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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잘 나가는 鄭·盧에 딴죽 걸리나
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서 노·정 기싸움 표면화, 당내 세력간 파워게임

열린우리당 새 원내대표에 3선의 천정배 의원이 선출됐다. 이를 두고 정가에선 당권파의 재야파에 대한 승리, 또는 대권 예비전에서 정동영 의장이 김근태 전 원내 대표를 이겼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그렇게 단순화하기에는 다양한 복선이 깔려 있다.

표면적으로 천정배-이해찬 후보의 대결이었지만 이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 의장 간의 대권 함수에 대한 고도의 수(數) 싸움이 전개됐다. 그 연장선에서 당내 세력간 물밑 파워 게임도 치열했다. 일각에서 천ㆍ이 후보전을 두고 ‘ 정동영-김근태’대리전이란 측면보다 ‘정동영-노무현’대결이란 면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에 앞서 정동영 의장의 안내를 받으며 김근태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이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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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가 민 이해찬 패배?

이와 관련해 여권에서는 다음과 같은 비화(秘話)가 전해진다. 4월 말, 이해찬 의원은 노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친노파 Y 의원의 얘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고 한다. Y 의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이 새 원내대표에 이 의원이 출마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이 의원은 “ 근태 형도 있고, 천정배 의원이 나서는데 내가 어떻게…”라며 출마에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근태 전 원내대표가 입각을 전제로 원내대표 재도전의 뜻을 접으면서 대신 이 의원이 출마하게 됐다. 당 일각에선 김 전 원내대표가 4월 19일 밤, 노 대통령과 독대를 하고 난 다음 이 의원을 만나 ‘ 노심(盧心)’을 전하면서 출마를 독려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러한 비화는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와 당일, 현실로 나타났다. 원내대표 경선이 천정배-이해찬 후보 간 대결로 압축되면서 당내 세력간 합종연횡도 급속히 진전됐다. 외견상 정동영 의장이 중심이 된 당권파가 천 후보를 밀고, 김 전 원내대표를 축으로 한 재야파는 이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친노그룹 대다수는 이 후보쪽에 섰다.

세력분포를 볼 때 천 후보 지지그룹은 △민주당 바른정치모임(정동영ㆍ신기남ㆍ정세균ㆍ정동채ㆍ이종걸 등) △비례대표그룹(홍창선ㆍ정덕구ㆍ김명자ㆍ박명광 등) △민주당 재선그룹(송영길ㆍ이강래ㆍ최용규 등) △천ㆍ신ㆍ정 그룹(임종인ㆍ문병호ㆍ노현송ㆍ박영선ㆍ김재홍ㆍ민병두ㆍ김현미 등) 등이 중심을 이뤘다.

이에 반해 이 후보 지지그룹은 △통추그룹(김원기ㆍ유인태ㆍ원혜영ㆍ김부겸 등) △범 재야파그룹(임채정ㆍ신계륜ㆍ이호웅ㆍ이목희ㆍ문학진 등) △전대협그룹(임종석ㆍ이인영ㆍ오영식 등) △개혁당그룹(유시민ㆍ유기홍 등) △영남그룹(조경태ㆍ조성래ㆍ박찬석ㆍ강길부 등) △금강팀(이광재ㆍ서갑원ㆍ백원우 등) 등으로 중심축을 형성했다. 이 가운데 통추그룹ㆍ영남그룹ㆍ금강팀은 노 대통령 직계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원내대표 선출 전만해도 천ㆍ이 양 후보 간 조직력과 노심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 후보의 우세가 점쳐졌다. 실제 열린우리당 안팎에서도 이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는 분위기가 높았다.

- 친노그룹 균열로 천정배 승리

그러나 친노 그룹에서 균열이 생기면서 천 후보가 박昰?표차로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특히 노 대통령의 직계 그룹인 금강팀의 맏형격인 염동연 당선자가 천 후보를 지지한 것은 표의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박스>기사 참조) 또한 개혁당 그룹과 386 당선자들 중에 그룹의 이해 관계보다 ‘ 개혁’노선을 따라 천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도 박빙 승부의 요인이 됐다.

주목할 사실은 친노 그룹을 비롯해 이 후보를 지지한 당선자 상당수는 천 후보를 반대해서가 아니라, 정 의장의 파워가 급격히 증대될 것을 경계해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원내대표 선출 날 “ 개인적으로 천 의원과 친하지만 천ㆍ신ㆍ정그룹이 당을 장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영남 출신의 한 당선자는 “ 천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신세진 게 있어 도와주고 싶지만 정 의장과의 관계 때문에 고민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내대표 선출에 노 대통령과 정 의장의 그림자가 얼마나 깊이 드리웠는 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들이다.

정 의장은 도원결의를 한 천 의원이 당을 맡게 되면서 입각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대권 행보에 탄력을 주겠다는 계산이다. 탄핵이란 유폐 생활에서 돌아 온 노 대통령이 정 의장의 행보를 그냥 바라만 볼지 두고 볼 일이다.

정동영·염동연 '빅딜설'의 실체는?
  
원내대표 선출을 며칠 앞둔 5월초, 노무현 대통령의 직계 5인이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모였다.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 이강철 전 노 대통령 특보, 염동연ㆍ서갑원ㆍ백원우 당선자 등이다. 노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린 이광재 당선자는 연락이 잘못돼 불참했다.

이들은 2002년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 ‘금강팀’(노 대통령이 만든 ‘ 자치경영연구원’이 여의도 금강빌딩에 있어 붙여진 이름)의 한 식구였다. 염 당선자와 이 전 특보는 각각 자치경영연구원의 사무총장ㆍ이사를 맡았고, 이광재ㆍ서갑원ㆍ백원우 등은 실무진으로 참여했다. 이 전 후원회장은 연구원의 작은 방에서 금강팀 식구들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이날 모임은 총선 후 처음 가진 자리로 서로의 근황과 노 대통령에 대한 안부가 주된 얘기였지만 자연스레 원내대표 선출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런데 지지 후보를 놓고 참석자들 간에 이견을 보였다. 염 당선자가 천정배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반면, 이 전 특보는 당ㆍ청 간 원만한 관계와 당이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이해찬 후보에 우호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전 후원회장과 서갑원ㆍ백원우 당선자도 이 전 특보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입장차는 5월 11일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 그대로 반영됐다. 염 당선자는 천 후보를 밀었고, 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광재 당선자를 비롯해 서갑원ㆍ백원우 당선자는 이해찬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 선출 직전 만난 청와대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당ㆍ청 간 조화를 위해 강성인 천정배 후보보다 이해찬 후보를 선호하는 것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이광재 당선자의 선택을 주목하라”고 귀띔했는데 결국 ‘ 노심(盧心)’이 이해찬 후보쪽에 기울었음을 추정케 했다.

이러한 맥락에 따르면 염 당선자가 지난 6일,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초선 의원 50여명과 오찬 모임을 가진 것은 ‘노심’과 어긋난다. 당시 초선 의원들 사이에선 염 당선자와 노 대통령과의 ‘ 특별한’ 관계 때문에 ‘ 노심’ 이 천정배 후보쪽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번 원내대표의 향배가 초선 의원 102명에 의해 결정됐음을 고려할 때 염 당선자의 모임은 천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는 셈이다.

친노ㆍ반정동영 측에서 ‘ 정동영-염동연 빅딜설’, 즉 정 의장이 염 당선자를 정무위원장에 임명하고 호남 맹주 가능성을 열어주는 대신, 염 당선자는 대권 과정에서 정 의장을 지원한다는 묵계 의혹이 있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그들은 천 후보의 승리를 두고 “ 두 DY((정)동영ㆍ(염)동연)가 盧心을 눌렀다”고 말한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5-1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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