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일으킨 일본의 한류열풍, 일등 신랑감 인식 확산결혼 주선업체 일본여성 가입 폭증, '일시적 거품현상' 목소리도

[욘사마 열풍] "한국남자와 결혼하고 싶어요"
<겨울연가>가 일으킨 일본의 한류열풍, 일등 신랑감 인식 확산
결혼 주선업체 일본여성 가입 폭증, '일시적 거품현상' 목소리도


일본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용하를 보기 위해 몰려든 여성팬들.

“ 보면 볼수록 자꾸만 마음이 무거워져 음식이 제대로 목에 넘어가지를 않습니다. 먹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미어지고 한숨만 나와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한 일본인이 지난달 주한 일본 대사관에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듯 처연한 심경이 묻어난다. 드라마 ‘ 겨울연가’의 열광적인 팬이 심경을 고백한 것. “ 화면에 크게 비친 준상(배용준)의 얼굴을 보자 왠지 그리운 사람을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며 “ 이번 기회에 한국어를 배워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점 점원인 히라모토 가즈미(24)씨는 지난달 한국 남자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결혼 정보 회사에 회원 등록 절차를 밟았다. 요즘 ‘ 겨울연가’에 푹 빠져 지낸다는 그녀는 “ 일본 남성에는 흥미가 없고, 한국 남성을 동경한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서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가입 이유를 밝혔다. 그녀의 이상형은 일본에서 ‘ 욘하짱’으로 불리며 인기몰이 중인 탤런트 겸 가수 박용하. “ 박용하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가진 한국 남자가 최고”라고 치켜올리는 그녀는 현재 한국 남성과의 로맨틱한 만남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 겨울연가’가 일으킨 한류 열풍으로 한국 남성에 호감을 느끼는 일본 여성들이 급증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서양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던 이들이 ‘ 겨울연가’의 매력에 빠진 뒤로 한국 남성에 열렬한 관심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 30대 커리어 우먼들 열광적 환호

관련기사
韓男日女의 한국살이
욘사마에 홀린 열도의 女心

한ㆍ일 결혼 주선 전문 업체인 ‘ 라쿠엔코리아’(rakuenkorea.com)의 지한진 대표는 “ 지난 4월 배용준의 도쿄 방문 이후 일본 여성 회원이 가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설립한 이 회사에 가입한 일본 여성 회원은 4월을 기해 급증, 현재 1,000명을 웃돌고 있다. 올 초만 해도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일본 여성 회원의 신규 가입자수는 4월 192명, 5월 266명, 6월 391명으로 크게 늘었다. 실제로 국경을 넘어 사랑의 결실을 맺는 국제결혼 커플도 점차 증가세다. 통계청의 ‘혼인ㆍ이혼’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남성과 혼인 신고를 한 일본 여성은 1,242명으로 2002년의 959명보다 29.6%가 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이 한국 남성에 뜨거운 환호를 보내는 상당수가 30대 이상의 일본 여성이라는 점. 배용준, 이병헌, 박용하, 원빈 등이 일으킨 한류 신드롬이 중년층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는 증거다. 인터넷 조사업체인 ‘ 넷레이팅스’가 6월 한 달간 배씨의 일본어 인터넷 사이트(yongjoon.jp) 방문자 연령의 조사한 결과, 30대가 35%로 가장 뭬年?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개봉한 영화 ‘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상영관에는 “ 병헌 씨, 보고 싶어요” 라며 어설프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일본 중년 여성들이 몰려들어 눈길을 끌었다. 7월 30일과 31일, 이병헌ㆍ최지우의 무대 인사가 열렸던 서울 강남의 시티극장과 대학로 판타지움에는 각각 60여 명과 100여 명의 일본 관람객들이 다녀 갔다. 이 영화의 홍보를 맡고 있는 올댓시네마 염현정 씨는 “ 약속이나 한 듯 루이비통 같은 명품 가방을 든 그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30대 초ㆍ중반의 커리어 우먼이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 강인하면서도 자상함에 매료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늘어나자 춘천시가 간판을 설치하는 등 한류열풍 따라잡기에 나섰다.

이처럼 일본 여성들이 한류 스타에 매료되는 것은 “일본 남성에게는 보기 힘든 강인하면서도 자상한 매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 시사주간지 ‘ 아에라’?“ 여성에 대한 배려와 가정 중시, 군 복무에 따른 강인함 등이 한국 남성의 강점”이라고 꼽았다. 서양적 가치관에 경도된 일본 남성과 다른 개성이 ‘ 겨울연가’ 등을 통해 부각됐다는 것.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후꾸나가 도시꼬(32) 씨는 “과거 영국 유학 시절 한국인과 교류한 적이 있었다”며 “한국 남성은 소신이 뚜렷하고 적극적”이라고 한국 남성의 매력을 설명했다.

‘겨울연가’를 비롯한 한국 문화에 대한 이 같은 열기에는 가깝고도 먼 두 나라를 보다 가까이 이어 주는 힘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 중년 여성들의 ‘ 욘사마’ 열기로 시작된 한국에 대한 관심 덕에 일본 사회에서 한국 사회와 문화가 보다 친밀해진 것은 물론, 재일 동포가 겪고 있는 제도적 차별 문제까지 사회적으로 새삼 부각됐다. 요컨대 욘사마 신드롬이란 하나의 사회 현상이다.

현재 한류 열풍이 뜨거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 신드롬이 계속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실체 이상으로 들떠 있는 이 열풍의 거품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중 연예인을 앞세운 하나의 일시적 트렌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 대중문화평론가 이윤석씨는 “ 일본인들이 드라마에서 멋지게 포장된 배용준과 이병헌 등을 보고 한국인에 대한 일시적 동경을 품을 수는 있지만, 진정한 한국인에 대한 이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말한다. 일본인들이 한국 연예인에 대한 환상을 갖고 한때 호기심을 품을 수는 있지만, 깊이 패인 역사적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합의점은 현재로서는 없다. 그러나 한류가 일시적 유행으로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일본에서 대중 연예물을 계기로 한국을 향해 일고 있는 연가가 향후 진정한 ‘ 한ㆍ일 연가’로 울려 퍼질 수 있을 지를 두고, 이제 한국쪽에서 현실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입력시간 : 2004-08-12 14:30


주간한국