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대에 오른 대통령직 총선·재판결과에 따라 운명 바뀔 수도

[탄핵 그리고 총선] 헌재로 간 탄핵, 만약… 차기는 누가?
심판대에 오른 대통령직 총선·재판결과에 따라 운명 바뀔 수도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두 시험대에 올라 있다. 헌법재판소 심판과 4ㆍ15 총선이 그것이다. 노 대통령은 3월11일 기자회견에서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뜻을 심판으로 받아들이고 그 결과에 상응하는 정치적 결단을 하겠다”고 밝혔다. 총선 결과에 따라 대통령직 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노 대통령의 ‘총선-재신임’ 연계 발언은 야당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결국 탄핵안이 가결됨으로써 대통령직이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달려 있다.

노 대통령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열린우리당이 4ㆍ15 총선에서 초라한 성적을 거두거나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수용할 경우다. 최악은 아니더라도 노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으로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아 그 권위가 탄핵 전과 같을 수 없을지 모른다. 특히 이번 총선이 2007년 대선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총선에 참여하든 안하든 ‘포스트 노’ 진영이 나름대로 부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탄핵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수록 ‘예비 잠룡’(潛龍)들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 여, 정동영ㆍ김근태ㆍ김혁규 등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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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전문가의 총선 전망

여권에서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두드러진다. 지난 1ㆍ11 당의장 경선대회를 대권 가도의 중요 발판으로 삼으려 했던 정 의장은 압도적 표차로 1위를 한 뒤 ‘정동영 체제’ 이후 당 지지율이 1위를 고수, 순항 중이다. 정 의장은 이번 총선이 대권 주자로 비상하느냐, 당의 관리자에 머무느냐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총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이른바 ‘정동영 사람’ 심기에 나서 당 안팎으로부터 “대권 행보 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과 경계의 소리를 듣기도 했다.

당내 정 의장의 우군은 소장 개혁파와 호남 지역 의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정 의장이 데려오거나 지원을 받은 인사들도 잠재 지원군들이다. 당외로는 ‘전언회’(전주고 출신 언론인)를 비롯해 고교ㆍ대학 동문들이 적극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제1당으로 올라설 경우 정 의장의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가 확고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근태 원내대표도 잠룡에 속한다. 1ㆍ11 전대 때 김 대표가 불출마, ‘정동영-김근태’ 至탠“?무산됐을 때 당 주변에선 ‘잠룡들의 예비전이 무산됐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당내 재야의 맏형으로 소장 개혁파의 지지를 받을 뿐만 아니라 시니어 그룹과도 친해 당 기반은 확실한 편이다. 재야 인사들과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대선 때부터 대권 후보로 떠올랐던 김혁규 ?경남지사도 주목의 대상이다. PK(부산ㆍ경남) 출신으로 확실한 지역 기반과 3선 도지사의 경륜이 강점이다. 일설에는 김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는 조건으로 국무총리직을 내락받았고 대권 도전을 보장했다는 후문도 있다. 반면 총선과 입각 등 ‘1회용’이라는 반론도 있다.

김정길 중앙상임위원(전 행자부장관)은 그동안 대권 후보군에 오르내리지 않았지만 당 주변에서는 ‘확실한 잠룡’이란 얘기가 적지 않다. 공천 과정에서 정 의장과 빚은 갈등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되고 있다. 즉 단수 공천이 확실한 김 위원이 경선(부산 영도)을 하게 된 데는 잠재적 라이벌을 경계한 정 의장의 입김 때문이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차기 최고의 킹메아커인 노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를 볼 때 김 위원은 정 의장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김 위원은 노 대통령과 같은 통추 출신으로 오랫동안 동지적 관계를 유지해 왔고, 노 대통령과는 언제든지 독대할 수 있는 신뢰를 쌓고 있다. 4ㆍ15 총선 승부처 중의 하나인 PK 지역을 김 위원이 사실상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은 그의 위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 박근혜ㆍ추미애 우먼파워 돋보여

야권에서는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과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돋보인다. 박 의원은 최근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의 새 대표 경선에 출마,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올해 초 커리어우먼 스타일로 머리모양을 바꾸고 청바지 차림의 파격 패션으로 대중 행보를 선보인 바 있는 박 의원은 최근 홈 페이지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 새 단장을 하는 등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적극 나서 ‘웅지(대권 도전)’를 나타낸 것이 아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정가에서는 박 의원이 새 당 대표가 돼 리더십을 발휘構?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경우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란 일반인의 인식을 뛰어넘어 큰 행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추미애 의원은 지난해 11월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서 조순형 의원에 이어 2위를 차지,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추다르크’라는 별명이 상징하듯 당찬 이미지를 바탕으로 여성 대통령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여성의 정치참여가 활발해질 예정이어서 추 의원이 3선 고지에 오를 경우 박근혜 의원과 함께 여성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고, 대권 도전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이명박ㆍ손학규도 유력주자로

여의도 외곽의 대권 후보 중엔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가 가장 뚜렷한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 시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유력한 새 대표로 거론됐을 뿐만 아니라 대권후보군 중 선두권에 위치, 확실한 차기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 시장이 속도를 내고 있는 청계천 복원사업과 서울시 개발, 교통대책 등도 대권 도전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다. 지난 1월1일 시장공관을 개방했을 때 한나라당 의원과 당직자들, 총선 출마자들의 대거 방문, 이 시장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정가에서는 이 시장의 2007년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서울의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시의원이 강력한 후원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장이 TK(대구ㆍ경북) 출신이란 점도 대권 후보로서 상당한 프리미엄이라는 분석이다.

손학규 지사는 대권 후보군 중 유일하게 지난해 8월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대권에 도전할 뜻’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정가에서는 손 지사가 경기도 의원과 출마자들을 나름대로 집중 지원, ‘범 손학규 세력’ 구축을 모색 중이라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경기도 개발, 산업단지 유치 등 ‘경기도 살리기’에 나선 것을 두고 이명박 시장과의 대권 경쟁을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이 있다. 당내에서는 경기고 선배인 이회창 전 총재 진영과, YS 인맥인 민주계 인사들과 가깝다.

그밖에 대권 후보군에 포함시킬 수 있는 인사로는 노 대통령을 대신해 탄핵국정을 운영 중인 고건 총리겸 대통령직무대행과 대중적 인기와 함께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강금실 법무장관, ‘리틀 노무현’으로 통하는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 등?들 수 있다. 야권에서는 당 개혁에 앞장선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과 시니어그룹의 홍사덕 원내총무, 강재섭ㆍ김덕룡 의원 등이 거론된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3-16 21:47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