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통한 당내 우군 확보에 심혈, 물밑 경쟁 본격화

이명박 vs 손학규 '대권 길 닦기' 전쟁
4·15 총선 통한 당내 우군 확보에 심혈, 물밑 경쟁 본격화

17대 총선을 4개월 여 앞두고 복잡다단하게 돌아가는 한나라당의 내부 사정에 유난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거물급 ‘경계인’들이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차기 한나라당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다.

한나라당이 17대 총선 후보자 공천 작업을 위한 공천심사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본격적인 총선 준비 체제에 돌입하면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를 향한 이들의 안테나는 더욱 높아졌다.

당 바깥의 두 ‘잠룡’(潛龍)이 한나라당을 주시하고 있는 데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4ㆍ15 총선의 결과가 차기 대권 행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서다.

두 사람 모두 가슴 가득 원대한 ‘용꿈’을 품고 있으면서도 당내에 뚜렷한 조직이나 지지기반을 갖지 못한 상황이어서 이번 총선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후보들을 많이 당선시키는 게 차기 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총선 앞두고 치열한 신경전

“아니 벌써”라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해 겉으로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지만, 이 시장과 손 지사의 장외 신경전은 이미 불을 뿜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당직자는 “아직까지는 드러내 놓고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지는 않지만 4ㆍ15 총선을 통해 자기 사람을 당내에 많이 확보하려는 두 사람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당 안팎에서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D연구소가 이 시장의 차기 대권후보 베이스 캠프다” “이 시장은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서 최병렬 대표를 도와 서청원 의원을 민 손 지사와 비교할 때 차기 대권 행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손 지사는 차기 대권경쟁을 염두에 두고 경기도청 내에 국제ㆍ언론ㆍ시민단체 등을 담당하는 파트를 조직해 은밀히 움직이고 있다” “이 시장과 손 지사 모두 상대의 일거수 일투족에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등의 루머성 얘기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당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이명박-이재오(사무총장)-홍준표(전략기획휘원장) 커넥션’ 의혹이다.

이 시장측이 당내의 실세 재선의원이자 친분이 두터운 이 총장과 홍 위원장을 지렛대로 삼아 당내 우군화 정지 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 시장은 공교롭게도 지난 11월 이 총장과 홍 위원장, 김문수 대외인사영입위원장 등 당내 실세 재선 ‘3인방’과 만찬회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의 단초를 제공했다. 물론 홍 위원장 등은 “지금 당내 상황을 추스리기에도 정신이 없는데 무슨 소리냐” “누가 지어낸 얘기냐” “차기 대선이 4년이나 남았는데 이 시장밖에 인물이 없느냐”는 등 강한 톤으로 일축하며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 총장이 서울시장 선거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고, 이 시장의 고려대 후배인 홍 위원장은 홍보위원장을 맡아 이 시장 당선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단순한 저녁자리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행정수도 이전문제와 서울시의 강북지역 뉴타운 개발계획 및 청계천 복원사업이 17대 총선 및 차기 대선에 미치는 파장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장과 홍 위원장은 소장파 대표격인 남경필 오세훈 원희룡 의원 등을 겨냥해 “소장파도 물갈이 대상”이라고 몰아붙이며 심각한 파열음을 내자, “이 시장과 손 지사 진영을 대리하는 파워게임이 아니냐”는 루머성 분석을 낳기도 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남 의원 등 상당수 소장파가 이 시장 보다 손 지사측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내 우군을 확보하라

이 시장과 손 지사측은 4ㆍ15 총선을 차기 대권행보의 중대한 분수령으로 보고 당내 지지세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군화 작업의 방식은 다소 달라 보인다.

먼저 이 시장의 경우, 측근들을 직접 총선대열에 투입하기 보다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뛰었던 서울시내 다수의 의원들에게 물밑지원을 하면서 우호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 취임이후 잇따라 쏟아지고 있는 강북지역 뉴타운 건설 등 각종 개발계획을 활용, 자신과 가까운 의원 및 출마자들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 시장이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자주 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이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아 ‘앓던 이’를 시원하게 제거한 데다 청계천 복원사업마저 순탄하게 진척되고 있어 한껏 고무돼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청의 한 인사는 “2005년 계획대로 청계천에 물이 흐를 경우 이 시장은 배를 띄워 청와대로 가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의 각종 개발계획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대권을 염두에 둔 정책적 포석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시장의 측근으로 이번 총선에 나서는 인사로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정두언씨가 유일하다. 정 전 부시장은 서울 서대문 갑 지역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에 반해 손 지사측은 ‘손학규 사단’으로 불리는 인사들에게 총 출동령을 내렸다고 인식될 정도로 4ㆍ15 총선 출마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손 지사 입장에서는 현재의 당내 분위기로는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 ‘친손(親孫)’ 성향의 인사들의 출마를 적극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당내에 17대 총선 후보자 공천심사위가 발족하는 등 공천작업이 본격화하자 ‘손학규 사단’ 인사들의 발걸음이 한결 분주해졌다. 이와 관련, 손 지사가 최근 당 대외인사영입위원장인 김문수 의원실을 직접 방문, 30여분간 밀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손 지사 측근들이 4월 총선에 대거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때문에 ‘손학규 사단’으로 알려진 한현규 경기도 정무부지사, 이철규 경기도개발연구원장, 정성운 서울사무소장 등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소장은 이미 경기 광명에서 표밭갈이에 본격 돌입했으며, 손 지사와 오랜 지우관계인 이수영 전 교통개발연구원장, 송태호 경기도 문화재단 이사장, 노시범 경기개발공사 사장도 자천타천으로 총선 출마설에 올라 있다.

손 지사는 이와는 별도로 경기지역 의원들과 수시로 골프모임을 갖는가 하면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후보 보좌역을 지낸 차명진씨를 경기도청 공보관으로 데려간 것도 당내에 다양한 우군 세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17대 총선이 한나라당의 차기 대권구도에서 ‘태풍의 눈’에 서 있는 이 시장과 손 지사 중 누구에게 ‘용꿈을 이룰 수 있는 더 튼튼한 디딤돌’을 제공하게 될 지 주목된다.

김성호 기자


입력시간 : 2004-01-02 16:47


김성호 기자 sh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