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100만달러, 45% "OK"…"NO"SMS 46%호스트바 "한번쯤 가보고 싶다" 64%

[은밀한 유혹… 성의식 조사] 흔들리는 당신은?
하룻밤 100만달러, 45% "OK"…"NO"SMS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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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개인적이고 비밀스럽다. 은밀한 표정으로 다가서는 제안에 순간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이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일까. 숨겨진 자신의 욕망 또한 충동적으로 발산되는 것일까. 왠지 모를 흡인력에 '은밀한 유혹'을 받아 들인 연후의 행동은 그래서 보다 직설적이고 솔직하다.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 사고가, 도덕적이기 보다는 감각적인 판단에 행동은 지배된다. 원조 교제에 이어 스와핑까지, 21세기 한국의 성적 상상력은 모든 속박을 해제시켜 가고 있다.

우리는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느날 문득, 사회면을 시커먼 제목으로 물들이는 사건들은 우연히 솟아 오른 게 아니다. 사회의 변화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이지만, 길거리에는 진실의 단면이 존재한다. 사회의 속살을 바라보는 거울이 된다.

영화 '은밀한 유혹'에서 백만장자로 나오는 미남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게임을 하다 우연히 마주친 데미 무어의 청순미에 순간적으로 빠져든다. 첫 인상, 그 한 눈의 끌림으로 출발한 그의 사랑은 게임처럼 도박으로, 한 편으로는 연민으로 번져간다.

그리고 은밀한 유혹. "하루 밤을 함께 지내 준다면 100만 달러(약 12억원)의 게임 칩을 주겠다"며 제안한다. 만약 당신에게 모든 사실을 비밀로 하는 조건으로 100만 달러, 그 어마어마한 현금 다발을 주겠다는 '은밀한 하룻밤의 유혹'이 제안된다면 당신은 과연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주간한국은 10월21, 22일 이틀간 서울 시내 여대생 (연령 20~29세ㆍ대학원생 포함) 53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대학 캠퍼스 내 식당과 대학가 카페 등지에서 개별 인터뷰 형식으로 면대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물론 대상자 53명이 우리나라의 여대생 전체를 대신할 만큼 대표성을 가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은밀한 유혹'에 대한 연쇄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을 자처하는 젊은 여성들의 성의식 수준과 사고 체계의 한 단면을 들어다 볼 수는 있었다. 인터뷰는 오후 1~6시 사이에 이뤄졌다.


은밀한 유혹 1제: 100만 달러에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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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인 없으세요? 특이하시네"
  • 가을 낙엽이 떨어지는 서울 시내를 걸어가는 여대생 10명중 4명 이상은 '100만 달러' 제안에 일단 발걸음을 멈춰 섰다. 개별 인터뷰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얼마나 개인적으로, 은밀하게 설문의 설정 내용과 같이 매력적인 제안을 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었다.

    친구들이 여러 명 모여 있을 때 제안했을 경우와 단독으로 인터뷰할 때의 반응은 반응의 강도와 솔직함에 있어 그 정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일대일 대담보다는 자유스런 분위기의 2명 이상 인터뷰가 절대적으로 많았다.

    결과는 전체 53명중 24명(45%)이 "은밀한 유혹을 받아 들이겠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또 5명 (10%)은 고민하는 듯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깊이 고려해 보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주저하게 하는 이유로는 "상대방이 과연 누구인지, 또 어떤 스타일의 꼈봉适嗤?먼저 고려해 보고 결정하겠다"며 상대에 따라 판단 기준이 바뀔 수 있다는 의향을 비췄다.

    또 "익명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전화로 제안을 했다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겠다"며 판단이 가변적이라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또 일부는 "눈 앞에 돈 다발을 직접 보여 주면서 제안을 할 경우 마음이 크게 흔들릴 것 같다"는 망설임의 표정도 역력했다.

    '은밀한 유혹' 자체를 반감으로 받아들이는 볼멘 목소리도 높았다. 아무리 매력적인 제안이라 해도 "션舊?않겠다"고 거부하는 몸짓을 보인 학생은 전체중 절반에 가까웠다 (24명ㆍ46%). '사랑이 우선이고 돈은 부수적'이라는 의식이 아직은 대다수 여대생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중 "사랑을 전제하지 않는 하룻밤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답변(11명ㆍ46%)이 가장 많았다. 금액의 많고 적음에 관계 없이 "양심의 가책을 느껴 그럴 수 없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감정의 교감 없이 돈을 받고 이뤄지는 하룻밤은 매춘과 다름 없다"(8명ㆍ32%)는 반응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한편 "제안 자체가 순수하지 못하다. 100억원 이면 모를까…", "돈을 전제로 한다는 것부터가 오히려 매력적이지 못하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거래(?)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엇갈리는 이유의 반응도 넘쳐 났다. 질문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다. 다만 마음의 갈등만이 있을 뿐이다.

    '은밀한 유혹'의 제안을 놓고 감성과 이성이 강렬하게 서로를 끌어 당기면서 5.5대 4.5 정도로 '예스(Yes)'와 '노(No)'의 경계에서 팽팽히 맞선다. '은밀한 유혹' 자체에 대한 판단이란 결국 개인적인 것이다. 어떤 판단이건, 옳고 그르다고 흑백 논리로 말할 수는 없다.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은밀한 유혹 2제: '스와핑' 진실 게임?

    최근 사회 문제로 불거진 부부간의 '스와핑'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과연 어떨까.

    결과는 부정적 견해 일변도였다. 대부분(42명ㆍ80%)이 "이해할 수 없는 비 도덕적인 행위"라고 응답, '스와핑'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사회ㆍ개인적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반면 스와핑이 "사회적 문제이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코드가 다른, 그들만의 취향으로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무관심을 표하는 반응도 상당했다(11명ㆍ20%).

    영화 '바람난 가족'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주인공 황정민-문소리 부부와 같이 서로 사생활(서로 따로 애인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무관심하면서 부부 관계만은 유지하는, 내재적으로 해체돼 가는 가정의 부부를 제시했다. 어느날 남편이 '은밀한 유혹'의 제안을 해 온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를 물었다. "내 친구 영태 알지. 그 부부와 분위기 좋은 곳에서 우리 같이 '스와핑' 하는 것은 어떨까. 정말 짜릿하지 않겠어."

    여대생들은 이 같은 은밀함에 일제히 분노를 금치 못했다. 금방이라도 '패 주고 싶다'는 반응이었다. 응답자 대부분(90%)은 '이혼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응답했다. 더 이상 애정이 없는 부부 관계라지만 전통과 사회적 틀에 얽매였든, 가정이란 관습적 통념에 충실하든, 이혼의 길로 들어서지 않으려고 절대다수의 부부는 분주히 노력한다는 것.

    이 같은 '은밀한 유혹'은 긴장감을 한 순간 깨어버리는, 배신 행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까놓고 서로 즐기자'는 식의 남편의 '은밀한(?) 유혹'은 오히려 이혼의 길을 선택하게 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다는 현실적 대응이 주류를 이뤘다. 극히 소수(4명ㆍ7%)만이 "남편의 제안에 대해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학생들은 남편으로부터 이 같은 제안을 받는다면 "부부간의 문제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한 뒤, 정신과 병원이나 성 클리닉 센터를 찾아 적극적으로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차라리 몰래 바람을 피우면 피웠지, 함께 바람을 피울 수 는 없다"는 반응도 엿보였다.

    여대생들에게는 부부간의 '스와핑' 자체가 아직까지는 이질적이고, 끝까지 갈대로 간 '망할 징조'의 가정 문화 코드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은밀한 유혹 3제: '호기심 천국'의 호스트 바

    친한 친구가 생일을 맞아 "한 턱 쏘겠다"며 부모님 몰래 호스트 바를 가자고 '은밀한 유혹'의 제안을 해올 경우 여대생들의 반응은 과연 무엇일까.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호스트 바'의 개념에 대해 모르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또한 그 제안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움을 감출 '순둥이'도 찾아 보기 힘들었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64%(32명)가 "호기심에 한 번 가보겠다"고 즉각적으로 응답했다.

    호스트 바는 "경험 삼아 가 볼 수 있는 '호기심 천국'"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 중 극히 일부지만 2명의 응답자가 이미 호스트 바를 가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남성들이 경제적 여건이 허락되는 상황에서 룸 살롱을 찾아 술을 마시듯 여성들도 조건이 허락된다면 남성들과 같이 호스트 바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상식으로 인식되는 분위기였다.

    결국 룸 살롱이건 호스트 바이건, 남녀의 벽을 넘어 개인적 기호 내지는 성향에 따른 선택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또 굳이 "가지 않겠다"고 말한 응답자들은 "개인적으로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않기 때문"이라고 도덕적인 죄책감 보다는 '선택과 취향'의 문제로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밖에 "술을 하지 않기 때문", "나이트 클럽도 가보지 못한 '쑥맥'이어서 그런 어색한 분위기가 싫기 때문", "중독성이 있을 것을 두려워 해서"라고 말하는 응답자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가까운 친구가 호스트 바 출입을 하더라도 나무랄 수 없고, 그 때문에 친구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는 등 대체로 호스트 바에 대해선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


    은밀한 유혹 4제: 자존심을 지킬 것인가

    가계의 주름이 깊게 파이고 있다. 최근 경제난에 허덕이며 생활고에 쪼들리는 일부 주부들이 생활ㆍ교육비를 벌기 위해 유흥가 일선으로 진출, 노래방 도우미로 나서는 사례가 늘면서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실업 난에 그만큼 주부들의 사회 진출은 비상구가 없는 상황이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다가 와 쭈뼛대며 말한다. "엄마, 내일까지 학원비를 가져가야 하는데…" 아이는 엄마의 눈치만을 살핀다. 그러나 식당 일을 하는 엄마의 지갑은 너무 가벼울 뿐이다. 아무 말도 못하는 엄마. 신문 한 모퉁이 광고가 눈에 번쩍 뜨인다. '노래방 도우미 일수 15만원 보장'. 전화 다이얼을 돌린다. '은밀한 유혹'에 망설이게 된다. 과연 당신은 이 제안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응답자 53명중 45명(85%)이 생활고 탈피를 위해 노래방 도우미로 나서야 하는 주부들의 불가피한 탈선 행위를 "동정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절박한 막다른 골목에서 노래방 도우미만이 최선의 선택일 수 밖에 없다는 설문 설정에 다들 딱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이 이 같은 상황에 닥칠 경우라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설문에 대해선 반응이 다소 엇갈렸다. 전체중 38명(72%)은 "파출부나 과외 등 다른 일을 찾아 보며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체로 "이같이 절박한 상황은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된 반응이었다. 고학력이라는 배경 때문인지, 그들에게는 도우미가 아닌 차선책이 꼭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했다. 일부는 "도우미를 해서 돈을 벌어 아이들을 교육시킨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이를 알 경우, 궁극적으로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방안"이라며 부연하기도 했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않았지 그 같은 비도덕적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목소리도 높았다.

    반면 15명(28%)은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도우미 아닌 더 한 것도 하겠다"며 벌써부터 모성애를 보이기도 했다. 현재 사회 여건상,다른 차선책이 있을 수 없다는 상황을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또 도우미 일을 하더라도 남편에게 허락을 먼저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100만달러 제안…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 찬성 -"사랑은 만들어 가는 것"

    "돈의 액수도 액수지만, 유혹의 추파를 던지는 그 남성의 매력에 더 빠져들 수 있다면 금상첨화죠."

    외모보단 포근한 성격을 남자의 우선 조건으로 내세우는 박모(22ㆍ정치외교학 전공)양은 '100만 달러의 제안'에 오히려 설레는 표정이다. 로맨스를 꿈꾸는 모습이다. 그녀는 남자 친구와 결혼 상대자가 꼭 일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현실주의자다. 아마도 전공인 정치 외교학적인 판단 때문인지 모른다.

    결혼 후에도 따로 애인을 두는 요즘 세태에 대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며, 또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그녀다. 큰 눈에, 호기심도 많다. 그러나 자신의 남편이 애인을 둔다면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이중적 심리를 가진 여심이다.

    박양은 사랑은 우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첫 눈에 빠져드는 운명적인 사랑이 그녀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랑이다. 그 꿈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그녀가 순수성을 지키고 있는 이유이다. '100만 달러의 제안'을 받을 만큼 자신의 가치에 대해선 그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쳐 난다.

    170Cm의 큰 키에 수려한 외모, 거기에다 어떤 무례한 제안에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또렷하게 밝힐 수 있는 그녀는 당당함으로 다가온다. '제안'과 더불어, 이후의 로맨스를 좇는다. '사랑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대명제에 따라.


    △반대 - "감정없는 사랑은 매춘"

    "거절할 거예요." 답변은 짧고 냉정했다.

    자신의 귀결점을 '아웃 고잉(Out going)'이라고 대뜸 말하는 이모(23ㆍ영문학 전공)양은 또렷한 이목구비 만큼이나 답변도 시원시원했다. 멋진 남성으로부터 '100만 달러의 원나잇 스탠딩' 제의를 단번에 꺾을 만큼 자존심도 강하다.

    "사랑의 감정 없이 잠을 같이 잔다는 것은 매춘이나 다름없잖아요. 남자들은 별다른 감정 없이 처음 보는 여성과 잠자리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 뿐 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들은 그렇지 않아요. 감정의 교감이 없이는 어떤 접촉도 불쾌해 하죠." 말 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똑 소리가 난다.

    이 양의 '독설'은 이어졌다. "사실 형식만 그럴싸하게 포장한 은밀한 유혹일 뿐이지 따지고 보면 돈으로 사람을 매수해서 하룻밤을 보내겠다는 도박 같은 게임의 제안 아닌가요. 제안 자체가 불쾌하고 매력적이지가 않아요."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까지 비난하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분위기다.

    어릴 때부터 순정만화 마니아 여서인지 남자친구를 만나도 결혼을 염두에 두고 만난다는 이 양은 '남편 같은 남친, 남친 같은 남편'을 꿈꾼다. 대학 졸업후 광고 회사에 입사해 사회 경험을 쌓고 싶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장학만 기자

    정민승 인턴기자


    입력시간 : 2003-10-29 16:08


    장학만 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