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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검사] 우리는 '여자'아닌 '검사'일 뿐
첫 여성부장검사 탄생·여검사 100명 시대 열며 '금녀구역'탈피
섬세하고 꼼꼼함 검찰 문화 바꾸는 촉매…공안·특수 등 험한 곳도 진출


우리 검찰에 여성 부장검사가 처음으로 탄생했다. 조희진(42ㆍ사시 29회) 법무부 검찰국 연구검사는 6월7일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 발령을 받아 14일부터 현장에서 부장검사 업무를 시작했다. 조 부장의 등장은 올해 여검사가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 세자리 숫자 시대를 연 것과 함께 우리 검찰사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검사직은 그동안 여성들의 진출이 적어 ‘금녀의 구역’으로 인식돼 왔다. 1982년 조배숙(48ㆍ사시 22회)ㆍ임숙경(52ㆍ사시 22회) 변호사가 첫 여검사의 문을 열었지만 과중한 업무를 견디지 못해 각각 86년과 87년 판사로 전관했다. 조 신임부장이 90년 여검사로 첫발을 내딛어 가까스로 맥이 이어졌지만 10년 가까이 매년 1~2명씩 증가하는데 불과했다. 그러나 사법시험 합격 인원이 급증하면서 여검사 지망도 늘어났다. 2000년 112명의 신규 임용 검사 중 8명을 여성이 차지하더니 매년 여검사가 20명 정도씩 늘어나 올해는 모두 106명이 됐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전체 검사 1,514명 중 7.1% 수준이다.

올해 신규 임용된 검사 81명 중 여성은 21명(25.9%)으로 역대 최고 수준인데, 이러한 추세라면 검찰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30%대의 날도 멀지 않아 ‘여성검사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섣부른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욱 주목할만한 사실은 여검사의 숫적 증가와 함께 활동 영역도 일반 형사ㆍ공판에 머물지 않고 남자 검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공안ㆍ특수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검사들은 현재 법무부에 3명, 대검찰청에 1명, 여성부에 1명이 배치돼 있고 나머지는 모두 일선 수사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 올 신규임용자 26%가 여성

이영주, 조희진, 이노공 검사(왼쪽부터). /임재범 기자



법무부 여성정책담당관실 이영주 검사(37ㆍ사시 32회)는 “과거 위압적인 수사관행과 남성위주의 조직문화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과학수사가 일반화되고 검찰내 분위기도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여성검사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활동분야도 일반 형사사건에 국한하지 않고 공안 계통과 특수수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93년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여검사 ‘넘버3’인 이 검사는 현재의 여검사의 위상은 자신의 초임 시절과 너무 다르다고 말한다. 당시는 여검사가 조희진 부장검사를 포함해 모두 4명으로 직장 분위기도 남성 중심적이어서 여검사를 불편해 하는 경향이 있었고, 수사 지휘 과정에서 사소한 갈등(충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초기에는 일부러 직원에게 반말도 하고 엄하게 대해 권위적인 모습을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성(性) 구별보다 일과 사람에 대한 관리자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수원지검 시절(99~2001년) 차장 검사(홍경식 현 의정부지검장)의 배려로 수사 뿐만 아니라 관리자 능력 등을 배울 수 있었던 점을 가장 보람있게 기억했다. 현재 이 검사의 직무는 법무부내 여성관련 정책과 소수자로서의 여성의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한 법령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으로 일선 수사 이상의 중요성을 띠고 있다.

같은 법무부에 근무하는 이노공 법무심의관실 검사(35ㆍ사시 36회)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을 지낸 이태훈 변호사(55 · 사시 14회)의 조카로, 사법연수원 시절 검사시보를 하면서 검사에 따라 피의자 개인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고, 재판에 앞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점이 좋아서 검사를 지망했다고 한다.

이 검사는 “초창기 여검사가 10명이 안될 때 업무 배당에서 배려와 불신이 혼재한 양상을 띤 적이 있지만 그런 시기는 이미 지났고 ‘일’로서 능력을 평가받고 있다”며 “여검사라고 해서 어려운 점은 별로 없고 피해자들도 여검사를 편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취재 중 이 검사가 처음 부임(97년)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담당한 사건의 피해자가 무슨 일인지 감사 전화를 해와 이 검사의 업무처리를 엿보게 했다)

이 검사는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들어주되 형평성을 유지하는 것이 검사의 모범이라고 생각한다”며 “여검사들이 수사 지휘에서도 합리성을 보이면서 검찰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부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 검사는 요즘 호주제를 포함한 법령안 연구에 전력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법으로 다수 국민이 혜택을 보게 된다면 일선에서의 검찰 업무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범죄와의 전쟁 일선에서도 활약

이영주 검사



법무부 소속 여검사들이 제도 개선을 통해 국민의 권익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면 대다수 여검사들은 일선에서 ‘범죄와의 전쟁’현장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에서는 의료사고 사건으로 의사 3명이 한꺼번에 기소되는 이례적인 일이 있었다. 더구나 관할 경찰이 의사의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 회보를 근거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사건을 배당받은 강수산나 검사(36ㆍ사시 40회, 현 대전지검 서산지청)는 해당 병원의 진료기록을 압수하고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착수해 의사협회의 소견을 배제하고 주변 의사들의 진술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냈다. 그는 끝내 “의사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경찰 의견을 뒤집고 의사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강 검사는 의정부지청 부임초인 재작년 10월에는 등기관련 서류를 위조해 토지를 가로 챈 전문 토지사기단 14명을 타진해 명성을 날린 바 있다. 당시 강 검사는 범인 검거를 위해 잠복 수사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사기에 가담한 8명을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기소한 이후로 강 검사에게 ‘여검사’라는 꼬리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는 게 관계 직원 들의 설명이다.

그뿐만 아니다. 17대 총선 과정서 조직적으로 경선부정을 자행한 선거운동원들을 처음으로 기소해 선거문화를 바꿔놓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 여검사도 있다. 여성 ‘공안 검사 1호’로 평가받고 있는 대전지검 공안부의 강형민 검사(36ㆍ사시 38회)다. 강 검사는 지난해 8월 서울지검 공안2부로 발령받은 서인선 검사(30ㆍ사시 41회)와 함께 처음으로 공안부에 배치된 여검사로 주목을 받았지만 서 검사가 6개월만에 고양지청 형사부로 옮겨가는 바람에 ‘공안 1호’ 검사가 됐다.

강 검사는 지난해 4월 송광수 검찰총장의 대전지검 방문 때 직급 간담회에서 송 총장에게 “공안ㆍ특수부에도 여성 검사를 배치해달라”고 주장한 여걸형 검사. 그는 “부임 초기에는 업무 성격을 파악하는데 힘들었고, 총선을 전후해서는 거의 매일 야근을 하거나 밤을 샜다”며 “그러나 몸은 고달프지만 새로운 분야를 경험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형사부와 달리 사회 전체 흐름을 읽어야 하고 유관 기관들과의 관계, 정보 공유 등 전혀 생소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공안부 선배 검사들이 그렇게 고생하는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강 검사를 공안부에 배치한 당시 정인창 공안부장(40ㆍ사시 28회, 현 법무부 검찰3과장)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처음에 적응하느라 사소한 실수를 한 것을 제외하곤 기대 이상으로 업무를 잘했다”며 “강 검사 예를 보면 여성 검사는 공안이나 특수부에서 배제하던 전례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공안·특수부에도 배치해달라" 당당함

이옥 검사



강 검사는 검찰 조직과 관련해 “선후배 관계가 돈독한 것은 초임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폭탄주 문화가 사라지는 등 기존 남성문화가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강 검사는 여검사로서 가장 고민스러운 것에 대해 검사 직무보다 가사ㆍ육아 문제를 꼽고 스스로 “낙제 며느리, 낙제 엄마”라고 말했다. 숱한 야근과 순환 보직으로 가사를 돌보기 어렵고 주말 부부로 지내는 게 여검사 대부분의 현실이라는 게 강 검사의 설명이다.

공안분야에서 일하는 여검사는 또 있다. 작년 3월9일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와의 대화’때 평검사 대표의 한 명으로 참석했고, 서울지검 평검사의 대변인 역할을 맡아 강금실 법무弱?서열파괴성 검찰인사에 반기를 들었던 이옥 춘천지검 부부장 검사(40ㆍ사시 31회)다. 이 검사는 “지난해 홍역을 치렀다”면서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지만,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한 남자 직원은 “공안 뿐만 아니라 일반 형사사건도 다루는데 여성답게 부드러우면서도 노련하다”고 이 검사의 업무 능력을 평했다.

이밖에 춘천지검 강릉지청의 김학자 검사(37ㆍ사시 36회)는 공안ㆍ형사를, 원주지청 최영의 검사(36ㆍ사시 38회)는 특수ㆍ형사를 겸하고 있고, 수원지검 송옥자 검사(35ㆍ사시 39회)는 강릉지청에 있을 때는 공안을 겸했는데 현재는 조사부에서 경제사범을 주로 다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검사로는 처음으로 대검찰청에 검찰연구관으로 있는 최정숙 검사(37ㆍ사시 33회). 현재 검찰제도를 연구하고 검찰수사의 과학화를 추진하고 홍보 업무를 맡는 등 팔방미인형이다. 얼마 전에는 영화배우 안성기씨와 김은혜 MBC 아나운서를 명예검사에 위촉, 검찰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최 검사는 여검사의 진출과 관련, “실력으로 인정받고 실력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일 못지 않게 검찰도 사람 조직인 이상 대인관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검사로서 장점을 살리되 단점은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여검사들의 증가에 대해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1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여검사들의 진출이 증가하는 것 자체가 남성중심의 조직문화를 바꿔놓고 검찰 변화(개혁)의 추동력이 될 수 있다”고 환영했다. 강 장관은 여검사에 대한 기대를 묻는 질문에 “정말 잘 했으면 좋겠다”고 짧게 답한 뒤 사회 어느 분야에서건 여성은 소수자인데 검찰과 같은 중요 권력기관에서 여검사들이 제 역할을 다할 때 사회 발전의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강 장관은 그러나 ‘여성검사 전성시대’라는 외형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내실을 다지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여성 1호 검사' 우리당 조배숙 의원
  


조배숙(48) 의원은 임숙경 변호사와 함께 대한민국 첫 여성 검사다. 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 82년 사법연수원(12기) 과정을 거쳐 나란히 여성 1호 검사로 서울지방검찰청에 임관했다. 인천지검을 거쳐 86년 판사로 전직한 뒤 95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조 의원은 2001년 16대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직을 승계한 후 17대 총선서 전북 익산에서 재선했다. 임 변호사는 87년 판사로 전직했으며 98년부터 광주에서 변호사로 활약 중이다.

- 첫 여성 부장검사 탄생에 대해.

“축하한다. 대구에서 판사로 있을 때 여성검사 탄생 기사를 보고 조 부장검사에게 편지를 한 뒤로 계속 연락을 하며 지내왔다. 검찰의 남성 중심문화에서 겪어야 할 초임 여검사의 고충을 잘 알기에 실력으로 극복하라고 충고한 기억이 난다.”

- 검사를 지망한 이유는.

“검찰에 여성검사가 없어 여자도 검사를 할 수 있다는 것과 여성검사로서 전문성을 확보하고 싶었다. 검사시보 시절 고소인이 남자 검사ㆍ수사관 때문에 힘들어 하는 자주 접하면서 고소인의 정당한 권리 구제, 검찰 조직의 균형을 위해 여성검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 여성검사로서 겪었던 검찰의 현실은.

“격무의 연속이었다. 사건이 한달에 300건, 많게는 600건 정도 됐는데 검사들을 공인으로서 가장 애국자라고 생각했다. 동료들도 사건이 많아 여성검사라고 배려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4년간 최선을 다했고, 당시 인연을 맺은 사건 당사자들과는 지금도 인연을 지속하고 있다.”

- 검사를 그만두고 판사로 전직했는데.

“격무 때문이다. 형사ㆍ공판부에만 머문 것도 회의를 들게 했다. 법조인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작용했다.”

- 선배 입장에서 후배 여성검사나 예비법조인에게 한마디 한다면.

“고되고 힘들어도 검사의 책무(권한)를 늘 간직해야 한다. 검사로서 법대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갖추고 여유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검사에 의해 개개인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감정적으로 끽求?것웰엽赴걋甄? 예비법조인에겐 검사는 판사와 다르게 창조적으로 일을 하고 개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6-1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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