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군 주민들 "공시지가 보상만으로는 살길 막막" 울상주변지역은 땅값 상승에 고무, 투기 세력들 벌써 진 치기도
[신행정수도를 가다] 후보지 안은 사색, 밖은 화색 연기군 주민들 "공시지가 보상만으로는 살길 막막" 울상 주변지역은 땅값 상승에 고무, 투기 세력들 벌써 진 치기도
7월 5일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충남 연기ㆍ공주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수도 이전 공방이 가열되고 국민 여론도 시시각각 찬반으로 나뉘는 등 전역에 행정 수도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는 것. 그러나 해당 지역인 충청권에선 자치 단체와 주변 지역 주민들이 수도 이전에 일제히 환영을 나타낸 반면, 후보지 내 주민들은 이주와 보상에 대한 걱정으로 반발을 하는 양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유가 뭘까. 서울을 벗어나 충청권에 들어서면 그에 대한 의문은 서서히 풀린다. 충남 천안ㆍ남공주를 거치는 동안 행정 수도 이전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즐비하지만 막상 후보지로 지정된 연기(남면ㆍ금남면ㆍ동면)와 공주(장기면)에는 한두 개의 축하 현수막이 불안하게 걸려있을 뿐 들뜬 분위기는 좀처럼 감지되지 않는다. 후보지의 안과 밖이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옆에 있던 주민자치위원회 임창철 위원장(52ㆍ자영업)은 “ 마을 앞에 전국으로 통하는 도로가 뚫려 대전ㆍ천안이 발전하면 저절로 발전할 수 있었는데 행정 수도로 땅을 팔게 되면 보상을 받더라도 빚을 갚고 나면 살 길이 막막하다”고 거들었다. 남면 이장단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임만수씨(58ㆍ농업)는 또 다른 측면에서 행정 수도 이전에 반대 논리를 폈다. 임씨에 따르면 연기군 남면ㆍ동면, 공주시 장기면 일대는 6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부안 임씨 집성촌이 있는데, 행정 수도가 들어서게 되면 부안 임씨의 역사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 임씨는 “ 보상 방법도 문제지만 조상의 묘가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남면 종촌리 입구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S공인중개사 이길수씨(56)는 “ 행정 수도 후보지로 지정된 후 거래가 거의 없는 상태”라면서 “ 그러나 주민들이 수도가 옮겨 오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씨는 “ 남면 지역 땅값은 2002년 대선당시 행정 수도 이전 얘기가 나왔을 때 이미 올랐고 현재 땅값에 반영돼 있다”며 “ 이곳 주민들이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땅값 상승이 막힌 데 대한 박탈감, 소외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충분한 보상이 보장되면 반대 여론도 수그러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 양회리ㆍ송담리처럼 땅 소유가 많은 부촌(富村)은 수도 이전에 찬성하는데 반해 땅이 적은 사람들은 고향을 잃을까봐 반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남면 신촌리에서 만난 한 농민(48)은 “ 현재 800여평의 논농사를 짓고 있는데 올해 1월 1일 공시지가 안내서(m²당 1만2,000원)에 따른 보상을 받게 되면 약 3,400만원”이라며 “ 이 돈으로는 도시에서 전세도 못 얻고 농사를 지을려고 해도 땅값이 올라 거지 되기 쉽상”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수도 후보値?지정된 지역의 주민들이 이주와 보상 문제로 고민을 하는 것과는 달리, 주변 지역은 땅값 상승에 고무돼 있는 분위기다. 공주시 의당면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권모씨(52)는 “ 작년 행정 수도 얘기가 나올 때부터 땅값이 올랐는데 후보지가 확정된 뒤로 더 뛰고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 농지를 알아보려는 외지인들이 최근 들어 자주 눈에 띤다”고 덧붙였다.
행정 수도 배후 지역에는 ‘ 투기’ 열기가 가득했다. 연기군 조치원읍에서 분양한 대우건설 푸르지오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서울은 물론, 부산ㆍ전북 등 지방에서 온 ‘ 떴다방’(이동중개업자) 200여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8일 오전에 합동 단속반이 다녀갔지만 허사였다. 현장 관계자는 아파트 802세대 경쟁률이 10대 1을 넘었고 프리미엄이 평수에 따라 1,500~3,000만원이 올랐다고 귀띔했다. 대전에서 왔다는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 외지인들이 절반은 되는 것 같다”면서 “ 행정 수도 후보지가 결정되기 전인 3월에 있던 현대ㆍ대동건설 아파트 분양 때보다 P(프리미엄)가 1,000만원은 더 올랐다”고 말했다. 33평형에 당첨됐다는 한 주부(28)는 “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 계약을 했는데 프리미엄이 1,800만원 붙었다”면서 “ 더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팔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4-07-1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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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ㆍ공주=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