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 지지율 급락, 野 총선구도에 '빨간불'우리당 약진, 제1당 놓고 한나라와 박빙승부 예상

[탄핵 그리고 총선] 핵폭풍 된 탄핵 역풍
한나라·민주 지지율 급락, 野 총선구도에 '빨간불'
우리당 약진, 제1당 놓고 한나라와 박빙승부 예상


4ㆍ15 총선에 ‘탄핵 정국’이란 돌발성 황사가 강타했다. 지난 12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총선 정국이 시계 제로 상황으로 급변한 것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로 기존의 총선 지형은 일순간에 무너지고 ‘탄핵’이란 이슈가 총선의 최대 변수로 급부상했다.

탄핵정국의 기폭제가 된 노 대통령의‘총선=재신임’발언으로 4ㆍ15 총선이 국회의 탄핵과 재신임의 한판 승부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상관관계는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대 한나라당ㆍ·민주당의 생사를 건 혈전을 불러 여야는 이미 탄핵의 정당성과 부당성을 놓고 총선 판도를 가름할 국민을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선 상태다.

- "탄핵정국 총선까지 영향 미칠 것"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폭발한 탄핵정국은 일단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에게 유리한 총선 지형을 형성했다. 탄핵안 가결 직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결과 우리당에 대한 지지율이 이전보다 10% 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MBC가 지난 12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남녀 102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당 29.7%, 한나라당 12.7%, 민주당 6.6%로 나타났다. KBS가 지난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878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우리당이 9일 조사때보다 10%포인트 상승한 34.1%로 나타났고, 한나라당 18.2%, 민주당 8.5% 순이었다. 한국일보의 12일 조사에서는 우리당 38.2%, 한나라당 16.2%, 민주당 7.1% 순으로 나타났다.

관건은 그러한 여론 트랜드가 총선때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지 여부. 대다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한 탄핵정국이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탄핵정국은 열린우리당 지지층을 결집시킨 반면 한ㆍ민 지지층은 와해되는 양상을 보였다”면서 “한나라당 지지층은 대표 경선 등의 과정을 통해 다시 결집할 수 있지만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은 재결집이 어려운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총선 지형을 흔들만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현재의 당 지지율이 총선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한나라, 영남·보수표 결집 예상 빗나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탄핵 후폭풍’에 따른 지지율 하락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한나라당은 탄핵 관철을 계기로 영남표는 물론 광범위한 ‘반노-비노(非盧) 성향표’를 묶어 반전의 계기가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윤여준 여의도연구소장은 “탄핵정국에서 노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분노하는 60% 유권자의 동의를 바탕으로 영남표와 보수표 등 전통적 지지기반을 회복하면 1당 유지가 무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탄핵 역풍은 한나라당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총선 전선에 경고음을 울렸다. 최병렬 대표는 탄핵안 가결 다음날인 13일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국민들이 충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태연해 했지만, 신문광고, 의원ㆍ공천자들을 통해 탄핵의 정당성을 홍보하라고 주문했는가 하면 탄핵정국에 대한 국민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을 돕겠다는 등 ‘고건 띄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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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전문가의 총선 전망

당의 총선 관계자들도 총선 전략을 ‘친노(親盧) 대 반노(反盧)’라는 대립각을 확고히 세워 노 대통령에 대한 실정을 부각하고 탄핵의 정당성을 홍보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지율 하락을 반등시킬 최상의 카드인 대표 경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18일로 예정된 전대를 1주일 뒤로 연기했다. 당 일각에서는 경선 흥행을 위해 ‘박근혜-홍사덕’ 대결이라는 빅매치를 재추진중이라는 소문과 함께 홍 총무가 탄핵안 가결을 강행한 것이 (대표)경선 출마를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 민주, 호남민심 "한나라와 공조" 이탈 조짐

민주당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민주당은 탄핵안을 발의, 가결시켜 소기의 목적을 이뤘지만 당 지지율이 한자리수로 급락하면서 총선 공포증마저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혼란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고건 총리 체제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주력하는 한편 조 대표를 중심으로 한 선대위 체제를 조속히 출범시킨다는 방침이다. 총선 전략과 관련해서는 탄핵소추의 불가피성을 재차 강조하는 한편, 호남표를 결집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낙연 기조위원장은 “노 대통령의 불안한 국정수행능력과 측근비리 등이 부각되고 정권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노 대통령을 찍었던 90% 이상의 호남유권자들이 결국 민주당을 찾게 될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한ㆍ민 공조에 따른 탄핵안 가결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회복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미디어리서치 김정훈 사장은 “탄핵안 가결에 호남 민심이 가장 강하게 반발했고, 더욱이 한ㆍ민 공조로 이뤄졌다는 점에 전통적인 지지층이 돌아선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총선이 양강구도로 기우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총선판을 흔들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악수’를 둔 격이 됐다”고 분석했다.

우리당은 탄핵안 가결에 울분을 토했지만 여론조사결과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 우리당은 13일 ‘헌정수호와 국가안정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본격 가동하면서 야3당이 공조, 탄핵안을 가결시킨 것을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국민을 상대로 한 탄핵의 부당성 홍보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총선 전략과 관련, “총선구도가 ‘친노세력에 대한 지지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냐’ 등 친노와 반노의 대결로 가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면서 “‘민주화세력’대 ‘반대세력’, ‘개혁과 수구’의 싸움으로 정치적 대립점을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스럽다”고 말했다.

- 우리당, 지지율 급등 "전화위복" 고무

총선 전망과 관련,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한나라당과 우리당 간의 박빙 승부를 점치고 있다. 탄핵정국 이전만 해도 한나라당이 제 1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였으나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미디어리서치 김 사장은 "1월 중순 정동영체제가 들어서면서 우리당 지지율이 계속 상승 곡선을 그렸고, 탄핵안 가결로 지지율이 급등해 총선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우리당이 수도권과 충청권, 영남 일부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어 제1당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 소장도 "우리당 지지율이 안정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지층이 겹치는 민주당 지지자들 상당수가 우리당으로 돌아서고, 수도권의 영남 출신들이 한나라당과 우리당에 반반의 지지율을 보여 우리당의 약진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갤럽의 김덕구 상무는 "우리당이 수도권에서 약진하는 것은 돋보이지만 각 당마다 전통적 지지층이 있고, 한나라당의 경우 지지층이 견고해 아직도 제1당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3-16 22:11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