일할 수 있는 국제인으로 첫 관문을 잘 통과했다고 할 수 있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 2003-10-02 11:33


장학만 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