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권 대한가정의학회이사장"특별한 사람만이 주치의를 둔다는 변견은 버려야"
[가족 주치의] 환자를 잘 아는 의사가 진짜 '명의' <인터뷰> 이정권 대한가정의학회이사장 "특별한 사람만이 주치의를 둔다는 변견은 버려야"
◈ '의사쇼핑'은 시간과 돈 낭비 -환자들을 진료할 때 가정 주치의 필요성을 느낄 때가 많을 것 같은데.
“당장 오늘(1월 30일)도 참 안타까운 환자를 한분 만났다. 경남 김해에 사는 40대 여성인데, 지난해 8월 ‘여기저기 쑤시고 소화가 안 된다’며 부산의 한 대학병원을 찾아가 위내시경 검사를 한 뒤 이상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도 (암이 아닐까) 걱정이 돼 다른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했다. 역시 이상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 환자는 3개월 정도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닥터 쇼핑’을 하다가 급기야 삼성서울병원까지 왔다. 대형병원에 대한 막연한 믿음을 갖고서. 하지만 내가 이 환자를 진료해 보니 병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 오늘도 남편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상경했는데, 돈과 시간 낭비에다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싶다. 이 환자도 가정 주치의를 뒀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가정 주치의를 두면 어떤 점이 좋은가. “우선 경제적이다.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은 경우 방어 차원에서라도 이것 저것 검사해볼 수밖에 없다. 단골 환자는 새 증상만 이야기해도 이전의 데이터와 비교해 질환이나 병세를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각종 질환이나 건강 관리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도 쉽다. 동네병원 의사도, 의사라면 어느 병원 어떤 의사가 어떤 병에 전문가이고, 수술을 잘 하는지 알고 있다. 그 추천을 따라가면 ‘닥터 쇼핑’을 안해도 된다.” -가정 주치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환자 스스로가 의사와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 의사에게 불편한 증세를 자세히 이야기해야 하고, 질문에는 적극적으로 답하는 게 좋다. 어떤 환자는 가족의 병력을 물어보면 ‘남의 사생활을 왜 물어보느냐’고 따지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의사의 조언이나 지시 사항도 잘 따라야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환자들은 의사의 지시 내용을 진찰실을 나와서는 반쯤 잊어버리고 집에 가서 또 반을 잊어버린다고 한다. 환자가 의사 말을 지독히 안 듣는다. 또 지시사항 중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 동네병원 의사들도 긴장 늦추지 말아야 -1차 의료기관에 대한 환자의 불신감도 가정 주치의 확산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있다. “불신감의 밑바닥에는 의사와 환자간의 의사 소통 문제가 있다. 내가 보기에는 동네병원 의사의 실력이 떨어지기 보다는 ‘주의 부족’ 이 큰 원인이다. 대부분이 감기 두통 복통 등의 환자이기 때문에, 암과 같은 큰 병에 대한 생각을 갖고 환자를 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점에서 동네병원 의사들도 대형병원과 마찬가지로 항상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 주치의가 된다면 의사도 더욱 신경을 쓸 것이다.” -명의(名醫)를 찾아 다니는 ‘의사 쇼핑’ 문제가 심각한데, 명의의 기준은?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생활환경 및 식습관, 가족의 병력 등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잘 알고 있고, 알려고 하며, 알려는 준비가 돼있는 의사가 진짜 명의가 아닐까.”
입력시간 : 2004-02-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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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기자 sh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