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년… 명과 암] 감동의 현장, 그때 그사람 지금은…


민주당 경선 통과조차 어렵다던 정치인 노무현을 대통령 자리에 올려놓는데 결정적인 힘이 된 것이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이었다면, 첫 승도 버겹던 한국 축구 대표팀을 월드컵 4강으로 끌어 올리는데 1등 공신은 단연 '붉은 악마'였다.

전국 20만 붉은 악마들은 태극 전사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 갔다. 그들이 만들어 낸 '짝짝 짝짝짝 대!~한민국' 의 응원은 온 국민의 구호가 됐고, 그들의 몸으로 만들어 낸 '꿈★은 이루어진다' 'AGAIN 1966' 'CU@K리그'등의 피켓은 국민의 감동을 자아냈다.


식지않은 축구사랑 '붉은악마'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붉은 악마들의 축구 사랑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5월31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일전을 위해 300여명의 붉은 악마들이 원정 응원을 준비중이고, 회원 하나 하나가 국내 프로축구팀의 서포터스가 돼 "K리그에서 보자"던 약속을 지키고 있다. 달라진것이 있다면 3월 대의원 대회를 통해 오프라인 사무국을 폐지하고 온라인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는 정도다.

최근에는 그 동안 받은 상금으로 대학로에 '문화방'을 개설, 축구 자료를 전시하고 축구인들이 오프라인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황재승(26) 간사는 "많은 국민이 얼드컵 당시 보여줬던 축구에 대한 애정을 계속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가수로 자리매김 윤도현

온 국민이 하나가 돼 목청 높여 불렀던 '오! 필승 코리아'의 가수 윤도현은 월드컵이 낳은 대표적인 스타다. 일부 마니아들을 위한 록밴드였던 윤도현 밴드는 월드컵을 계기로 모든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국민 밴드로 거듭났다.

음반 시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윤도현 밴드의 라이브 비정규 앨범은 40만장 이상 팔려나가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6월이 다가오면서 그를 찾는 곳도 부쩍 늘었다. 5월31일 성루 상암경기장에서 열리는 평화콘서트에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등과 함께 초청 받았고, 6월 6~7일 일본 도쿄 조선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오 통일 코리아' 콘서트에서도 금강산 가극단인 '향'과 조인트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5월17~18일에는 SBS라디오 러브 FM에서 방영한 '5·18 특집 4부작 퓨전 다큐 윤도현의 5월 이야기'의 내레이션을 맡아 광주민주화운동을 온르의 문법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미스월드컵서 가수로 미나

"기획사의 치밀한 작전" "전형적인 월드컵 신데렐라"등 말도 많았지만 '미스 월드컵'이라는 기분 좋은 타이틀을 얻은 가수 미나(본명 심민아)도 월드컵하면 떠오르는 얼굴이다. 어깨를 드러낸 붉은 악마 티셔츠, 깃발 그림이 그려진 양 볼. 정열적이고 섹시한 응원…. 한국의 월드컵 4강전이 열리던 날, 외신 기자의 카메라에 잡힌 미나의 모습은 아직도 우리의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 있다.

그해 9월 가수로 데뷔한 미나는 '전화받어' '꿈★은 이루어진다' 등의 히트곡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쳐 왔다. 최근에 5월 대학 축제 시즌을 맞아 수십곳으로부터 초청이 쇄도하는 등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천당과 지옥 오간 정몽준 회장

반면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겸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은 월드컵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친 대표적인 인물이다.

월드컵 효과를 등에 업고 국민들의 적극적 지지속에 대선 도전장을 내밀었던 그는 선거를 불과 하루 앞두고 단일화 파기를 선언하는 자충수를 둠으로써 국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로부터 119일만인 4월16일. 한국과 일본 국가대표팀 축구 경기가 열린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정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자리를 같이 해 "혹시 다시 손을 잡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영태 기자


입력시간 : 2003-10-02 13:39


이영태 기자 yt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