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폭풍이 만들어낸 정치지형, 여론 견제심리 작용땐 예측불허우리당 제1당 대세 속 '박근혜 효과' '민주당 행로' 등이 변수로

[표심은 어디로] 선택 4·15 표심은 어디로
탄핵폭풍이 만들어낸 정치지형, 여론 견제심리 작용땐 예측불허
우리당 제1당 대세 속 '박근혜 효과' '민주당 행로' 등이 변수로


4ㆍ15 총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탄핵 정국에 여론이 요동을 치면서 격전지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허깨비(phantom public)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할 만큼 총선 전망은 불투명하다. 탄핵 폭풍으로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지지도가 50%까지 치솟은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국내 선거 사상 유래 없는 상황에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총선을 전망하는 데 매우 신중하다. ‘여론’이라는 불가측적인 요소의 힘과 변덕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론조사 전문가 10명은 4ㆍ15 총선을 면밀하게 분석해 총선 안개를 걷어내고 이해의 폭을 넓혀주었다

국내 대표적인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리서치ㆍ미디어 리서치ㆍ 엔 아이 코리아ㆍ월드 리서치ㆍ코리아 리서치ㆍ폴&폴ㆍ한국 갤럽ㆍ현대리서치ㆍANRㆍTNS 등의 전문가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각 당의 예상 의석수에 있어서는 이견을 보였다.

- ‘탄핵’ 폭풍 주춤, 다른 변수 부각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탄핵’ 후폭풍이 총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단 그것의 영향력은 상당 부분 감쇄될 것이라는 데 일치한다. 또한 남은 총선 기간 동안 탄핵 만큼 파괴력 있는 변수는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본부장은 “북한 변수나 미국의 영향력 행사, 대형 테러 등과 같은 탄핵에 버금가는 외생 변수가 없는 한 총선의 기본 구도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의 이슈나 이벤트가 총선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엔 아이코리아 이흥철 대표는 “탄핵정국은 천장을 쳤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 변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총선의 변수로 크게 박근혜 효과, 민주당 행로, 20~30대의 투표 참여율, 부동층 향배 등을 꼽았다. 한국갤럽의 김덕구 상무는 “탄핵정국에서 총선의 최대 변수는 한나라당의 변신 여부였는데 박근혜 대표체제의 출범은 그 기폭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체 여론조사결과를 토대로 “TK(대구ㆍ경북)지역에 ‘박근혜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PK(부산ㆍ경남)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민주당 변수와 관련, 폴앤폴의 조용휴 대표는 “민주당 자체에 미치는 영향보다 한나라당과 우리당에 미치는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독특한 견해를 나타냈다. 그에 따르면 민주당의 행로가 어떻게 결론이 나든 민주당의 총선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민주당의 내홍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이나 우리당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즉 민주당의 내홍이 수습돼 선전하면 우리당에 불리할 것이고, 분당형태로 치달으면 우리당이 득을 봐 한나라당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그밖에 코리아리서치 김덕영 사장은 ‘1인2표제’를, ANR의 김규철 상무는 ‘40대 유권자 향배’를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여론의 변수들도 지역ㆍ세대 등에 따라 달리 작용하는 만큼 일률적인 적용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침묵하는 다수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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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5 총선의 최대 관심 지역은 단연 수도권이다. 수도권 선거 결과에 따라 총선 승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서울(45)ㆍ경기(41)ㆍ인천(11)의 97개 선거구 중 각각 40개ㆍ56개 선거구에서 승리, 민주당이 다소 앞선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탄핵정국 이후 박근혜 대표체제가 출범한 3월23일까지 진행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당 후보가 90%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48개 지역구 중 26개 지역구의 여론조사결과 우리당이 24군데서 앞서고 한나라당은 불과 2군데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와 인천에서는 모든 지역에서 우리당 후보가 앞섰다.

전문가 10명중 6명이 10여일 남은 총선 기간 동안 웬만한 변수가 나타나더라도 수도권에서 우리당의 압승을 예상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현재의 총선 지형은 ‘우리당 독주, 민주당 붕괴, 한나라당 약세’구도인데 수도권은 더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그러한 구도가 총선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우리당의 개헌선을 저지하느냐, 과반수를 막느냐, 제1당 정도로 묶느냐가 관심가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리서치&리서치의 노규형 대표도 “여론조사 결과대로라면 우리당의 압승이 예상되는데 설령 그 수치가 낮아지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리아리서치 김덕영 사장은 “서울ㆍ경기 지역의 강남ㆍ분당처럼 이른바 한나라당 ‘깃발지역’을 제외하곤 우리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인천은 충청ㆍ호남 출신들이 많아 우리당에 몰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전체적으로 수도권에서 우리당의 낙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지연 본부장은 “탄핵정국 이후 수도권 호남표가 우리당으로의 ‘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박근혜 대표체제 이후 한나라당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지만 수도권에서는 미미하게 나타나 우리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당의 압승 전망에 이흥철 대표등 4명이 반론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총선 결과는 지금의 여론조사대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지으면서 “탄핵정국에 따른 여론변화의 추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총선에 앞서 비자금 정국에 국민이 실망하면서 선거 아젠다(agenda)가 ‘물갈이’된 상태에서 탄핵정국이 도래해 여론이 옳고 그름을 떠나 감정으로 폭발, 환영(幻影)같은 (여론조사) 결과(phantom public)를 가져왔다”면서 “침묵하는 다수가 표로 목소리를 내면 우리당의 압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리서치의 염동훈 이사는 “민주당 내분이 수습되면 민주당도 의석확보가 가능하고, 박근혜 대표 등장 후 한나라당 지지층이 결집해 우리당 독주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덕구 상무, 김규철 상무 등도 탄핵정국의 거품이 빠지면 ‘정당효과’가 약화되고 본격적인 후보 검증에 들어가게 되면 우리당 후보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당의 압승을 예상하는 측은 70% 이상의 승리를 점친 반면, 반대측은 2강구도에서 한나라당이 선전할 경우 박빙승부 또는 6 대 4 정도로 우리당이 우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이 최근 강남ㆍ서초, 경기 분당ㆍ수원 등 전통적 한나라당 지역과 거물이 출마하는 지역에서 우리당 후보를 앞서거나 오차범위 내의 승부를 벌이는 게 단적인 증거라고 주장한다.

- 영남, ‘박근혜 효과’ 뚜렷

영남은 PK와 TK에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PK에선 부산을 중심으로 우리당의 우세가 여전한 반면, TK에선 한나라당의 우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2000년 총선에선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했지만 이번 총선은 상당히 다르다.

박근혜 체제 출범 이전 3월 중 각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PK의 경우 부산 중동구에서 우리당 이해성 후보와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이 5% 미만의 접전을 벌일 뿐 우리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당 후보와 한나라당 후보 간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TK에선 ‘박근혜 효과’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덕구 상무는 “지난 25일 TK지역 27개국 선거구 중 접전 예상지역 17곳을 선정해 전화조사를 한 결과 한나라당 지지율이 34.3%를 기록해 우리당의 29.3%를 앞질렀다. 1주일 전 조사에서는 우리당이 32.5%로 한나라당 27%를 앞섰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덕영 사장은“PK에서 우리당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부산 외의 경남 도농 지역에선 한나라당 후보가 강세를 띨 수 있고, TK에선 현재 일부 우리당 후보가 앞서고 있더라도 과거 노무현ㆍ김중권 후보가 막판에 지역 바람에 낙선한 것과 같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염동훈 이사는 “PK에선 김혁규 전 경남지사 등이 입당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고향사람으로 인정하면서 우리당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TK에선 전통적인 지역주의와 ‘박근혜 효과’로 한나라당이 선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전문가 10명 중 7명 정도가 PK에서 우리당 후보가 선전할 경우 과반수까지 접근할 수 있지만, TK에선 2~3명만이 살아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호남, 우리당 주인될 것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호남의 주인이 민주당에서 우리당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김헌태 소장 등 전문가 6명은 “40여년의 지역주의 틀이 무너진 데다 한ㆍ민 공조로 호남표심이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면서 “일부 중진이 조직력과 소지역주의로 살아남을 지 몰라도 우리당이 압승할 것”이라고 점쳤다.

또 월드리서치 김상범 부장 등 2명은 “민주당이 내분을 수습하더라도 이미 실기했다”면서 “일부 간판급 중진들만 눈여겨 볼 뿐”이라며 싹쓸이 가능성을 점쳤다. 특히 김규철 상무는 “DJ가 변수인데, DJ가 민주당의 내홍을 방치한 것은 우리당에 기운 측면이 없지 않다”고 해석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호남이 지지한 노 대통령에 탄핵이라는 족쇄를 채운 것도 불만이지만 무엇보다 한ㆍ민 공조를 한 것에 더 분노해 회생 가능성이 적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지연 본부장 등 2명은 걀痢?瑛?강세이지만 싹쓸이는 어렵고, 무소속 연대로 인물 대결로 가거나 수도권과 연대해 새 길을 모색한다면 3~5석을 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충청, 우리당 우세속 자민련 틈새

전문가들은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호재에 탄핵정국에 힘입어 우리당의 압승을 예상한다. 단 일부 지역은 자민련 후보가 선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나라당은 2000년 총선에서 24개 선거구 중 8개 선거구를 차지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1~2석 확보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월 중 충남지역 10군데 중 4곳의 여론조사에서 우리당 후보가 모두 1위를 했고, 충북에서는 8곳 중 자민련 정우택 의원 지역(진천ㆍ괴산ㆍ음성)이 10% 내에서 접전을 벌일 뿐 우리당 후보가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범 부장은 “행정수도에 민감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탄핵효과도 높아 우리당 압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우리당 후보의 우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쟁력 있는 자민련 후보의 지역은 접전, 또는 자민련 후보의 우세를 점친다. 김덕영 사장 정도만 “행정수도 이전으로 우리당 우세 속에 자민련 김학원ㆍ정우택 의원 등이 선전하고 있고, 이인제 의원 지역은 무응답층이 많다”고 말해 기대를 남겼다.

- 강원ㆍ제주, 지역 특색 관건

강원ㆍ제주 지역도 우리당 후보의 우세속에 지역적 특색이 변수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3월 중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 지역(강원 동해ㆍ삼척)을 제외하고 양 지역 모두 우리당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헌태 소장은 “강원은 중앙정치ㆍ친여당 성향으로 지역선거가 강한 게 특징”이라면서 “지역내 문벌이 어느 당을 미느냐가 변수”라고 말했다. 조용휴 대표는 “제주는 지역 연고가 중시돼 후보의 특성이 당보다 중시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 우리당 과반수 넘나 관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우리당이 제1당이 되는데 이견이 없다. 단, 우욜웰옛箏?정도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과반수인 150석을 경계로 견해가 갈린다. 김헌태 소장은 175석을 예상하면서 적게는 140석, 많게는 200석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마찬가지로 노규형 대표와 김덕영 사장, 김지연 본부장 등도 150~200석을 전망했다.

반면 이흥철 대표, 김상범 부장, 김덕구 상무, 김규철 상무 등 5명은 과반수에 근접한 의석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흥철 대표는 “선거에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면서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227개 선거구 중 98개 선거구에서 이긴 구조적 요인은 이번 총선에서도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당이 과반수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염동훈 이사는 120석에 그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10석 안팎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최고로 이흥철 대표만 민주당이 선전할 경우 비례대표까지 합해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위 왼쪽부터) 노규형, 김지연, 이홍철, 김상범, 김덕영
(아래 왼쪽부터) 김덕구, 염동훈, 김헌태, 김규철, 조용휴

[여론조사 전문가 프로필]
노규형(47ㆍ리서치 & 리서치 대표) 서울대(심리학), 뉴욕주립대(정치심리학 박사)
김지연(37ㆍ미디어리서치 본부장) 고려대‘대학원(사회학), 미디어리서치 10년 근무
이흥철(47ㆍ엔아이코리아 대표) 고려대ㆍ대학원(심리학 석ㆍ박사), 한국갤럽 87대선예측팀장, 코리아리서치센터 상무이사, 세종대ㆍ인하대 겸임교수, 서울시청 자문위원, 한국 마케팅여론조사협회 이사.
김상범(38ㆍ월드리서치 연구부 부장) 인하대ㆍ대학원(경영학), 월드리서치 10년 근무
김덕영(46ㆍ코리아리서치센터 사장) 한국외대ㆍ대학원(정치학), 한국사회개발연구소 선임연구원, 리서치 & 리서치 연구본부장(이사), TN소프레스 공동대표
김덕구(51ㆍ한국갤럽 상무) 서강대ㆍ대학원(경영학),LG전자 마케팅본부
염동훈(46ㆍ현대리서치 이사) 고려대ㆍ대학원(사회학 석ㆍ박사), 배재대ㆍ초당대 강사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부 차장, (현)현대리서치 사회여론조사팀장
김헌태(37ㆍ사회여론연구소 소장) 리서치 & 리서치, 한국리서치, TNS 이사
김규철(41ㆍANR 상무) 전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장, The Information 팀장
조용휴(44ㆍ폴 & 폴 대표) 조선대(경영학), 리서치 & 리서치 선임연구원,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위원.

박종진기자


입력시간 : 2004-03-30 16:02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