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청년실업·취업난 시대 해외진출로 돌파구, IT분야·간호사 등 전문직이 주종

[해외 취업] 숨막히는 취업전선, "희망을 찾아 해외로 간다"
심각한 청년실업·취업난 시대 해외진출로 돌파구, IT분야·간호사 등 전문직이 주종

‘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라는 말)을 갓 넘긴 김우태(31)씨는 오는 6월이면 일본 닛산 자동차 계열 회사에 취업한다. 지난 6개월 간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위탁 교육기관인 CIES(자동차 관련 전문 IT 업체)에서 전문 교육을 이수한 덕이다.

김씨는 울산대학(자동차공학)과 대학원까지 마쳤지만(2003년) 자동차 협력업체가 많은 울산에서조차 취업이 쉽지 않았다. 몇 차례 도전 끝에 중소 업체에 취업했지만 대학원 경력은 인정 받지 못했고, 근무 환경이나 조건 등은 기대에 턱없이 못 미쳤다. 김씨를 불안하게 한 것은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사실이었다.

취업난 시대에 고민을 거듭하던 김씨는 산업인력공단의 해외취업 광고를 접하고 과감히 직장을 접고 ‘미래’에 도전했다. 산업인력공단의 1차 선발을 통과한 김씨는 올 초부터 자동차 기계 설비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교육(6개월)하는 CIES에서 수강과 어학 공부를 병행해 지난 5월초 최종 합격했다. 김씨는 “ 대학원 경력을 인정하는 등 대우도 국내보다 좋지만, 무엇보다 자동차 선진 기술을 배울 수 있어 기대가 크다”며 일본 기업 취업에 희망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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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실업자 중 절반 이상이 청년실업

김씨의 경우는 요즘과 같은 청년실업 시대에 신선한 돌파구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청년 실업자는 전체 실업자 90여만명의 절반이 넘는 46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청년실업 대책에 정부가 계속 재정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청년실업률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효율적 돌파구로 각광 받고 있는 카드가 바로 해외 취업이다. 국내인력의 해외 취업을 알선하고 교육을 전담하는 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지원부의 최영선 차장은 “ IMF 직후 급증했던 해외 취업 붐이 한동안 경기 호전으로 한풀 꺾였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루에도 수십건씩 해외 취업 문의가 들어온다고 한다.

산업인력공단이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연말의 해외 취업 희망 등록자수는 1만4,481명으로, 불과 1년새 98%가 증가했다. 4월 30일 현재 그 숫자는 1만5,192명에 이르고 있다. 해외 취업 알선 건수(출국자 기준)도 2002년말 1,622명에서 지난해말 3,255명으로, 작년 한해 동안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해외 취업의 길은 산업인력공단이나 한국무역센타 등 정부 산하기관에 의해 정책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경우와, 헤드헌터나 이주개발공사 등 개별 업체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경우 등 두 가지 경로가 있다. 그 과정은 크게 △국내 전문교육 △해외 인턴 파견 △해외 연수 등으로 구분된다.

산업인력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해외 취업 국가는 미국ㆍ일본ㆍ중국에 집중된 가운데 최근에는 아랍에미레이트ㆍ카타르 등 중동 국가로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취업 분야도 ITㆍ간호사ㆍ항공승무원ㆍ사무 서비스 등 다양화하고 있다.(박스기사 <도표> 참조) 미국ㆍ캐나다ㆍ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는 주로 간호사가, 일본에는 IT 분야, 아랍에미레이트 등 중동 국가에는 여성승무원의 진출이 활발하다. 중국은 한ㆍ중 교류가 본격화되면서 중국 항공사의 여성 승무원이나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사무직 종사자가 증가 추세다. 최근 가장 선호되고 있는 해외 취업은 남성의 경우에는 일본의 IT 분야, 여성의 경우는 간호사와 여성승무원이다.

- 해외취업 위해 전문교육

국내 취업 전선에서 60여 차례의 낙방 경험이 있는 박성기(28ㆍ 동국대 컴퓨터공학)씨는 지난 1년간 한국무역협회에서 주관하는 ‘ IT 마스터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수, 오는 8월 1일부터 일본 미쓰시비전기로 출근한다. 김춘목(30ㆍ 건국대 기계공학과)씨는 변리사 공부를 하던 중 산업인력공단을 통해 해외취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CIES에서 위탁교육을 마치고 오는 6월부터 일본 닛산 자동차의 IT분야에서 근무한다. 김씨는 “ 자동차에 관한 한 아직 일본이 기술 면에서 앞섰다고 생각해 선진 기술도 배우고 견문도 넓힐 겸 해외 취업을 택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CIES에서 일본 취업을 목적으로 전문 교육을 받고 있는 김경아(26ㆍ울산대 조선해양공학)씨는 국내 기업의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해외 취업을 택한 경우. 김씨는 2003년 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에 취업했지만 야근 등 근무 조건이 열악해 퇴사하고 산업인력공단을 통해 전문교육을 이수, 해외 취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최근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고소득을 노리는 취업 예정자나 전현직 간호사들 사이에선 ‘해외 간호사’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ㆍ캐나다ㆍ노르웨이ㆍ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해당국으로, 특히 미국 간호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연봉이 평균 5만5,000달러 정도인데다 미국 현지에서 자녀 유학을 뒷바라지할 수 있어 주부들의 관심이 높다. 현재 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미국 취업 간호사로 가는 길에는 미국 간호사면허시험(NCLEX-RN)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SLS미국간호사시험연구원 등의 전문 학원이 도움을 준다.

산업인력공단을 통해 현재 캘리포니아 병원(Seton Medical Center)에 근무하고 있는 이근규(36)씨는 유일한 해외 취업 남자 간호사로 연봉이 1억대에 가까워 해외 간호사를 지망하는 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간호대를 졸업한 뒤 개인병원에서 3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주부 김모씨(31ㆍ여)는 “ 미국 간호사 면허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 자격증을 따게 되면 미국으로 건너갈 계획인데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간호사로 취직해 학비와 생활비를 조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대학동기 중 4분 1 이상이 미국 간호사 면허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경희대 간호대에서 노르웨이 간호사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씨(27ㆍ여)는 “ 연봉은 미국보다 낮지만 언어(노르웨이어)를 잘하면 취업하기 쉽고 유럽 생활도 경험하고 싶어 선택했다”고 말했다. 미국에 취업할 간호사를 면접하기 위해 5월 19일 산업인력공단을 방문한 미국 도미니카 병원(St Rose Dominican Hospital)의 데이비스 병원장은 “ 필리핀이나 인도 간호사가 영어는 잘하지만 업무 능력이나 성실도에서는 한국 간호사가 훨씬 앞선다”면서 “ 한국 간호사의 ㅏ育?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 현지언어 등 사전준비 필수

지난 20일 산업인력공단은 아랍에미레이트 여성 승무원 취업 시험 1차를 통과한 합격자와 중국에 인턴 사원으로 파견될 응시자들의 면접으로 북적거렸다. 요즘 미취업 여성들 사이에서 해외 취업 1순위는 중동 항공 여성 승무원이다. 그날도 인기를 반영하듯, 아랍에미레이트 여성 승무원 60~80명을 모집하는 데에 4,600여명이 응시했다. 1ㆍ2차 관문을 통과해 합격이 유력한 이모(28)씨는 “현재 중소 기업에 다니고 있는데, 여성 승무원은 우대 받는 직업이고, 다른 사람의 간섭이 적어 스트레스가 없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여성 승무원의 연수를 맡고 있는 ANC(Airline News Center)의 한 관계자는 “ 미취업 여성은 물론 전직 승무원이나 이미 취업을 하고 있는 여성들, 심지어 주부들까지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있다”며 여성 승무원에 대한 관심과 인기를 전했다. 이들의 연봉은 평균 3만달러 정도라는 게 공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20일, 면접 과정에서 만난 중국 인턴 파견 사원은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의 사무직에 종사할 예정이다. 면접을 통과하면 중국 산둥의 대학에서 2개월 가량의 연수를 받고 현지 기업에 인턴 사원으로 파견돼 근무 평가에 따라 취업이 결정된다. 지방 대학의 중문과를 졸업한 이모씨(26)는 “국내 취업이 어려워 해외 취업을 생각하게 됐다”면서 “중국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나면 현지든 국내든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같은 해외취업 붐과 관련, 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지원부의 권영선 차장은 “사전에 준비를 잘한 사람이 해외 취업에도 성공할 수 있다”면서 △취업 해당국 언어 습득 △전문 기술(직무능력) △면허 요건 충족 △취업국 문화 숙지 등을 필수 조건으로 꼽았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5-25 21:02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