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판결 후 이르면 5월 복귀 전망… 물밑서 국정점검도 착착"협력과 상생의 정치" 밝힌 가운데 강력한 통치구조 구축 전망도

[커버스토리] '돌아온 노짱' 손 내밀까 칼 들까?
헌재 판결 후 이르면 5월 복귀 전망… 물밑서 국정점검도 착착
"협력과 상생의 정치" 밝힌 가운데 강력한 통치구조 구축 전망도


4ㆍ15 총선이 막을 내리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복귀가 초미의 관심사다. 헌법재판소의 재판 일정을 고려할 때 빠르면 5월내 복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3ㆍ12 탄핵 폭풍과 함께 ‘국정’ 무대에서 사라졌던 노 대통령이 다시 등장할 경우 사실상 ‘2기 국정’이 시작되는 셈이다.

노 대통령이 2기 무대에서 펼칠 공연의 주된 내용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개혁’을 화두로 청와대 안과 밖을 정비, 원할한 국정운영을 펼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노 대통령은 식목일인 4월 5일, 청와대 식수 행사에 처음 모습을 나타낸 자리에서 “나무는 이 때 심어야 뿌리가 잘 내린다. 우리가 하려는 일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고 말해 그 같은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즉, 총선이라는 토양에 정권 출범초부터 추진해 온 정치개혁을 뿌리내리겠다는 의미다.

노 대통령은 탄핵 이후 외견상 독서와 산책, 명상을 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비쳐졌지만 국내외 현안을 꼼꼼히 챙기면서 대통령직 복귀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측근 참모는 “대통령은 신문과 TV는 물론, 인터넷을 통해 세상밖 소식을 접하고, 탄핵에 대한 여론과 총선 민심 등에도 꾸준한 관심을 보여 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노 대통령이 공식적인 업무 수행은 못하지만 관저에서 국가안보에 관련된 파트와 정책위원회 기능은 일일이 챙겨 NSC(국가안보회의)팀 비서진들과 정책위원회 실무자들이 거의 매일 브리핑 자료를 만들어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모 수석실의 경우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총선 판세 분석을 노 대통령에게 보고해 왔다는 설명이다. 또한 청와대 주변에서는 노 대통령이 관저 내에서 이정우 정책위원장과 김우식 비서실장 등과 수시로 미팅을 갖고 국가 정책과제를 일일이 점검해 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 총선후 ‘2기 국정’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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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의 2기 국정과 관련,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줄곧 ‘총선 이후부터가 진정한 임기가 시작된다’고 말해 왔다”면서 “이를 위한 제2기 국정의 이념과 방향은 이미 설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청와대가 검토해 온 집권 2기의 국정 이념은 ‘화합과 통합’ ‘국회와의 관계 재정립’으로 압축된다. 집권초부터 갈등을 보여 온 일부 언론과 보수 시민단체, 그리고 노사문제 등을 고려해 편가르기를 하지 않고, 삼권분립에 충실한 국정을 해 나간다는 의미다.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직무정지 한달을 맞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산행을 한 자리에서 “총선 이후 극단적인 대결의 정치가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전환되어 가는 과정을 예상할 수 있다”며 “큰 흐름이 협력과 상생의 정치로 잡힐 것”이라고 말해 그 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마스터 플랜을 헌재의 판결이 예상되는 5월쯤에 대국민 특별담화문 형식으로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제 2기 국정과제로 기술혁신ㆍ사회적 합의ㆍ효율적 정부를 설정, 그 간 추진해 온 개혁 드라이브에 가속도를 붙일 방침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헌재의 탄핵 심판이 어떻게 결론이 나든 국론 분열에 따른 혼란으로 노 대통령의 복귀와 국정 수행에 장애가 될 것을 우려, 탄핵 정국으로 갈라진 국론과 민심을 수습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헌재에서 각하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다른 수석실과 국가 주요 권력기관, 총리실을 비롯한 각 부처, 지자체 등으로부터 민심을 청취해 광범위한 대국민 화합 조치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완 홍보수석은 지난 6일 “(노 대통령이)총선 이후에는 통합과 상생, 새로운 비전으로 나갈 것”이라면서 말해 그 같은 입장을 뒷받침했다. 반면 청와대와 우리당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총선 승리를 계기로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의 대통령 상을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즉, 탄핵 이전처럼 야당이나 보수 국민계층에게 일일이 머리를 조아리는 구걸 정치를 완전 청산하고, 강력한 통치 구조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얼마 전 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는 측근 L씨는 “대통령은 정계 입문한 이후 늘 원칙을 고수해 온 바람에 항상 소수 세력으로 고생을 많이 하지 않았느냐”면서 “이번 총선을 계기로 대통령이 야瑛犬?보수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식의 소극적인 통치는 하지 않고 본인 소신이 옳다면 국회에서 법안을 밀어 붙여서라도 관철하는 힘을 보여주겠다고 단단히 벼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 개각ㆍ사정, 정국 요동칠 수

노 대통령의 우리당 입당은 총선 후 정국의 주요 관전 포인트. 정무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우리당에 입당할 경우 명실상부한 여당의 사령탑으로 국정을 주도하게 된다”고 말해 노 대통령의 입당을 기정사실화 했다. 정가에서는 노 대통령이 대통령직 복귀와 우리당 입당의 수순을 거치면서 원만한 국정 운영과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추진하기 위해 총리를 포함한 전면적인 개각과 인선, 그리고 총선전 ‘검은 돈’ 척결 작업을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각과 관련,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총선 전부터 우리당에서 ‘올인’ 전략에 따라 징발된 장차관 등의 자리를 당내 인사로 채워줄 것을 요구를 해왔고, 대통령 또한 국정운영의 상당 부분을 당에 넘기고 자신은 정권의 공과를 가늠할 굵직한 정책만을 챙길 생각을 갖고 있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총선을 전후해 당ㆍ청 주변에서 김원기ㆍ김혁규 총리설, 정ㆍ신ㆍ천(정동영ㆍ신기남ㆍ천정배 의원) 입각설 등이 흘러나오는 것은 개각에 무게가 주어지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이 집권 이후 부패청산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대통령직 복귀 후 또 한차례 사정태풍이 점쳐진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총선으로 미뤄진데다 ‘ 부영게이트’ 등 폭발성을 내재한 지뢰들이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강화된 선거법으로 총선 과정에서 불법ㆍ탈법 사례가 속출해 선거사범에 대한 단죄가 불가피한 것도 사정풍을 강화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사정풍이 총선 후 전개될 정계개편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총선을 계기로 노 대통령의 복귀와 2기 국정 운영이 예정돼 있지만 앞날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탄핵정국 이후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가 10% 가까이 상승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견해가 높고, ‘탄핵’이란 주홍글씨가 대통령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권한 행사를 축소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탄핵정국 이후 국론 분열과 노사모 등 친위세력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수세력이 결집ㆍ조직화하는 것도 향후 국정운영에 부담으로 謗淪?가능성이 크다.

‘돌아온 장고’ 노 대통령이 서부의 황량함을 어떻게 개척, 평정해 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4-13 22:46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