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때린 권력 부동의 뉴스메이커로틀 깬 盧 행보, 강효리에 열광하고 추다르크의 도전에 박수

[파격 2003] 인물로 본 파격 2003
골 때린 권력 부동의 뉴스메이커로
틀 깬 盧 행보, 강효리에 열광하고 추다르크의 도전에 박수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인물들이 세인의 입방아에 올랐다. 주연급은 단연 참여 정부를 출범시킨 노무현 대통령과 ‘노무현 사람들’이다. 비주류와 소수파의 반란이랄까.

연초부터 우리 사회 권력의 핵심 주류로 급부상한 ‘노무현 사단’은 기존의 고정 관념이나 관행, 격식을 연신 파괴하며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자신의 ‘코드’에 맞는 파격 일색의 첫 조각 작품을 내 놓더니,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파격적인 언행으로 숱한 화제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파격적으로 기용된 일부 고위공직자의 돌출 언행도 꼬리를 이어, “노무현 정권은 설화(舌禍)정부”라는 비아냥을 사기도 했다.

어느덧 세밑이다. 2003년이 자취를 감추기 전, 말마따나 격을 깬 인물들로 저무는 해를 돌아 봤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최고의 신인 개그맨?

참여정부 출범 원년인 2003년은 노무현 대통령의 ‘파격 행보’로 시작됐다. 노 대통령은 연초 당선자 시절 야당 당사를 직접 방문하고 입원 중인 야당 대표에게 휴대 전화를 통해 “만나고 싶다”고 먼저 제안하는 등 과거 우리 국민들이 보아온 대통령의 ‘격’과 ‘의전’에 관한 통념을 깨뜨렸다.

당초 예상대로 참여정부의 첫 조각도 파격 일색이었다. 50대 장관의 관례가 깨지고 40대 장관이 기용됐으며, 학벌과 서열을 기준으로 했던 기존의 인사 관행이 여지 없이 파괴됐다.

특히 서열을 중시하고 남성중심적 조직 문화가 뿌리깊은 검찰을 지휘할 법무장관 자리에 검찰 총장의 사시 11기수 아래이자 여성인 강금실 민변 부회장을 전격 기용한 것은 최대 하이라이트였다. 또 군수 출신으로 지방 자치 실무 전문가인 김두관 전 남해군수를 행정자치부 장관에 기용하고, 교사와 소설가를 거쳐 ‘초록물고기’, ‘오아시스’ 등 사회적 문제 의식이 강한 영화를 만들어 온 이창동 감독을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발탁한 것도 파격적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권기홍 노동부장관과 허성관 해양수산부장관, 청와대의 이정우 정책실장, 문재인 민정수석, 정찬용 인사보좌관 등 서울에 거처 조차 없던 인사들도 내각과 청와대 요직으로 대거 입성, “중앙집권 서울공화국에 대한 ‘지방의 반란’이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아울러 청와대 비서진에도 공직 경험이 없는 386 인사들이 줄줄이 포진했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반노세력은 “대통령의 코드에만 맞춘 편중 인사”라고 발끈하며 한참동안 온 나라를 시끌시끌하게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 특유의 직설 화법에 버금 갈 파격은 없었다. 3월 9일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나온 “이쯤이면 막 하자는 거죠”라는 말은 곧 바로 유행어가 됐고, 5월 8일의 인터넷 공개 서한에서는 정치인을 잡초에 빗대 파문을 낳았다. 이밖에도 ‘개판’, ‘맛 좀 볼래’, ‘대통령 못해 먹겠다’ 등 정치ㆍ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노 대통령의 어록은 한 둘이 아니다.

노 대통령의 파격적인 화법은 점차 대통령과 스스로의 권위를 깎아 내리며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급기야 시중에서는 “올해 최고의 신인 개그맨은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우스개까지 나돌았다.

‘노무현 사람들’의 튀는 언행도 도마에 올랐다. 이장과 군수를 거쳐 행정의 수장으로 수직 점프해 입각 때부터 화제를 뿌린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은 “여야 공히 정치에 있어 개혁의 쓰레기 집단이다. 쓰레기를 한꺼번에 모아 두면 재활용도 못하기 때문에 분리해야 하며 국민의 입장에서 재활용품을 골라야 한다”는 막말로 국무위원의 자질론 시비를 낳았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던 김 전 장관은 야당에 미운 털이 박힌 탓인지, 국회의 해임 건의안 통과로 중도 하차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최낙정 전 해수부 장관은 행시 17기 가운데 처음으로 장관직에 올라 화제를 모았으나 잇단 돌출 발언으로 역대 해양부 장관 가운데 최단명으로 물러났다. ‘튀는 장관’으로 자칭하던 최 전 장관은 “대통령은 태풍 때 오페라 보면 안되냐”는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킨 데 이어 한국교원대 강의에서 다시 교사를 비하하는 말을 하더니 결국 취임 14玖맙?물러 났다.

4ㆍ24 재보선에서 개혁당으로 출마해 당선된 유시민 의원은 국회 등원 첫날부터 튀는 행동으로 파란을 일으켰다. 유 의원은 의원 선서가 예정된 국회 본회의장에 양복 정장 차림이 아닌 검은색 캐주얼 양복 상의에 회색 티셔츠, 흰색 면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유 의원은 자신의 옷차림을 문제삼은 선배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선서식이 무산되고, 다음날 정장 차림으로 나가 선서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강효리'와 '추다르크'

말도 많았던 노무현 정권의 초기 인사에서 유일하게 대박을 터뜨린 인물은 강금실 법무장관이다. 그는 현직 검찰총장 보다 후배 기수인데도 법무ㆍ검찰개혁을 강단 있게 추진했을 뿐 아니라, 그를 뒷받침하는 소신있는 언행 등으로 참여정부 개혁의 상징으로 꼽혔다.

한총련 문제와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 문제 등에서 다소 튀는 언행을 보였으나 전체적으로는 국정수행을 잘 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심지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까지 “남자 장관들 다 합한 것보다 법무장관 한 사람이 낫다”고 추켜 세울 정도였다.

대중적인 인기까지 모아 인기 절정의 가수 이효리, 드라마 ‘대장금’ 등에서 따 온 ‘강장금’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대한민국 역대 장관 중 가장 촉망받는 스타 장관으로 입지를 굳혔다.

강 장관은 보신탕 집에서 송광수 검찰총장과 폭탄주를 마신 뒤 “우리 사이에 오해는 없어요”라며 팔짱을 끼는가 하면, 한 세미나 자리에서는 “중매 서 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제의에 “일단 소개 받고 나서 느낌이 확 오면”이라고 능청을 떨기도 했다

한때 여권 내 여성 지도자로 독보적 지위를 누린 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행보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난 대선 기간 ‘죽기 살기식’으로 노 대통령의 당선에 앞장섰던 그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 대통령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며 등을 돌렸다. 항간에서는 노 대통령이 강 장관을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법무장관’로 발탁한 데 대한 섭섭함 때문이라는 추측이 떠돌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 경선에 뛰어들면서부터는 ‘잔다르크’에 자신을 비유해 민주당을 구할 ‘추다르크’로 지칭한 추 의원. 40대 중반의 여성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추 의원은 차세대 여성지도자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강 장관과 함께 “내 딸도 똑똑하게 키우면 큰 인물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주는 실제적 모델이 되고 있다.


시숙부와 조카며느리의 경영권 분쟁

8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갑작스런 투신 자살은 충격 그 자체였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5남으로 태어난 정 회장은 2000년 3월 ‘왕자의 난’을 계기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같은 해 6월 현대아산 회장에 취임해 대북 사업에만 전념했다. 그러나 2002년 9월 불거진 대북 송금 문제에 발목이 잡혀 결국 스스로 목숨까지 끊은 비운의 기업인으로 남게 됐다.

부인인 현정은씨가 ‘당당한 아내의 이름으로’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회장에 전격 취임,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선 것도 파격적이라 할 만하다.

현 회장은 취임 이후 정회장의 삼촌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대량 매입해 그룹 접수를 공식선언한데 대해, 그룹 사수의지를 강력히 표명하면서 급부상한 인물이다. 시숙부와 조카며느리로 대변되는 현대 경영권 분쟁에서 솟아 오른 그는 세간의 관심을 끌기 족했다.

굵직한 여성 스캔들이 빠지지 않았다.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전 부인이자 1970년대 인기 여성 듀엣 ‘펄시스터즈’의 멤버 배인순씨가 최 전 회장과 여성 연예인의 애정 행각을 폭로한 자전 소설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 잔’을 펴 한번 스타는 영원한 스타임을 확인시켰다. 뒤질세라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고현정씨는 전격 합의 이혼을 발표, 재벌과 연예인들간의 애정 행각에 또 다시 커다란 의문 부호를 드리웠다..

이런 가운데 올 4월에는 한 경찰관이 로또 복권 추첨【?국내 복권사상 최고액인 407억원(실 수령액수 317억원)에 당첨돼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역전’의 꿈에 부풀게 하며 로또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파격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 행위예술가 이혁발씨. 최규성 차장

연예인 누드 열풍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행위예술가 이혁발(41)의 2003년은 온몸의 파격이었다. 10월 13~18일 열렸던 국내 최초의 사진ㆍ기록 퍼포먼스 ‘섹시 미미’(이소복 刊)는 사회적으로 발언권을 얻기 시작한 성적 정체성 문제를 알몸으로 보여주었다. 신음소리와 함께 나온 ‘회심곡’이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펼쳐졌던 퍼포먼스였다.

서울 봉천동 산중턱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그는 작년부터 써 온 용어인 ‘얌자’가 무엇인지 주저 없이 보여 주었다. 쉬 메일(She-male), 레이디 보이, T(Trans)-걸 등으로 불리는 새로운 성적 정체성의 인간이다. 남자 성기를 유지하면서 여성성을 갖겠다는 것.

“남자에 대한 일반적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여자들의 타성이 싫어요. 감정이 풍부하면서 타인의 몸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완전한 남자가 좋다는 거죠.”

옷을 다 벗자 10년째 바디 빌딩으로 다져온 몸이 드러났고, 그는 어느새 팬티 스타킹과 하이힐 차림으로 바뀌었다. 욕조 안에 들어가 포즈를 취하니, 바로 전시회에 나왔던 작품이 됐다. 178Cm, 64Kg의 몸매가 구릿빛으로 빛났다. 배가 나와 망가졌던 선배 퍼포먼서들의 전철은 밟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도 즐거운, 그러면서 감각을 풍성히 열어두는 것”이 목표다.

‘눈물의 섹스여왕’ 등 국내 섹스 비디오와 인터넷 등을 통해 구입한 외국의 섹스 비디오, ‘창녀론’ 등 관련 도서들이 마루와 방에 가득하다. ‘고추 달린 여성과 결혼하고 싶다’는 그의 공개 구혼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이번 전시회 기간 중 전화가 두 통 왔으니 기대와는 달리 직접 찾아 오지는 않았다고 한다.

2004년 1월부터 월간 ‘미술세계’에 행위예술에 대한 글을 실을 예정이다. 성적 정체성을 주제로 써 둔 자신의 각본에 따라 디지털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각종 실험예술제의 단골손님이다. 이번 전시회를 주제로 만든 사진집의 경우 일부 대형 서점에서는 밑에 감춰 두고 찾는 손님에게만 파는 등의 해프닝이 연출됐다. 전시 기간 중 사진은 40만~50만원 가격으로 넉 점 팔렸다.

김성호기자


입력시간 : 2003-12-18 10:10


김성호기자 sh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