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헌 배재대 교수 인터뷰공인의식 결여, 권력을 가족 전체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사유화'에 문제

[대통령의 아들] "대통령의 방임이 비리를 키운다"
정국헌 배재대 교수 인터뷰
공인의식 결여, 권력을 가족 전체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사유화'에 문제


“대통령 본인에게 문제와 해답이 있다.” 되풀이 되고 있는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에 대해 정국헌 교수(배제대)는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독일에서 비교정치학을 전공한 정 교수는 국내 정치가 가부장적 온정주의와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로 후진적 정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국민의 정치의식이 선진화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이 ‘개혁’의 중심에 선다면 ‘대통령의 아들’이란 특수 신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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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차남 계좌에서 발견된 것을 두고 과거 ‘대통령 아들’비리가 재현됐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은데.

“논란이 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문제와 과거 김영삼(YS)ㆍ김대중(DJ) 전직 대통령 아들 문제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부정한 정치자금을 아들에게 상속ㆍ증여하는 방식으로 은닉한 것으로 전두환씨의 ‘비자금’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YS나 DJ의 경우는 대통령 아들의 ‘정치 행위’가 비난의 대상이 된다. 다만 세 전직 대통령 아들 케이스 모두 ‘권력형 비리’라는 데는 차이가 없다.”

[약력] 정국헌
연세대 졸업. 독일 프랑크프르트대학 박사(정치학).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미래정책연구원 원장, 사간포럼 대표.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배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 ‘대통령 아들’의 비리가 반복되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일률적으로 단정할 순 없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고 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는 아들이 아버지 비자금의 은닉처에 불과했지만 YS와 DJ에게 있어 아들은 측근 중의 측근으로 ‘정치인’대접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아들들 주변에 ‘비리’를 배태할 요인이 생기고, 확산되며 결국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이 공인 의식이 부족해 아들을 방임한 게 비리의 단초로 작용한 것이다. ‘권력’은 국민의 컨센서스에 근거해 헌법이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그것(권력)을 위임 받은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권력의 사유화’에 빠져 그것을 이용하려 한 것이 대통령 아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 ‘대통령 아들’의 비리와 대통령 리더십 간의 상관관계는.

“대통령 아들 비리 문제가 대통령 본인에게 달려있는 만큼 대통령의 리더십은 대단히 중요하다. 정권 초기에는 개혁프로그램 때문에 리더십에 큰 문제가 없지만 임기 말에는 권력 누수현상이 오게 마련이고, 대통령의 권위가 약화되는 과정에 대칭적으로 대통령 아들 문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약화되면 피드백(feedback)으로 권력 누수가 가속화되는데 대통령 아들 문제도 그에 따라 ‘비리’로 확대되는 것이다.”

- 역대 대통령제에서 대통령 아들을 포함한 측근들의 비리가 끊임없이 반복됐는데 권력구조와 관련이 있나.

“대통령제의 경우 권한이 대통령 1인에게 집중돼 상대적으로 내각제 등 다른 권력구조보다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선진국인 미국은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대통령 아들의 비리가 문제된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대통령 아들의 비리 문제는 권력구조의 차이에 있다기보다?국민의 정치의식, 정치문화가 더 큰 요인이라고 본다.

- 대통령 아들의 비리로 상징되는 정치 후진성의 메커니즘을 제어할 방안이 있다면.

“대통령에게 집중된 제왕적 권력을 분산해 비리의 단초를 제거하고, 미국의 특별검사나 독일의 조사청문회처럼 권력에서 독립한 기관이 대통령까지 조사할 수 있는 제도를 추진해볼 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친인척 문제로 ‘실패’의 오명을 쓴 것은 친인척 비리 척결에 온정주의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개혁의 ‘초심’을 최종 단계까지 유지할 때만 비자금 같은 정치 후진성의 징표들을 제거, 봉쇄할 수 있다고 본다.”

박종진기자


입력시간 : 2004-02-17 14:03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