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대박 행진으로 돈방석에 올라 앉은 한국영화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 실증해준 문화산업의 꽃

[한국영화의 힘] 충무로에 돈 바람이 분다
잇단 대박 행진으로 돈방석에 올라 앉은 한국영화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 실증해준 문화산업의 꽃


우리나라 영화 산업의 메카 '충무로' 가 문화 산업의 새로운 꽃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달 중 관객 1,0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 영화계는 내부적으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영화 인력과 전문 경영인, 외부 자본의 대거 유입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바야흐로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서울시내 한 극장 창구 앞에 '태극기 휘날리며' 입장권을 예매하기 위해 줄지어선 관객들. 최규성 차장

지난해 한국 영화와 외국 영화를 포함한 전국 영화 관객수는 영화진흥위원회 잠정집계에 따르면, 2002년 보다 5.3% 증가한 1억1,000만 명, 영화 산업 흥행의 규모는 약 7,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비디오, DVD 방송 판권, 수출 등 2차 판권 시장까지 합치면 전년 대비 10%정도 증가한 1조3,000억원 규모로 급성장 추세다. 또 동원된 관객 기준으로 지난해 한국 영화 점유율은 53%에 달할 정도다.

△ '실미도’ 한편에 경제적 효과 3,000억원

관련기사

  • 신바람에 휘날리는 한국영화 "미어터져요"
  • 강제규 감독, 충무로 키드를 만나다
  • 자본주의 체제 국가에서 자국 영화 점유율이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제치고 50%를 넘어선 것은 유일하게 우리나라 뿐이다. 특히 영화 선진국인 프랑스와 일본의 경우, 자국 영화 점유율이 30~40%선에 머물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방화의 힘’은 가히 위력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실미도’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따져보면 그 힘을 실감할 정도다. 한 편의 영화가 대당 1,491만원 대의 뉴 EF소나타 자동차 3,620대를 생산하는 것과 맞먹는 수준의 ‘깜짝’ 효과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2월 중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할 경우, 입장권 수입만 단순 계산하면 7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 대한 수출과 비디오 판권등에서 발생할 2차 수입까지 추가로 따진다면 국내 흥행 이상의 또 다른 대박 행진을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최근 한국은행이 영화 ‘실미도’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분석했다.이에 따르면 1,000만 명의 관객에서 700억원의 흥행 수입을 기록한다고 볼 때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생산 유발액이 1,350억원, 또 부가가치 유발액이 59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0년 한은 산업 연관표에 따라 흥행 수입을 영화산업 생산유발계수(1,928)와 부가가치 유발계수(0.849)에 각각 곱해 나온 수치. 김종귀 한은 투입산출팀 팀장은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생산유발면에서 뉴 EF 소나타 자동차(대당 1,491만원) 3,620대를 생산하는 수준으로 영화 ‘친구’의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구’의 개봉당시 관객수 705만 명, 흥행 수입 494억원 기준으로 한은이 추산한 파급효과는 생산 유발액 1,158억원, 부가가치 액 364억원이었다. 그러나 관객수와 흥행 수입 등 표면적 수치는 큰 의미가 없다. 여타 분야에 비해 고부가의 브랜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문화 산업이기 때문이다. 촬영 장소인 실미도를 관광 상품으로 만들 경우, 영화 ‘실미도’의 총체적인 경제 파급 효과는 3,000억원 이상으로 웬만한 중견기업 1년 매출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금자탑을 세울 것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미 개봉 1주일도 채 못돼, 한국영화 신기록 행진의 포문을 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순 제작비 147억원, 마케팅 비 23억원 등 총 제작비 170억원을 투입해 만든 이 영화는 충무로 영화계 뿐 아니라 해외 수출시장에서도 대박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는 벌써부터 뜨거운 반응이 감지되고 있다. ‘태극기…’를 제작한 강제규 필름과 영화제작사 명 필름 등이 참여하는 세신버펄로의 주가는 1월 16일 1,435원이던 것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2월 3일 현재 주당 3,790원으로 3배 정도 껑충 뛰었다. 순 제작비 82억원을 투입한 ‘실미도’가 관객 1,000만 명 고지를 향해 달려 가는 한국영화의 기세에다 해외시장의 관심까지 맞물릴 경우, ‘태극기…’는 1,000억원 ?수익도 가능하다는 성급한 관측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 영화 수출액 사상 최고치 갱신 예상

    수출 시장에 대한 진罐?모색하는 작업도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지며 눈길을 끈다. ‘실미도’는 필름을 해외 수입업자에게 팔아 넘기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 일본 현지 극장과 직접 교섭해 일본 직배 방식으로 수출 창구를 개설하는 등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또 이미 일본 27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이 확정된 ‘태극기…’는 우리 영화로는 드물게 스칸디나비아 3개국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다. 특히 2주 뒤에는 미국 아메리칸 필름 마켓에서 현지 언론인, 영화 관계자 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직접 개최하는 등 수출 창구 개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한국 영화 수출액은 지난해 2,700만 달러(구두계약을 포함할 경우 3,000만 달러)로 이미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올해는 ‘실미도’와 ‘태극기…’의 선전에 힘입어 기록을 다시 갈아 치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우리나라 영화의 수출은 1997년까지 100만 달러를 밑돌다가 98년 300만 달러를 넘어 선 이래 2000년 700만 달러, 2001년 1,100만 달러, 2002년 1,495만 달러 등으로 급성장 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수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추이도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지난해 수출된 작품은 모두 150여 편이지만 수출 대상국이 아시아 위주에서 유럽 각국으로 넓어진 점이 두드러졌다.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은 일본ㆍ독일ㆍ프랑스ㆍ홍콩 등 20여 개국에 모두 330만 달러에 팔렸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일본 도시바측에 220만 달러에 판매돼 단일 국가 수출가로 최고 기록을 올렸다. 백운학 감독의 ‘튜브’는 270만달러,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250만 달러,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은 211만 달러 상당의 수출 실적을 각각 올리기도 했다. 작품 당 평균 수출 가격도 종전의 2배 수준인 20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장밋빛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는 한국 영화계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단지 몇몇 소수의 영화만이 수익을 올리고 대다수는 적자에 허덕이는 흥행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지적도 있다. 지난해 ‘대박’으로 분류되는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살인의 추억’ 등 5편에 불과했다. 사실상 지난해에는 제작된 영화 편수가 줄고 관객은 늘었기 때문에 ‘충무로’ 영화 업계의 수익 구조가 개선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2002년엔 76편(평균 제작비 편당 30억원)이 개봉돼 편당 4억원 정도의 적자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65편(평균 제작비 편당 35억원)이 개봉돼 편당 2,000만원 정도 흑자를 기록했다.

    △ 흥행 편중현상 등 ‘빛과 그림자’ 뚜렷

    그러나 사실 흑자를 기록한 영화는 전체의 3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20편에 불과해 흥행 편중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영화는 투자 위험이 높은 벤처 산업인 셈이다. 여기에다 흥행수익이 톱 스타와 극소수의 제작ㆍ투자자들의 몫으로만 돌아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 전체적인 영화업계의 분위기가 동반 상승하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요즘 ‘충무로’는 고급 인력과 자본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영화계 경영의 투명성이 개선되고 안정적인 재원 조달 창구가 마련되는 계기를 맞고 있다. KM컬쳐, 기획시대, 에그필름, 아이픽처스 등 10여 개 영화사들은 최근 금융계 출신 인사들을 최고 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이들은 전문화된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 영화를 문화 산업의 꽃으로 키워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CJ엔터테인먼트, 플래너스, 시네마서비스 등이 코스닥에 등록한데 이어 강제규 필름, 명 필름, 싸이더스, 싸이더스 HQ 등은 상장사들과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을 통해 증권 시장에 우회 진출했다. 직접적인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실미도’에 이어 ‘태극기…’의 잇따른 성공 신화를 타고 ‘역도산’, ‘바람의 파이터’, ‘천군’, ‘창공’ 등 총제작비만 80억원 대 이상의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한국영화산업은 앞으로 숨가쁜 성장세속에서 뜨겁게 달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장학만기자


    입력시간 : 2004-02-10 14:32


    장학만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