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이라…글쎄요…외견상 전형적인 배산임수 조건과는 거리, 수도의 형세로 부족평가 항목에 '풍수' 요소 있었지만 최종 결정과정서 반영치 않아

[신행정수도를 가다] 풍수 전문가가 본 연기·공주
명당이라…글쎄요…
외견상 전형적인 배산임수 조건과는 거리, 수도의 형세로 부족
평가 항목에 '풍수' 요소 있었지만 최종 결정과정서 반영치 않아


신행정수도 최종 후보지로 충남 연기ㆍ공주지구가 확정됐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이해찬 국무총리ㆍ김안제 서울대교수)는 지난 5일 5개 기본 평가 항목을 종합한 결과, 1차 관문을 통과한 4개 후보지 가운데 연기ㆍ공주 지구가 88.96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고 최종 확정, 발표했다.

주목되는 것은 행정 수도 후보지의 평가 항목에 풍수적인 요소가 고려됐다는 점이다. 후보지 기본 평가 5개 항목인 국가 균형 발전 효과(가중치 35.95), 국내외에서의 접근성(24.01),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19.84), 삶의 터전으로서 자연 조건(10.20), 도시 개발 비율 및 경제성(10.00) 중 풍수는 ‘ 삶의 터전으로서 자연 조건’의 세부 항목인 ‘ 배산임수(背山臨水)’에 해당한다. ‘ 후보지 선정 총괄팀장’인 국토연구원 서태성 박사는 “ 본래 ‘ 풍수’로 하려다 자문 위원으로 참여한 풍수 전문가들 사이에 지역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다르고, 풍수라는 용어를 사용할 경우 평가 결과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배산임수’로 하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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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수도로 결정된 연기ㆍ공주는 ‘ 자연 조건’항목에서도 8.93점으로 최고 점수를 받았다. ‘ 배산임수(풍수)’의 가중치는 1.12로 20개 세부 항목 중 가장 낮지만, 풍수가 국민에게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그 체감 지수는 가중치보다 훨씬 높다. 행정 수도 후보지가 확정되기 전 한 여론 조사 전문기관이 신세대인 대학생 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의 56.2%가 ‘풍수를 믿는다’고 답해 그 같은 국민적 정서를 뒷받침했다.


- 풍수 가중치 세부항목 가운데 최저

본지는 행정수도 후보지가 확정된 직후인 지난 8일 풍수지리 신안계물형학(神眼系物形學) 연구소(www.poongsoo.co.kr) 박민찬 소장과 함께 후보지인 연기ㆍ공주 일대를 둘러 보았다. 박 소장은 우리나라 풍수 이론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신라말 고승 도선대사의 34대 후계자임을 자부하는 풍수전문가로 한국역리학회 지리학 회원, 한국장묘문화개혁 범국민협의회 위원으로 있으면서 TV 3사와 라디오의 풍수 관련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해 오고 있다. 중앙공무원교육원ㆍ인간개발연구원(사) 등에서 풍수 강의를 하고 있는 박 소장은 최근 하와이에서 열린 역리학 세미나에 참석, 한국의 풍수를 알리기도 했다. 박 소장은 자연을 상징하는 산체(山體)의 모양을 만물의 형상에 비유, 핵심부에 정혈(正穴, 이른바 명당자리)을 결정하는 신안계물형학을 토대로 과거 수도로 거론된 지역을 분석하면서 얻은 자료를 종합해 몇가지 틀로써 연기(남면ㆍ금남면ㆍ동면 일대)ㆍ공주(장기면 일대)지구를 평가했다.

먼저 전통적인 명당 개념인 배산임수 형국을 갖추었는가 求?점이다. 외견상 연기ㆍ공주의 중심에 전월산(260m)이 있고 옆으로 금강이 흘러 배산임수형을 띠고 있다. 금강에서 5∼6㎞ 떨어져 있는 원수산(254m)도 그러한 형국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명당에 해당하는 배산임수의 형국은 아니라는 게 박 소장의 평가다. 한마디로 배산(背山)에 해당하는 주산(主山, 뒤쪽의 산)을 찾기 어렵고, 주산을 정해도 임수(臨水)의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풍수전문가 박만찬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의 권용우 평가위원장(성신여대 교수)은 평가항목의 ‘배산임수’와 관련해 전월산을 주산으로 봤지만 박 소장에 따르면 풍수를 전혀 모르는 해석이라는 설명이다. 전월산을 주산으로 할 경우 정부가 발표한 후보지 안에는 부(富)의 상징인 주작(朱雀)에 해당하는 안산(案山, 앞쪽의 산)이 없고, 설령 후보지 범위 밖의 국사봉(213m)을 안산으로 하더라도 서북쪽이어서 풍수상 정향(正向)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또한 풍수의 핵인 정혈을 보좌할 백호(白虎, 오른쪽 ?는 일부 보이지만 주산과 부조화를 이루는 형세고, 청룡(靑龍, 왼쪽의 산)에 해당하는 산세는 없거나 금강에 가로 막혀 있다. 무엇보다 임수(臨水)에 해당하는 금강이 서쪽으로 흘러 기(氣)가 빠져나가는 형국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원수산을 주산으로 할 경우에도 안산이라고 할만한 산이 보이지 않고, 청룡과 백호의 산세가 약해 수도의 형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 청룡과 백호의 산세 미약

풍수상 중요시 되온 산하금대(山河襟帶)의 조건, 즉 외적을 막는데 적합한 험준한 산이나 깊은 강이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박 소장은 최첨단 무기가 국방을 좌우하는 오늘날 이 조건의 중요성은 떨어지지만 연기ㆍ공주의 지형이 풍수적으로는 조건을 갖췄다고 평했다. 장남평야를 배경으로 산들이 겹겹이 둘러싸여 군사 전략지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실제 산이름인 원수산(元帥山) 용수산(龍帥山)이 말해주듯 연기 일대는 역사적으로 군사 주둔지가 많았다.

다음은 국운이 번창할 수 있는 기(氣)가 왕성한 곳인가 하는 점이다. 박 소장은 연기ㆍ공주 주변이 전월산ㆍ원수산ㆍ국사봉ㆍ장군봉(354m) 등 산으로 둘러 싸여 있고, 금강이 산을 에워 싸듯 흐르고 있어 전체적으로 기가 모이는 곳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기가 모이고 왕성하게 발현되기 위해서는 명당(정혈)이 중요한데 후보 지구엔 주산(主山)을 찾기조차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청와대를 비롯한 국가의 주요 기관이 들어서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행정 수도 이전과 관련,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 백지(白紙) 계획’에 대해서도 일장일단이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76년부터 추진된 ‘ 백지 계획’은 아무런 선입견 없는 백지 상태에서 이상적인 수도 건설을 구상해보겠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정식 명칭은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공주 장기면 대교ㆍ도계ㆍ평기리 일대가 이전 수도의 최적지로 거론됐으나 연기 지역은 후보지로 논외였다. 당시 풍수지리학자들이 선정한 수도 후보지는 천태산을 주산으로 좌우에 국사봉과 갈매봉이 좌청룡 우백호격으로 자리잡고, 남쪽에 장군봉, 그 아래로 금강이 동에서 서로 흐르는 곳이었다.

반면 최근의 풍수 전문가들 사이에선 수도 후보지로 연기군의 전월산이나 원수산보다 연기군과 공주시 장기면 경계에 있는 국사봉이 주산으로 제격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박 소장은 “ 풍수상 국사봉이 전월산이나 원수산보다 주산으로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럴 경우 안산을 어떻게 정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 대다수 풍수가들이 안산을 장군봉으로 하거나 장군봉이 국사봉보다 높은 게 흠이라는 식의 견해에서 머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사봉과 장군봉의 높낮이가 문제가 아니라 장군봉을 안산으로 할 경우 좌청룡 우백호에 해당하는 산들이 정혈을 감싸기보다는 밖으로 뻗어나는 배신형을 띠기 때문에 풍수상 부적합하다는 주장이다. 국사봉을 주산으로 한다면 전월산을 안산으로 하는 것이 풍수의 이치에 맞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주산·안산 어디로 할지도 논란

그러나 박 소장은 연기ㆍ공주를 새 행정 수도로 만드는 것에는 비판적이다. 전체 규모가 수도로 하기에는 비좁은데다 풍수상 명당이라고 할만한 지형에 부족하다는 것. 박 소장은 “ 남북한 전체를 관통해도 서울만한 명당이 없다”며 “ 정부에서 주장하는 대로 국가 균형 발전과 인구 幸?해소를 위해서라면, 청와대를 제외한 국가 주요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 현재 청와대 터는 풍수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서울의 명당이 될만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 소장 뿐만 아니라 대다수 풍수학자들 역시 연기ㆍ공주가 수도로 되기에는 풍수상 부적합하다고 지적해 온 터였다.

사실, 이 지역이 새 수도로 확정된 것은 풍수와는 무관하다. 행정수도 후보지 평가 항목에 ‘ 풍수’요소가 있긴 했지만 정작 평가 과정에선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가단의 서태성 총괄팀장도 “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풍수 전문가들마다 시각이 달랐기 때문에 반영하기 곤란했고, 경관이나 환경 등이 좋으면 풍수상 명당과도 부합할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여서 풍수 자체를 고려하지는 않았다”고 말해 그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풍수를 외면한 행정수도 후보지에 풍수상 문제가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풍수를 믿는 국민에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더 큰 문제로 남는 셈이다.

■ 신행정수도 자문위원들 견해는
- 국가 지향점과 땅의 성질 종합 고려해야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행정수도 후보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풍수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견해를 들었다. 고제희 대동풍수학회 이사장, 이대우 풍수조경연구소 대표, 김두규 우석대 교수, 성동환 대구한의대 역사지리학부 교수 등이다.

초기부터 관여한 고제희 이사장은 연기ㆍ공주가 후보지 중심부에 주산(전월산)이 위치하고 금강이 가로 질러 흐르는 장점이 있으나 금강이 주산과 너무 가까워 정기를 받을 수 있는 지역에 행정관청이 들어설 자리가 부족한 게 흠이라고 지적했다. 또 주산 주변에 좌청룡ㆍ우백호로 삼을만한 산이 없는 게 아쉽다는 첨언이다. 중심부 남쪽으로 금강이 흘러 배산임수와 산하금대의 일부 요건은 갖췄으나, 들어오는 물이 짧고 흘러가는 물이 멀리 보여 재물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풍수적으로는 후보지 영역을 넓혀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했던 ‘백지계획’에서와 같이 국사봉을 진산(주산)으로 삼는 게 좋다고 평했다.

김두규 교수는 국가의 지향점과 땅의 성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명당’여부를 파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행정수도 후보지인 연기ㆍ공주 일대의 지세가 평야가 많고 산들도 흙산으로 돌이 없어 풍수에서 말하는 살기(煞氣)가 없다고 평했다. 즉 국민 화합을 이루고 경제적 풍요를 이룰 수 있는 요소를 갖췄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후보지를 정함에 있어 국가의 지향점이 불분명해 연기ㆍ공주가 명당으로 평가 받을 지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국사봉을 주산으로 할 경우, 남쪽 안산(장군봉)이 더 높은 게 풍수상 어색하다고 지적했다. 지형 규모가 인구 50만명을 수용하기에는 벅찬 듯한 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주시 장기면에서 7대째 살며 지역에서 풍수가로 명성이 있는 이순기(72) 노인은 “ 풍수에선 지세 뿐만 아니라 땅의 특성도 봐야 하는데 정부에서 주산이라고 하는 전월산의 일대는 과거 늪지대여서 대형 건물이 들어서기에 부적합하다”며 “오히려 국사봉을 주산으로 삼는 게 풍수의 이치에 맞다”고 말했다.

연기·공주=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7-15 14:29


연기·공주=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